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불자들은 대부분 30대에 이르러 불교에 입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행정진에 대한 욕구가 가장 강렬한 것으로 조사됐다.
불교여성개발원(원장 이인자)은 7월 29일 지난 해 말 실시한 ‘여성불자 의식조사’ 설문 보고서를 발표했다. 창립 3주년을 맞아 여성불자의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마련된 이번 설문조사에는 강원지역을 제외한 전국의 여성불자 400 여명이 참여했다.
설문결과에 따르면 30대 여성불자 가운데 신행경력이 5년 이하 경우는 총 61.1%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40대에서도 신행경력 5년 이하의 비율이 총 36.2%, 10년 이하의 비율이 총 68.8%로 여성불자는 대부분 30대에 이르러 불교에 입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여성불자들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가사ㆍ육아문제 등이 사회생활에 불리하기 때문(24.2%)’인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30대에 여성불자들의 입문율이 높은 것을 감안할 때, 종단이나 사찰 차원의 어린이 보육시설 마련이 시급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여성불자들은 사회봉사(22.3%)나 교리학습(15.9%)보다 수행정진(26.5%)에 대한 욕구가 가장 높았다. 사찰(종단)측에 대한 요구사항을 묻는 문항에서도 공익적 사회참여(22.5%)나 조직적 신도관리(20.5%)에 앞서 전문적인 신행교육 시행(29.1%)을 우선적인 과제로 꼽았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수행프로그램에 대한 참여도 역시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여성불자들의 높아진 수행욕구와 여성을 위한 수행프로그램 개발의 필요성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여성 불자들의 현실의식에 대한 결과도 발표됐다. 여성불교의 발전을 책임져야 하는 주체를 묻는 문항에서 ‘여성 자신의 노력(41.6%)’이 가정의 협조(24.5%)나 불교계의 지지(23.1%)보다 중요한 것으로 대답함으로써 성역할과 관련한 여성불자들의 보수적인 견해에 있어 그대로 드러냈다. 또한 남녀 신행활동의 불균형 문제에 있어 ‘여성 개인의 노력부족(21.4%)’을 큰 원인으로 꼽는 이들이 많았고, 50대 이후에서는 선천적인 능력차이라고 판단하는 이들의 비율도 높았다. 특히 성차별 경험이 있는 경우 여성재가불자들에게서 받은 차별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돼, 여성에 대한 편견을 여성 스스로가 극복하는 것 또한 중요과제로 떠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불자들은 불교신앙의 일상생활 기여도를 묻는 문항에 가족간의 화목(25.9%)을 심신의 건강(30.6%)과 함께 중요 요인으로 선택했다. 또한 한국 여성 일반에 비해 행복감이 높은(44.9%) 것으로 나타났고, 불행의 요인을 해결하는데 불교가 도움이 된다는(69.4%) 입장이 절대적이었다. 여성불자들은 대사회적인 실천에 앞서 가정의 안녕과 평화를 우선적으로 기원하고 있으며, 이 같은 ‘작은 실천’은 정신적 안정과 생활의 만족감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불교여성개발원 이인자 원장은 “여성불자 테두리 안에서도 연령대별로 욕구와 특징이 차별화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번 설문조사 분석을 기반으로 일반 사찰의 교육 프로그램과 구분되는 전문적인 교육과정 개발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