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 꽃핀 ‘학구파’들의 간경도량
서울 시내에도 조계종의 정식 인가 강원이 있다. 산중이 아닌 돈암동 주택가 도심 포교원이면서 국내 유일의 통학강원인 삼선강원(강주 묘순)이 바로 그 곳.
삼선강원 학인은 일반 상주강원과 마찬가지로 오전 6시 30분 상강례를 시작해 9시 30분까지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외부에서 각자 용무를 본다. 이곳을 다니는 학인 40여명 대부분은 각자 절에서 청소년포교, 어른스님 시봉, 대학·대학원·특수교육기관 재학 등 2~3가지 일을 한꺼번에 해낸다. 웬만한 근기가 아니면 엄두도 내기 어려운 빠듯한 생활이다.
삼선강원은 1978년 의정부 약수선원에서 상주강원의 이력과정을 마치지 못한 비구니 스님들에게 간경의 기회주기 위해 지광(삼선포교원장) 스님과 강사 묘순 스님이 ‘주림강원’의 문을 열면서 시작됐다. 대중포교 일선에서 활동하면서 전통 강원의 교육을 병행할 수 있는 통학 강원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통학 강원이라는 한계 때문에 종단의 지원보다는 제약이 많았던 시절도 있었다. 통학 강원이라 대중습의가 부족하다는 약점이 문제였다. 1996년에는 승가교육 개편으로 강원 자격인가를 받지 못해 폐교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당시 학인 30여 명은 한 겨울 조계종 교육원 건물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묵언시위’로 폐교를 막아냈다. 종단에서도 삼선강원이 아니면 배울 곳이 없는 통학 강원 학인들의 절박한 현실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흔히 통학 강원은 교과과정이나 학사 일정이 약간은 느슨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만 그것은 편견이다. 4년을 매일 새벽 6시 30분에 출석해야 하고 매 학기 중에도 휴강은 법회를 보는 매월 초하루·보름 이틀 밖에 없다. 결강 3번이면 퇴방처분을 받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모두들 어려운 여건 속에서 강원을 다니는 만큼 학업에 임하는 열의도 남다르기 때문이다.
교과과정은 다른 사미니 강원과 마찬가지로 묘순 스님과 수경(학감), 도안(강사), 선문(중강) 스님의 지도아래 교육원에서 정한 내전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기본교과 과정 외에 특별활동은 삼선강원의 자랑인 수화(手話)교육과 꽃꽂이 수업이 있다.
강원의 주목적이 ‘교육’과 ‘수행’을 통한 출가자의 위의를 갖추게 하는 것이라면 대중습의를 익히는 면에서 통학강원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신 삼선강원은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학기 중 보름에 한번 대중공사와 한달에 한번 법공양 형태의 포살을 실시한다. 상주강원에 비해 대중습의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곳 나름대로 삼직(입승, 찰중, 총무)소임을 두고 의제와 품실을 학인들 스스로 점검하게 한다.
대부분이 만학이었던 강원의 초창기 학인들 가운데는 주지를 맡고 있거나 큰 사찰의 중진 스님도 간혹 없지 않았다. 그렇지만 일단 강원 안에서는 학인일 뿐이며 상·하반 사이의 위계가 엄격하다. 지금도 이런 전통은 계속되고 있으며 강사스님들도 참회와 포살을 통해 부족하기 쉬운 대중습의를 지도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02)923-0582
삼선강원이 배출한 스님들
올해로 20회 졸업생을 배출한 삼선강원의 동문은 약 200여명. 동문회장은 강원 4기 출신 해성 스님이 맡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연화원 원장인 해성 스님은 청각장애인들을 돌보고 있으며 삼선강원 학인들의 수화노래 공연을 지도해주고 있다. 학인시절부터 포교일선에서 활동하던 스님들이 많았던 만큼 졸업 후에도 종단의 포교분야에서 왕성한 활동력을 자랑하고 있다.
주요 동문으로는 보명(불교연화꽃꽂이연합회 대표), 정명(연화플라워 회장), 도원(동국대 불교아동학과 교수), 도현(BBS 거룩한 만남 진행), 무구(우리출판사 대표), 수경(삼선강원 강사), 화정(평택 법명사 주지), 묘전(소쩍새 마을 부관장), 선주(대구 보림사), 혜조(실천불교승가회), 경허(미국 뉴욕 혜안정사), 정오(호주 시드니 관음사) 스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