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 호랑이가 앉은 모습과 흡사하다는 호거산(虎踞山)아래 넓은 장군평 자락에 우리나라 최대의 비구니 교육도량 운문사가 자리하고 있다. 넓고 정갈한 도량에는 스님들의 경읽는 소리와 울력하는 스님들의 부지런한 움직임이 살아있는 부처님 법문을 전한다.
560년(신라 진흥왕 21) 창건된 운문사는 1958년 불교정화운동 이후 금광 스님이 초대주지로 취임하면서 비구니 전문강원이 개설되었다. 현재 250명의 학인들이 입지발원(立志發願), 정진불퇴(精進不退), 유통교해(流通敎海)의 학훈 아래 강주 명성 스님, 학감 일진스님, 강사 흥륜, 진광, 세등, 영덕, 운산, 은광 스님, 중강 법장, 명법 스님으로부터 경학을 수학하고, 계율을 실천하고 있다.
교과과정은 부처님의 말씀을 공부하는 내전과 영어, 맹자, 염불, 꽃꽂이, 피아노, 서예, 사군자, 컴퓨터, 요가 등 기본소양을 익히는 외전으로 나눠진다. 낮시간에 간경을 통해 공부한 내용을 저녁에 학인들끼리 논강을 하며, 논강 내용을 토대로 다음날 아침 수업시간에 논강발기와 중강이 강사스님 앞에 발표하고 강사스님이 학인들에게 질문과 강의를 하는 전통방식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도서관에는 화엄경을 비롯한 금강경, 능엄경 등 목판본 교재와 고서가 5000 여권, 한글 대장경 외 10종류의 대장경과 불교관련도서, 일반문학, 각국 원서 등 1만여 권의 책이 소장돼 있다.
운문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행사 중 하나가 대교과 학인들의 탁발의식과 차례법문이 있다. 대교과 학인들은 매년 2월 초하루에 대구, 부산 등 도시에 나가 행하는 탁발의식을 통해 아집과 아만을 내려놓고 인욕하는 마음을 닦는다. 탁발금은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쓰인다. 250명 학인 뿐 아니라 학장, 학감을 비롯한 모든 강사스님 앞에서 하는 차례법문은 졸업 전에 누구나 치러야하는 통과의례로 수많은 중생들에게 부처님의 말씀을 전해주는 연습이요, 불법의 바퀴를 힘차게 굴리는 엄숙한 자리이다.
생활과 수행이 둘이 아니라는 학장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는 백장 청규를 철저히 실천하는 학인들의 하루일과는 새벽 3시 도량석, 예불, 108참회문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수업,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간경, 저녁 스님들 간의 논강 등 학업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사이사이에 울력을 한다.
운문사의 늦가을 김장울력은 특히 장관이다. 학인뿐만 아니라 학장스님을 비롯한 모든 강사스님들까지도 동참하는 울력시간은 세상만물의 은혜를 알고 갚는 기회가 될 뿐 아니라 생활과 경전공부가 둘 아님을 터득하는 장이 된다.
운문사에는 1997년 비구니 강사를 양성하는 전문 교육기관으로 승가대학원이 개설됐으며, 운문사 모든 강사스님들은 모두 대학원 과정에서 함께 연구한다. 대학원에서는 그동안 경전 연구와 해독·재검토 등을 통해 열반경 화엄학개론, 치문, 사미율의 등 다수의 책을 재편찬했다.
인터뷰-강주 명성 스님
“생활이 곧 수행, 모든 일 참답게”
“수행과 교육이 둘이 아닙니다. 수행이 잘 되면 교육이 잘되고, 교육을 잘 받으면 수행을 잘하는 것입니다.”
현재 전국비구니회 회장을 맡고 있는 명성 스님은 세수 70(1931生)이 훌쩍 넘은 요즘에도 후학들에게 올곧은 수행자의 자세를 가르치는데 여념이 없다.
운문사 회주이며, 학장으로 승가대학원 수업을 맡고 있는 스님은 늘 학인들에게 ‘생활이 곧 수행’임을 강조한다. 생활에 있어서는 ‘무슨 일을 하든지 부처님 뜻에 입각해서 생활하라’는 ‘즉사이도(卽事而道)’를 강조한다. 공양간일을 하건 밭에서 풀을 뽑건, 공부를 하건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고 수행 아님이 없으니 무슨 일을 하건 ‘참다워라’는 말이다.
운문사 강원이 배출한 동문들이 사회복지에도 힘쓰고 병원, 유치원, 복지관 등에서 환자포교, 어린이 포교 등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스님은 1970년부터 운문사 강단에 섰다.
30여년을 모시고 살았다는 학감 일진 스님은 “명성스님은 학인지도 뿐 아니라 개인적인 삶에서도 시종일관 철저하며 한결같은 분이지만, 들꽃이 피는 것 같은 아주 작은 일에도 신비함과 신선한 충격으로 즐거워하시는 분”이라고 말한다.
운문사 강원이 배출한 인재
운문사는 지금까지 39회 1,354명의 동문스님들을 배출했으며, 사회복지, 포교,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동문회장은 법수(반야유치원 원장·14회) 스님이며 동문들의 친목과 회합에 앞장서고 있다. 주요 동문으로는 성정(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혜정(봉녕사 강원 학감), 정관(공주 금관복지관 관장), 진명(BBS불교방송 차한잔의 선율), 계환(동국대 교수), 보광(불광한의원 원장), 정운(보령 세원사 주지), 정률(BTN 찬불가 지도), 지홍(중앙아산병원 법사), 지호(동국대 교수) 스님 등이 있으며 현 교직자스님 모두가 운문사 강원출신들로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