“이 절은 천지신명과 부모님께 출가허락을 청하는 삼배입니다.”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8월 3일, 동자승들이 대웅전에서 넙죽 넙죽 절하는 동안 법상에 오른 수계사 수진 스님(해동율맥 9대·용화사 아일다 율원장)은 “선근 복이 있어 절도 잘하네”라며 마치 자신이 사미승이 된 것마냥 신이 났다.
이날 담양 용화사에서 구오사미계(驅烏沙彌戒)를 받고 출가한 동자들은 모두 16명. 이들은 멀리 경기에서 제주에 이르기까지 전국각지에서 모인 어린동자들로 8월1일부터 7일까지 열리는 사미수계산림에 참가중이다.
“구오사미계란 절의 음식을 나르거나 마당에 널어놓은 곡식을 보고 날아드는 까마귀를 쫓던 어린 행자가 사미십계를 받고 사미가 되는 것으로, 이번에 처음 개설했습니다.”
수계사 수진 스님은 “태고종 종법상 18~45세가 되어야 수계산림에 참가할 수 있어 사찰에서 보육하는 학생행자나 사미가 되고싶은 아이들을 위해 특별히 이번 수계산림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수계산림의 생활은 새벽 3시30분에 일어나 1시간 30분간 진행되는 새벽예불을 필두로 참선, 울력, 사시마지, 발우공양 등 승려로써 갖춰야할 기본습의를 익히고 대중생활을 한다. 다만 방학 중인 학생이란 특성을 살려 ‘달마 호신술’ ‘레크리에이션’ ‘캠프파이어’ 등의 프로그램이 추가될 뿐 여느 수계산림에 비해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승려생활이다. 이번 사미수계산림은 가사, 장삼을 일상화하도록 하기위해 미리 수계식을 거행했다.
“직접 절에서 생활해 보니 스님생활이 힘들어요. 그래도 일찍 일어나는 것만 빼면 재미있어요.”제주에서 온 덕조 스님(속명 김성현. 동광초 4년)은 “정기적으로 다니는 사찰은 없지만 왜 그런지 몰라도 어려서부터 스님이 되고 싶었다”며 그래도 삭발한 머리가 어색한지 머리를 쓰다듬는다.
처음으로 구오사미계 수계산림을 마련한 수진 스님은 이번 수계산림을 위해 어려운 한자 의식문을 한글로 바꾸어 특별교재를 만들었다. 수진 스님은 “일찍이 사미계를 받고 수행자 인연을 지어놓으면 어떤 어려운 일이든 스스로 해낼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새로 탄생한 사미승들은 용화사 홈페이지(hwww.dyyonghwasa.or.kr)에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활동하게 된다. 앞으로 용화사는 여름(8월1일) 겨울(2005년 1월1일) 방학 때마다 일주일씩 구오사미수계산림을 개설하며, 이번에 계를 받은 사미승들도 수계산림때마다 재교육을 받도록 할 예정이다. 이들은 18세가 되면 구족계를 받고 비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