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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옥련암에서 열린 청각장애아와 학부모를 위한 불교체험캠프에 온 유정(경남정보대1)이는 절에서 보낸 시간이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7월 10~11일 청각장애아 통합학부모회(회장 전점순)에서 연 불교체험캠프에는 유정이처럼 청각 장애를 가진 유치부, 초, 중, 고등학생과 학부모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구화(口話)로 의사소통을 하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산사의 적막을 깨뜨렸다. 분명치 않는 발음이었지만 아이들의 의사 표현은 분명했고 절에서 보낸 하룻밤에 대한 느낌은 한결같이 “좋다!”는 것이었다. 청각장애를 가진 동생과 함께 참석한 한설(울산 효정중 2)이는 “장애를 가진 동생을 보살피기 위해 매년 열리는 캠프에 따라가곤 했지만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인 산사에서의 시간은 처음”이라고 했다. 또한 엄마, 누나와 함께 참석한 창현(성천초 2)이도 절에서의 생활이 새롭기만 하다.
아이들과 함께 사찰을 찾은 학부모들의 마음도 흡족하다. 청각 장애아를 위한 법회가 별도로 없기 때문에 절에 가본 아이들이 극히 드문 상황이라 절에서 보낸 시간 자체가 아이들에겐 공부이고 새로운 체험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은영 통합학부모회 총무는 “스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이들에겐 신선한 경험이다. 그리고 학부모들에겐 스님의 말씀을 들으며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이번 캠프의 의의를 설명했다. 지금까지 청각 장애 극복을 위한 언어, 발음 등에 관련된 전문 강사를 초빙해 들었던 강의와는 차별화 되는 도원 스님의 특강과 명상, 수화노래 배우기, 산행, 통도사 성보박물관 관람 등 프로그램도 풍부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었던 것은 수화 노래 배우기와 명상. 평소 수화를 사용하지 않고 구화로 의사소통을 하는 아이들로선 손가락 모양으로 의사전달을 하는 수화가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사랑으로’라는 노래를 수화로 부르며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또한 산행 후 통도사성보박물관에 전시된 탱화, 불상, 불화들을 둘러보는 시간에는 불교미술에 관심이 많은 아름이의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이번 캠프의 장소 섭외와 강의 등으로 적극적인 지원을 펼친 도원 스님은 “청각 장애아 통합학부모회와 지속적인 교류를 갖고 법회, 수화배우기, 명상 등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