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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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불심 화두10]2 직장 동료 모두 도반
마음 열면 일도 신행도 ‘손발이 척척’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일과 속에서 직장인들은 얼마나 상사, 동료, 후배들로부터 ‘사람 냄새’를 맡으며 살고 있을까?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이기적인 사람도, 일에 미쳐 사는 일벌레도 따뜻한 인간미를 바라는 마음만큼은 똑 같을 것이다. 일터불심은 어떨까? 마찬가지다. 서로의 인간적인 가치를 발견하고, 인정하면서 동료애를 ‘도반애’로 승화시키기 위한 지혜를 짜내고 있다.

그렇다면, 일터불자들은 직장에서 상사, 동료, 후배들과 어떻게 도반의 의의를 다지고 있을까. 또 서로를 도반으로 여기기까지 무슨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어떠한 방법으로 도반애를 키우고 있는지 직장불자들에게 들어봤다.

소비자보호원 법우회 김종관 총무(38·동곡). 그는 소보원에서 ‘동곡 선생’으로 불린다. 4~50대 국·팀장급 상사 직장불자들도 ‘계급장’을 떼고 김 총무에게 ‘불교의 ㄱㄴㄷ’을 배운다. 자칭 법우회 막내(?)라는 송병준 홍보실장(55·수송), 직장생활 17년차인 부회장 장학민 법무보험팀장(48·보현)과 손성락 기획예산팀장(45·명관)도 모두 동곡 선생을 깍듯이 모신다. 나이가 적고 직책이 낮아도 김 총무는 그들의 ‘도반’이기 때문이란다. 심지어 천주교 신자인 최규학 소보원 원장도 김 총무가 정기적으로 원내 인트라넷에 올리는 주옥같은 경구를 즐겨 읽으며, ‘동곡 선생’이란 애칭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이 이처럼 나이와 직급을 초월해 서로를 도반으로 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로에게 ‘사람의 향기’를 전하기 때문이다. 바쁜 업무 가운데에도 틈틈이 만나 ‘마음공부’를 점검해주고, 법우회원 집안에 경조사가 생기면 목탁을 들고 달려가 ‘사람 사는 정’을 나누었다. 또 종교와 관계없이 사무실 동료의 넉넉한 ‘말벗’이 돼주었다.

“직장에서 도반을 만난다는 것은 직장불자로서 엄청난 인복입니다. 일터도반은 직장에서의 일상적인 만남을 특별하게 만드는 힘을 주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1년,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훌쩍 넘기고 불교에 귀의한 송 실장은 일터도반은 삶의 지혜를 일러주는 길라잡이가 된다고 말한다.

그럼, 이들은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을까? 1년 넘게 출퇴근 시간 차안에서 <금강경>을 세 번 완독하는 손 팀장은 잠시 수행의 고삐를 놓았던 장 팀장이 재발심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었다. 또 ‘동곡 선생’ 김 총무는 늦깎이 불자 송 실장의 불심을 깊게 했다. 결국 서로가 경책이 되고, 마음 닦는 마음공부에 ‘신행의 거울’이 돼준 셈이다.

이들처럼 일터에서 도반을 맺는 데에는 어떤 마음자세가 필요한 걸까? 전국교사불자연합회 군산지역회장 성귀자 군산초등학교장(58)에게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성 교장은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통해 후배 불자 교사들과 도반애를 나누고 있다. ‘호랑이 교장선생님’으로 소문난 성 교장이지만, 하루 종일 업무에 치여 파김치가 된 후배 교사들을 생각하면 이내 ‘맏언니·누나’가 된다고 말한다.

“일터에서 도반을 맺기 위한 마음자세는 하심(下心)에 있습니다. 내 마음부터 내려놔야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일터도반이 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마음자리를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신뢰감이 생겨 서로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겁니다.”

일터도반간의 믿음은 종교를 뛰어 넘기도 한다. 서울구치소 개신교 모임 신우회원인 박진호 씨(35·보안과)는 지난해 3월부터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불교계 정신지체장애인 복지시설 녹향원에서 목욕봉사를 해오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올해초부터는 구치소 불심회 내 자원봉사 소모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왜 종교가 다른 박 씨가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을까?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같은 사무실 선배 이남수 보안계장(54·원광)에게서 ‘따뜻한 사람의 체취’를 맡게 됐기 때문이다. 박 씨는 지난 2002년부터 구치소 불심회장인 이 계장이 하루 근무, 24시간 당직, 1일 비번으로 이어지는 근무형태에도 묵묵히 정신지체장애인들과 사랑을 나누는 모습에서 진한 감동을 받았다.

“이 계장님이 올 봄, 녹향원 입구에 항아리를 가져다 놨습니다. 여기에 된장 고추장을 집에서 퍼와 담아 넣었지요. 낮은 담장 밑에는 봉선화를 심었고, 텃밭에 상추씨도 뿌렸습니다. 정신지체장애인들을 동생, 아들같이 여기는 이 계장님의 모습에서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됐습니다.”

사람이 좋아 직장불자간 도반을 맺게 도움을 주는 일터불자도 있다. 한국공무원불자연합회 사무국장 안홍부 법무과장(57·도광)이 주인공. 공불련과 감사원 불자회 창립을 주도한 안 국장은 감사원 불자회에서 ‘공무원 불자 찾는 귀신’으로 통한다. 출장이 잦은 직업특성을 살려 안 국장은 출장기관에서 불자들을 일일이 찾아 불자회 결성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안 국장이 일터도반 맺기에 나선 것은 대학시절 불교학생회에서 쌓은 불심과 졸업 후에도 계속된 지도 경험에서 비롯됐다.

안홍부 과장은 “지금 이 순간, 각자의 일터에서 근무하는 상사, 동료, 후배들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라”며 “그들이 바로 마음을 나누는 일터도반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일과 신행을 모두 잘 하는 직장불자가 되자”고 강조한다.
김철우 기자 | ingan@buddhapia.com |
2004-07-12 오후 1:20:00
 
한마디
선배님, 과찬이십니다. 더 자세히 네티즌에게 알려주셔야지요. 김 기자는 이래서 멋지고, 무슨 요일에 한가한지 등등... 암틈, 건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4-07-28 오후 5:58:19)
15
불심 깊고 멋진 직장불자로 김철우 기자를 꼽을 수 있다고 합니다. 더구나 아직 총각인데...^^
(2004-07-28 오후 3:4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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