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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이 이런 극심한 스트레스를 술과 유흥으로만 풀어야 할까. 아니다. 지혜로운 일터불자들은 불교의 가르침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신행경력 20년 이상 된 ‘베테랑 일터불자’ 4명에게 그 해소비법을 들었다. 일터에서 어떤 경우 스트레스를 받는지, 또 어떻게 지혜롭게 풀어 가는지 지상좌담으로 엮어봤다.
◆【지상좌담 참여 직장불자】
◇송도근(58ㆍ건설교통부 불자회장)
◇정상현(56ㆍ춘천시청 도반회장)
◇임완숙(58ㆍ전국교사불자연합회장)
◇장영효(55ㆍ문화방송국 불교연구회장)
#이런 상사와 부하 직원에게 ‘열’ 받는다.
송도근: 상사에게서는 업무처리 방법에서부터 취향까지 자신의 스타일만을 강요당할 때 가장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부하직원들이 지시 업무의 중요성이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때 참으로 답답해 스트레스를 받아요.
정상현 : 조그만 실수도 봐주지 않고 화부터 내는 상사가 가장 힘들어요. 부하 직원의 경우, 지각이나 결근 등 근무태도가 불량할 때 지적을 합니다.
임완숙 : 이런 상사가 제일 힘듭니다. 합리적이고 원리원칙에 의한 일 처리가 아닌, 사사로운 권위나 이익을 위해 독단적으로 어떤 일을 결정할 때입니다. 그리고 무리하게 일처리를 하고는 책임 회피할 때 가장 밉지요. 또 되도록 일을 맡지 않으려고 부하 직원이 이리저리 핑계거리를 찾을 때에도 상사로서 스트레스를 받지요.
장영효 : 사적인 일을 자주 부탁하는 상사가 힘듭니다. 업무지시를 받을 때는 아무 말이 없다가 뒤에서 투덜대는 부하 직원도 스트레스를 받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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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효 : 모든 일을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어떤 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 스트레스는 어디서 온 것인지 하고 자문하면서 그 실체를 보려고 합니다. 나의 잘못은 없는지 먼저 돌아보는 것이 직장불자로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 아닐까요.
임완숙 : 입장 바꿔 생각해보는 것이 최선입니다. 상대방이 처해 있는 상황을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때론 따로 만나 흉금을 털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부하직원의 경우, 적당한 기회를 봐서 잘못을 지적해줘야 합니다. 또 해명할 기회도 줘야 하죠. 상사든 동료든 부하든 같은 일터에서 ‘공업(共業)’의 인연으로 만났으니 서로를 소중한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정상현 : 스트레스는 바로 하심과 인욕 공부의 기회라 생각합니다. 수행도 마찬가지입니다. 번뇌가 있어야 수행도 잘 됩니다. 일터에서의 스트레스를 마음공부하기 위한 바탕으로 삼으면 어떨까 합니다. 특히 동료나 부하직원의 경우, 자비심으로 품어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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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근 : 일체만물의 존재원리인 연기(緣起)법을 생각합니다. 나름대로 사유하는 방법으로 직장 스트레스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연기의 입장에서 보면 스트레스 또한 독립적인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원인과 결과가 되는 사안들이 서로 의지해 일어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지요. 때문에 참선 수행은 스트레스를 깔끔히 거둬내는데 유익합니다.
정상현 : 나는 염불과 심호흡을 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풉니다. 업무 자체가 사유재산권을 다루는 일이기에 해당자간 한 치의 양보가 있을 수 없습니다. 때문에 갈등과 타협이란 줄타기를 해야 합니다. 이런 업무속성상 염불은 한 편으로 쏠릴 수 있는 감정의 변화흐름을 잡아주어 효과를 확실히 보고 있습니다.
임완숙 : 나는 관법명상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고요히 마음의 움직임을 바라보며 내 상태가 지금 어떤지 점검합니다. 그러면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느끼는 순간, 어떻게 대처해야 금방 해답을 얻게 됩니다. 마음이 평온하면 스트레스가 설 자리가 없어지는 거지요.
장영효 : 상사에게 꾸중을 받거나 부하직원을 질책하고 나면, 과연 내가 잘 한 행동인가를 반성합니다.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심하게 한 것은 아닐까’ 등 한동안 마음이 어지럽게 됩니다. 그럴 때 나는 절 수행을 합니다. 그러면서 참회를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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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효 : 부처님 법에는 사람이 세상을 잘 살아가는 모든 방법이 오롯이 담겨있는 것 같아요. 특히 <금강경>에 나오는 ‘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라는 경구는 늘 제게 삶의 지혜를 줍니다. ‘모두가 실체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면,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이 말씀에서 집착의 어리석음을 알게 되니까요.
정상현 : <수능엄경>에 있는 다음의 경구를 늘 새깁니다. ‘물은 둥근 그릇에 담으면 둥글게 되고 네모난 그릇에 담으면 네모가 된다. 하지만 물 그 자체는 모양이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것을 잊어버리고 마치 처음부터 전혀 배우지 못했던 것처럼 생각한다’. 결국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물처럼 유연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잘 넘기고 있지요.
송도근 : 문수 보살이 무착 스님에게 설한 ‘若人靜坐 一須臾(약인정좌일수유), 勝造恒沙七寶塔(승조항사칠보탑), 寶塔畢境碎微塵(보탑필경쇄미진), 一念淨心成正覺(일념정심성정각)’이란 법문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잠깐 참선하면 항하사 모래알 같이 많은 보탑을 쌓는 것보다 공덕이 높다. 보탑은 끝내 무너져 티끌이 되지만, 한 생각 깨끗한 마음은 정각을 이룬다’는 말씀을 새기다 보면, 스트레스는 원래 있는 것이 아니고 잠시 일다마는 파도와 같은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지요.
임완숙 :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는 말은 언제나 힘이 됩니다. ‘이르는 곳마다 항상 주인이 돼 행동하라’는 경구를 생각하면, 아무리 화나는 일이 있어도 마음을 너그럽게 쓸 수 있어요. 직장인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직장 내의 모든 것을 바라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주인의식을 가지면, 적극적이고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인간관계도 주도적으로 이끌고 나가게 돼 책임의식도 가질 수 있지요. 그러다보면 자연히 외부로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줄어들어요. 말 그대로 하루하루가 ‘날마다 좋은 날’이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