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먹물을 칠한 다음에 종이를 대고 골고루 문지른 다음 종이를 떼면….”
공주 갑사 김경범 사무장이 탁본 시범을 보이자 한 외국인이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자신이 직접 해본 탁본을 펴보고는 빙그레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펴 보인다. 다른 한쪽에서는 15명가량의 외국인들이 한국불교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자유분방한 자세지만 눈빛은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7월 6일 오전 계룡산 갑사. 러시아 사하공화국 교육위원회 위원 43명이 5일부터 한국사찰체험을 하고 있다. 탁본 체험과 한국불교에 대한 설명은 이번 일정의 마지막 프로그램. 참가자 대부분이 한국 스님의 지적이면서도 영적인 힘이 인상적이었으며, 참선과 발우공양은 힘들었지만 재미있고 유익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특히 스님과 참선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스님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참선은 왜 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계속해 이어졌다. 절(卍) 표시가 ‘나치’ 표시와 비슷한 이유를 묻는 사람도 있었다.
러시아 사하공화국 교육위원회 위원 43명이 갑사에서 7월5~6일 이틀간 사찰 체험(템플 스테이)을 한 것은 한국의 교육현장을 둘러본 뒤 한국을 제대로 알기 위해 한국 문화를 배울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다.
사하공화국 교육위원회는 초등학교 교사에서부터 대학교수까지 포함된 교육정책개발을 위한 정부기관. 이들은 아침(저녁)예불, 참선, 발우공양, 명상, 월인석보 탁본, 불교무술체험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해 한국 불교 전통과 문화를 체험했다.
갑사는 이번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면서 특별히 사중의 일부 스님들도 함께 동참토록 했다. 다른 템플스테이와는 달리 한 나라의 교육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인사들이 참여했기 때문에 한국 불교를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참가자들 역시 교육자들이어서인지 꼼꼼하면서도 세심하게 한국불교를 관찰했다.
사하공화국 교육위원회 회장 조로소바 올가(52·Chorssova olga)는 “평소 불교에 대해 알고 싶었는데 이번 체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며 “짧은 일정이었지만 한국 불교는 매우 인상적이었으며, 돌아가서 학생들에게 한국 불교에 대해 얘기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와서 현재 대진대 한국어과(4년)에서 공부하고 있는 리나(20·Nina)는 “통역을 하면서 한국불교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불필요한 생각과 물질에 대한 욕심을 버리라는 불교의 가르침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찰 체험 일정이 모두 끝난 뒤 갑사 주지 장곡 스님과 간단한 대화 시간이 이어졌다. 장곡 스님은 “불교는 앉아서 수행만 하는 게 아니라 시민들과 축제도 함께 하고 어려운 이웃이 있으면 돕기도 한다. 모든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여러분들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기기 바란다”라며 인사말을 건넸다.
장곡 스님의 말을 리나가 통역하자 참가자들은 일제히 합장 인사로 답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