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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불교현장을 가다-대전
연꽃 가득한 '한밭'가꾸기 분주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대전의 사찰들이 갖고 있는 구슬은 서 말이 아니라 그 몇 십 배, 아니 몇 백 배 쯤은 될 것이다. 그만큼 개별 사찰의 능력은 뛰어나다는 얘기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보면 왠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구슬이 꿰지지 않은 탓이다. 다시 말해 개별 사찰의 활동은 활발하지만 그 활동이 지역불교발전으로까지는 연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잠재력은 크지만 아직은 그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는 대전불교. 그런데 최근 들어 대전불교에 이전까지는 감지되지 않았던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구슬을 꿸 수 있는 ‘중심축’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사찰별로 포지션을 정하고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면서 득점으로 이어지는 ‘슛’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결정력. 대전불교는 지금 뛰어난 개인기를 팀플레이로 승화시키기 위한 기회를 엿보고 있다.

현재 대전의 사찰 수는 300여 곳. 교회 수 2000여 곳과 비교하면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왜소하다. 하지만 양적으로 대전불교는 과거와 비교해 비약적인 성장을 해왔다. 20년 전만해도 사찰 수는 100여 곳에 불과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안에 200여 곳의 사찰이 늘어난 셈이다. 기독교세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대전불교는 어려운 여건을 극복해가며 불교의 영역을 확대시켜 온 것이다.

이렇게 20여 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대전의 사찰들은 각자의 분야를 개척하며 질적인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성과를 일궈냈다.

우선 어린이 포교 분야에서는 용화사, 연화사, 성불사, 세등선원, 통도사 대전포교원 등이 눈에 띈다. 20여 년 전 ‘맨 손’으로 시작해 이제는 어디다 내봐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가 됐다. 이들 사찰이 운영하고 있는 여름불교학교와 어린이집, 유치원은 양질의 프로그램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 운영으로 지역민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복지 분야에서도 성장이 두드러졌다. 우선 대전 지역에서 불교계가 운영하는 대표적인 복지시설로는 대전청소년자원봉사센터, 법동종합사회복지관, 서구노인종합복지관, 용문종합사회복지관 등을 꼽을 수 있으며, 구암사는 대전시 시범 납골당으로 지정돼 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대전의 복지사업은 기독교의 몫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게다가 이제는 일부 스님들이 위탁시설 운영에서 벗어나 불교계가 힘을 모은 복지관을 설립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발전 가능성은 어느 분야보다도 크다.

도심 포교도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한마음선원 대전지원과 광수사, 삼문사, 태전사, 통도사 대전포교원 등은 특성화된 프로그램으로 대전 불자들의 신행요람으로 자리 잡았고, 복전암은 수행처로서, 자광사는 외국인을 위한 국제선원과 외국인 템플스테이 사찰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신행단체 활동도 매우 활발해졌는데, 재가신행의 요람을 기치로 내걸고 2001년 문을 연 대전백제불교회관이 기폭제가 됐다. 백제불교회관이 개관하면서 대전정부청사 불자회가 창립됐고, 이어 시청불자회가 만들어지면서 5개 구청에서도 불자회가 태어났다. 2002년에는 충남지방경찰청 불자회가 구성됐으며, 연이어 각급 경찰서 불자회도 생겼다. 그리고 이들 단체들을 중심으로 모두 42개의 신행단체가 협의회를 구성하고 백제불교회관에서 매달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며 유기적인 체계 속에서 신행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대전불교가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이곳의 불교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사찰별, 분야별 활동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대전불교 전체의 이익을 위한 사찰과 개인의 희생도 절실하다고 말한다.

“유명무실한 사암연합회가 실질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단체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의지도 없고, 추진력도 없고, 책임감도 없고…. 올해 봉축행사에 참가한 불자 수가 300명이었습니다. 이렇게 인원이 적었던 적은 없었죠.”

“사찰들 활동과 백제불교회관 활동이 따로 놀고 있어요. 한 지붕 두 가족인 셈이죠. 서로 연계해 움직일 수 있다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텐데, 그게 어렵습니다.”

“(사찰들이)나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하는데 그게 안돼요. 이런 걸 바로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나와야 하는데….”

“대전이 불교하기가 참 어려운 곳이라고들 하죠. 실제로 그래요. 뭐 하나 하려면 여기저기서 견제가 심하거든요. 어느 지역이나 다 비슷한 현상이지만 여긴 특히 심해요.”

