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의 오래된 맛과 향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인스턴트식품처럼 퍼져가는 요가수련원, 그리고 기계적인 아사나에 목마른 요기(yogiㆍ요가수행자)들을 바라보는 노 교수의 마음이 편치 않다.
“요가는 삼매입니다. 일체의 본바탕이자 심법(心法)입니다. 철학을 잊고 수련하는 수행자들이 안타깝습니다. ”
동국대 원의범(83) 명예 교수가 7월 10일 서울 신촌의 홍익요가연구원에서 요가철학을 강의하기 시작했다. 이날은 10주 과정의 <요가수트라> 원전 강의가 시작되는 날. 40여명의 수련생들은 인도철학의 대가가 풀이하는 요가경전 강의를 듣기 위해 휴일 아침도 반납한 채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요가수트라>는 기원전 200년경에 인도의 파탄잘리가 저술한 요가경전으로, 고전 요가를 대표하는 요가철학의 중심 사상서. 원 교수는 기본적인 요가철학의 보급조차도 이뤄지지 않는 국내 요가수련원 현실을 비판하며 요가수트라 원전 강의를 자청했다. 이론과 실천을 하나로 생각하는 이승용 홍익요가연구원장이 그 뜻을 함께 나눴고, 연구원의 요가지도자ㆍ수련생들은 그것에 동참하고 나섰다.
강의는 산스크리트 원문과 구문의 직역, 그리고 원 교수의 추가적인 해석으로 이뤄졌다. 원 교수는 삼매의 장, 실수련의 장, 신통의 장, 자유의 장 등 4장으로 이뤄진 경전을 하나하나 풀이하며 요가철학의 맥을 짚어나갔다. 경전의 구절구절을 낱낱이 발음해가면서 다양한 번역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수십 여 년간의 연구 경력을 살려 가장 적절한 해석의 틀을 내어놓기도 했다. 그리고 틈틈이 인도철학이라는 거대한 사상 체계로 시야를 확대해 수강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인도철학을 물이라 하면, 요가철학과 불교철학도 물입니다. 그런데 요가철학은 소금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교철학은? 물은 물인데 소금물은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 소금물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
이들 철학은 ‘해탈’에 이르는 ‘바른 방법’을 제시한다는 면에서 닮아있다. 요가는 관념에 머물지 않고 인간의 의식과 의지를 새롭게 하는 방편을 제시할 수 있다. ‘물구나무 서기’가 ‘요가 체위의 왕’이라 불리는 까닭은 스스로의 힘으로 가장 힘든 자세를 소화해 낸다는 의지를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원 교수는 “요가는 나의 에너지를 조절하고 완성하려는 인간 정신에 대한 이해를 수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이 마지막 강의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 시간이 넘는 강의를 쉼없는 열의로 채우는 원 교수. “요가철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이 살아있는 대가의 강의다웠다”는 한 수강생의 말처럼, 남은 강의를 기대하는 이들 역시 그에 못지않은 열정으로 10주를 보내지 않을까. 홍익요가연구원=(02)333-2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