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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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불교현장을 가다-충남 부여
백제불교 위업잇기 ‘공동화두’
백제불교의 고도 부여. 이곳의 사찰이나 절터, 그리고 각종 유물은 부여가 백제불교의 찬란했던 문화를 꽃피웠던 곳임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국보 5점, 보물 14점 등 국가지정 문화재 45점에 도 지정 문화재까지 합쳐 모두 180여 점의 문화재가 산재해 있는 백제불교의 보고(寶庫).

이런 유구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부여불교는 그 옛날 찬란했던 불교 역사를 재현하기 위해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무량사, 고란사, 무진암, 오덕사 등 각 사찰들이 백제 불교의 역사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 마련에 나섰고, 아직 구상단계에 있기는 하지만 백제불교 유적들을 관광자원화해 부여불교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계획도 일부 사찰들을 중심으로 검토되고 있다.

먼저 부여를 대표하는 사찰인 무량사는 지난해 시작한 대웅전 사지 발굴 작업을 계속 진행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대웅전 복원도 계획하고 있다. 또한 극락전이나 석탑 등 문화재가 많은 점을 최대한 활용, 살아있는 역사교육장으로 개발해 부여 불교의 이미지를 높일 생각이다.

고란사는 정림사지의 정책적 복원 및 개발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이를 위해 군과의 협조체계 구축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한 백제불교가 일본에 끼친 영향 등을 중심으로 고란사 관련 문헌을 정리하는 한편, 고란사를 기도도량으로 가꾸는 등의 종합발전계획을 통해 부여불교의 이미지를 더욱 확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미암사 역시, 백제불교의 맥을 잇는 것이 부여불교 발전의 핵심이라고 판단하고 문화재를 활용한 부여불교 발전 방향을 모색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우선은 전통사찰인 미암사를 관광사찰로 변모시키고, 부여 문화재의 복원 및 홍보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무진암은 경내에 있는 김시습 부도를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면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다도 프로그램과 복지 등 각종 문화프로그램을 통해 역사와 현대 불교문화를 잇는 문화도량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와 함께 주지 정원 스님은, 무진암이 인근 청양과 보령을 아우르고 있는 지리적 이점을 살려 대중의 수행처이자 휴식처로 자리매김 시키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지난 몇 년간 문화재 검증작업을 통해 괘불탱이 보물(제1339호)로 지정되는 성과를 거둔 오덕사는 지속적으로 사찰 문화재의 가치를 검증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오덕사와 부여군이 힘을 모아 사찰의 옛 모습을 되살려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렇게 부여의 사찰들이 지역불교 발전방안을 모색하고 나선 것은 부여불교가 지닌 잠재력이 큰데다, 발전 가능성도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부여불교를 어느 정도 성장시킨 이곳 사찰들은 노력 여하에 따라 부여 불교의 위상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부여 불교는 10년 전보다 사찰 수가 10여 곳이나 늘었고, 지난해에 부여경찰서 경승실이 개원한데 이어 올해 5월에는 부여군 공무원불자회가 창립됐다. 또한 부여 거사림회가 활발히 활동하면서 신도들의 의식수준도 높아지는 등 질과 양적인 측면에서 성장을 해왔다.

게다가 정림사지 내에 정림사지유물전시관이 건립돼 개관을 앞두고 있고, 백제재현단지가 조성되고 있는 등 부여군 차원에서도 백제불교의 혼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어 부여불교의 성장 가능성은 어느 지역보다도 높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부분도 없지 않다. 우선 사찰 간 단합을 통한 유기적인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다. 사암연합회가 그런대로 역할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역불교 현안을 해결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 지역 스님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또 부여불교 관계자들은 군에서 실시하고 있는 관광 프로그램 외에 사찰들이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해 관광객들을 유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와 함께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을 위해 정부 및 자치단체와의 긴밀한 협조도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부여불교 이끄는 주역들

성수 스님
고란사 주지
부여사암연합회장

신행지도·포교로 바빠
97년부터 지금까지 8년간 고란사 주지를 맡으면서 부여불교 활성화에 기여해왔다. 90년 읍내 한가운데에 마련된 고란사 포교당(불교문화원)에서 주로 머물며 신도활동 및 신행단체 활동을 지원하는 등 포교에 여력을 쏟고 있다.
부여경찰서 경승실장, 부여군공무원불자회 지도법사, 운불련 부여지회 지도법사를 맡고 있으며, 해마다 어린이 여름불교학교도 열고 있다. 94~99년까지 조계종 포교원에서 일했으며, 포교국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열악한 불교문화원의 운영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석전 스님
무량사 주지

5년간 백일기도 8회
부여 지역 스님들이 석전 스님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지난해 6월 무량사 주지로 부임한 이래 도량 정비에 나서는 등 무량사 부흥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슬레이트 건물인 선원을 전통양식으로 바꾸고, 보물급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한 방범시스템도 갖출 예정이다. ‘수행이 곧 포교’라는 신념 아래 신도들에게도 수행을 강조하면서 내실을 기하는데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 5년간 백일기도만 여덟 차례나 했을 정도로 수행과 기도에 열심이다.
최근에는 1천만원의 장학금을 부여군에 기탁하는 등 지역 복지에도 기여하고 있으며, 보수적이고 유교적 성향이 강한 지역 정서를 개혁적이고 불교적인 마인드로 바꾸는데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초 스님
정각사 주지

군포교 활동 ‘전국구’
군 포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지금도 강원도, 경기도, 충북 지역 군부대를 찾아다니며 법회를 열고 있을 정도로 열정이 남다르다. 현재 전통사찰인 정각사의 위상을 되살리기 위해 도량 정비작업을 진행 중이다.
30년을 넘게 선방을 돌아다니며 수행에 몰두해 온 스님답게 스님에게든 재가자에게든 항상 수행할 것을 강조한다. 광주교도소교화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부여경찰서 경승을 맡고 있다. 아이들에게 한문을 가르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꿈이다.