대전불교는 지금 지역불교를 이끌고 나갈 리더를 찾고 있다. 전체를 하나로 조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도 바라고 있다. 멀리 내다보는 투자도 필요하고, 서로 돕고 화합할 수 있는 분위기 형성도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신행정수도가 연기ㆍ공주 지역으로 이전하게 될 경우 대전불교의 위상은 충청불교, 나아가 한국불교의 위상과도 직결된다. 대전불교는 지금, 매우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대전불교를 이끄는 주역들

▨만다 스님(통도사 대전포교원 불교대학장?용수사 주지)
“불교를 알면 평생이 즐겁다.” 말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듣는 사람도 유쾌해지는 말. 이 소신으로 신도교육과 청소년 포교에 매진해 온 대전불교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스님. 1992년 대전에 포교원을 내고 불교대학을 개설했다. 5년 전부터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지역의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여름캠프를 여는가 하면, 10년째 장학금을 지원해 오고 있기도 하다. 또한 대전청소년 사회문화원을 설립해 지역 청소년 계도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에 대한 정기적인 후원도 빠뜨리지 않는다. 깊이 있는 법문으로도 유명하다. 한 달에 7~8회씩 전국 각지로부터 법문 요청을 받을 정도. 올해부터는 국군간호사관학교 불자회 지도법사를 맡아 군 포교에도 나섰다. 통일약사여래백옥대불을 건립하는 등 용수사 성역화불사를 계획하고 있다.

▨월해 스님(금강정사 주지?태고종 총무원 총무부장)
일에 대한 열정. 다른 수식어는 사족에 불과하다. 하루를 쪼개고 쪼개도 시간이 모자란다. 태고종 총무원 총무부장을 맡아 서울에서 이틀, 전주 봉서사 주지로서 전주에서 이틀, 태고종 대전교구종무원장으로서 지역의 종단 스님들과의 만남, 대전 원천정보사업학교(소년원) 종교지도법사?공주치료감호소 불자회 지도법사?둔산경찰서 경승실장으로서 한 달에 대여섯 차례 활동하다보면 금강정사는 꼭 잠만 자는 숙소 같다. 2001~2002년 대전 사암련 11대 회장을 맡아 사암련 사무실을 내고 서예, 다도 등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대전불교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오갈곳 없는 노인들을 위해 충북 영동에 노인요양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가을부터 학생법회도 문을 열 계획이다.

▨세운 스님(광수사 주지?대전사암연합회 부회장)
대전불교가 복이 있다면 바로 이 스님이 있기 때문이라는데. 이 지역 불교관계자들은 대전불교를 이끌고 나갈 차세대 리더로 세운 스님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대전의 사찰로는 가장 많은 신도를 자랑하는 광수사와 도심포교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삼문사의 주지로서, 천태종 금강대학교 총무처장으로서 1인 다역을 하고 있다보니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 지난 6월 동국대 불교학과 석사학위를 딴 데 이어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대전에서뿐만 아니라 천태종에서도 실력있는 스님으로 인정받고 있다. 대전사암련 부회장, 둔산경찰서 경승, 대전교도소 종교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지역불교발전에도 기여했다. 불교대학을 열어 체계적인 신도교육을 실시하고, 고아원 설립 및 경로잔치 개최 등 복지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청아 스님(자광사 주지)
‘이제는 세계화다.’ 침체일로를 걷고 있던 자광사를 일약 한국의 국제불교 중심지로 발돋움시켰다. 자광사 주지로 부임한 지 2년 만에 외국인 수행자를 위한 국제선원을 개설하고, 매달 영어법회를 열고 있다. 또 무상사, 국제연등회관과 함께 외국인 템플스테이를 겸한 선센터로 지정되는 성과도 얻어냈다. 국제화를 통해 대전불교 발전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외국인 수행자를 체계적으로 지도하고 해외포교를 위한 내국인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국제강원을 개설하는 것이 꿈이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물리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 상임연구원과 동국대 중앙승가대에서 선학 및 포교사회학 강사를 맡기도 했다.

▨경순 스님(복전암 주지)
대전 비구니계의 어른이다. 25살 때인 1950년 대전에 뿌리를 내린 뒤 비구니 수행도량인 복전암을 일궜다. 오랜 세월 동안 조계종 전국 비구니회 부회장과 선학원 이사를 역임한 뒤 후진양성이 필요하다고 결심, 지금은 복전암에서 후학들을 지도하며 수행에 전념하고 있다. 하나도 수행, 둘도 수행을 강조할 정도로 철저한 수행자의 길을 강조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금도 직접 밭일을 할 정도로 부지런하기도 하다.
대전청소년 선도위원 및 충남도 자문위원 등을 맡아 지역발전에도 기여했다. 불우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보이지 않게 복지활동도 펼치고 있다.

▨영진 스님(용화사 주지?대한불교어린이지도자연합회 대전지부장)
대전 어린이?청소년 포교의 대모. 1984년 용화사를 짓고 어린이?중고생?청년 법회를 시작하면서 대전의 어린이?청소년 포교에 불을 지폈다. 지난 20년간 단 한차례도 거르지 않고 어린이 여름불교학교를 열었으며, 지금도 어린이법회를 운영하면서 새싹포교에 매진하고 있다. 1990년부터는 대한불교어린이지도자연합회 대전지부장을 맡아 지도교사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대전교도소 여성재소자 교화위원과 북부경찰서 경승을 지냈고, 용화사에서 군부대 법회를 여는 등 군?경 포교에도 적극적이다. 또한 대전 지역 비구니 스님들의 모임인 청림회 수석부회장을 지내면서 지역불교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온화하고 친근감 있는 성품으로 신도들과 지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는다.

▨종실 스님(연화사 주지ㆍ연화어린이집원장)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다. 하지만 결론은 하나, 바로 어린이다. 1994년부터 대전청소년자원봉사센터 소장, 대한불교청소년교화연합회 대전지부장, 연화어린이집 원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1년에 만나는 어린이와 청소년 수만도 5만 명 가량. 종실 스님 자체가 걸어 다니는 포교당인 셈이다. 그런데도 스님은 아직도 “배가 고프다”고. 불서와 찬불가를 싣고 동네 구석구석을 다니며 포교할 수 있는 차량을 이용한 ‘이동 포교당’도 만들고, 복지시설을 설립해 지역복지 활동도 펼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대전맹학교에 불자회(아나율회)를 만들고, 점자성전을 발간해 장애인 포교에도 기여했다. 대전에 맹인불자회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사재동 거사(백제불교문화대학 대학원장)
대전 재가불자를 대표하는 인물. 이 지역에서는 재가불교의 산 역사로 불린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41년 동안 불교학생회 활동에서부터 백제불교회관 창립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불교단체가 없을 정도. 충남대 교수불자회와 대불련 지도교수로 활동하면서 조계종 전법도량인 백제불교회관 창립의 산파역할을 했으며, 대전신행단체협의회 초대 회장을 역임하고, 지금은 백제불교문화대학 대학원장으로서 후학양성 및 신도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가볼만한 사찰

▨복전암
넓은 마당을 사이에 두고 대웅전과 명부전, 복전선원과 삼성각이 마주보고 있어 친근감이 느껴지는 구조다. 주변 경치도 아름답고 등산로도 있어 가족과 함께 참배하기에 좋은 절이다. (042)271-0029

▨광수사
단일 법당 건물치고 광수사 만큼 큰 곳이 또 있을까. 이런 대규모의 법당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광수사에 가볼만한 가치가 있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조용히 기도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사찰이다. (042)823-0333

▨용화사
아름답게 가꿔진 도량이 인상적이다.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작은 돌과 한껏 멋을 낸 나무들, 그리고 아담한 법당이 친구처럼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듯 하다. 마음이 포근해지는 절이다. (042)

▨고산사
신라시대에 창건됐으며, 대전에서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사찰로 알려져 있다. 옛 조상들의 숨결이 느낄 수 있는 곳. 대전에서 가장 높다는 식장산에 자리 잡고 있어 등산지로도 각광받고 있다. (042)282-2263

▨자광사
평화로우면서도 친근감을 주는 절이다. 도량이 깨끗하게 정비돼 있고, 3층 규모의 큰 법당이 웅장함을 느끼게 한다. 조용한 분위기여서 수행과 사찰체험을 하기에는 그만이다. (042)822-9220

▨금강정사
절벽 같은 바위 옆에 서 있는 법당. 그 앞으로는 커다란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맑은 물. 산소리 바람소리가 아름다운 곳이다. 계룡산 자락에 위치한 사찰로 기도도량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042)822-5694

▨대흥사
절에 들어서면 먼저 대웅전 앞에 있는 둥근 연못이 눈에 들어온다. 계곡물을 모아 만든 연못 가운데에는 육모정이 있어 전원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연못 뒤로 마당을 사이에 두고 팔작지붕의 대웅전이 자리 잡고 있다. (042)584-4930
한명우 기자 | mwhan@buddhapia.com |
2004-07-24 오전 9: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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