만청 스님
미암사 조실
대각종 총무원장

백제불교계승 노력
지난 7년간 부여사암연합회장을 맡아 부여불교 발전에 노력을 기울였다. 12년간 미암사에 머물면서 미암사 발전을 위해 각종 불사를 진행 중에 있다. 장기적으로는 국민들이 많이 찾는 관광 사찰로서의 면모도 갖추겠다는 계획을 추진할 방침이다. 백제불교를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부여불교 발전에 공헌하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이사, 법무부 교정위원, 한일백제불교교류회장 등을 맡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정원 스님
무진암 주지
부여사암련 부회장

10년 불사한 ‘터줏대감’
무량사에서 출가해 40년이 넘게 이곳에서 활동해 온 부여불교의 터줏대감이다. 지난해까지 10년 불사를 통해 대웅전, 요사채, 선방 등을 건립, 오늘의 무진암을 일궈냈다. 수행자의 본분을 중요시 여겨 이곳에 있는 스님들에게도 열심히 수행할 것을 늘 당부한다.
노인복지에 관심이 지대해 오래 전부터 노인복지 활동을 해왔으며, 부여경찰서 경승을 맡고 있기도 하다. 또한 다도교실을 열어 지역 문화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역민으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으며, 부여의 각급 기관장들이 자주 찾을 정도로 명망이 높다. 절 입구에 노인들을 위한 휴식공간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승우 스님
보리사 회주

무의탁 노인의 손과 발
부여 어린이·청소년 포교를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년 전 보리사를 창건하고 포교에 주력해왔으며, 지금은 부여에서 유일하게 어린이, 청소년, 신도회 등의 계층별 법회를 열고 있다. 여기에다 합창단까지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탄탄한 신도 조직을 갖춰 놓았다.
7년간 부여 청소년자원봉사센터를 운영하기도 했으며, 경찰서와 군부대 포교 및 지역 노인 복지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무의탁노인 가정을 손수 방문해 봉사활동도 하는 등 노인복지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사찰 내 노인복지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운불련 부여지회를 적극 후원하고 있으며, 지역 학생들을 위해 10년이 넘게 장학금을 지급해오고 있다.

서명 스님
오덕사 주지

도량정비·사진작가 활동
신라시대 당시 16개의 부속암자를 거느렸다는 오덕사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 6년간 법당 개축공사를 한데 이어 산신각을 짓는 등 도량 정비에 주력하는 한편, 오덕사 문화재 발굴에도 심혈을 기울여왔다.
한국사진작가협회와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특히 30여 년간 사진작가로 활동해 온 경험을 토대로 전국의 불교문화재를 사진으로 남기겠다는 발원을 하고 있다.

이학래 거사
한국운전기사불자연합회 부여지회장

운불련 회원배가 추진
지난해부터 회장을 맡아 운불련 부여지회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다. 매월 한 차례씩 열리는 정기법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 회원들에게 모범을 보이면서 봄·가을로 성지순례법회를 실시하는 등 회원들의 동참과 결속을 유도하고 있다. 군 단위로서는 유일하게 운불련 지회를 두고 있다는 자부심도 대단하다.
최근 회원수가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여서 회원 배가를 위한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또한 부여지회가 지역 불교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돋보기

고란사
낙화암 아래 백마강가 절벽에 위치해 있다. 절 뒤편에서 솟아나는 약수와 고란초의 전설로도 유명하다. 백마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등 주변 경관이 아름답다. 충남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돼 있는 사찰. (041)835-2062

무량사
부여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통사찰. 역사성과 웅장함, 그리고 뛰어난 자연환경을 모두 갖추고 있다. 여느 건축에서는 보기 드물게 2층으로 돼 있는 극락전(보물 제356호)과 장중한 느낌을 주는 5층석탑(보물 제185호) 등 많은 문화재를 자랑한다. (041)836-5066

보리사
잘 정돈된 경내가 인상적이다. 요사채 지하에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고, 사찰 한 켠에는 어린이 놀이터도 있다. 가족끼리 와서 신행활동을 하기에는 그만인 사찰이다. 기도도량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041)834-7755

무진암
절 마당에 들어서면 아름답다는 느낌이 든다. 잘 가꿔진 정원처럼 깔끔한 경내와 수채화같이 맑고 소박한 주변 경관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포근함을 준다. 기도도량으로도 유명해 외지에서도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 (041)836-5023

미암사
백제 무왕 때 한 할머니가 지극정성으로 기도하던 중 관세음보살이 나타나 호리병에서 쌀 세 톨을 바위에 던지자 자손도 얻고 날마다 먹을 만큼의 쌀이 바위에서 나왔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는 쌀바위로 유명한 절이다. (041)832-1188

정림사지
부여읍내 한가운데에 위치한 백제시대 사찰터. 국보 제9호인 정림사지 오층석탑과 보물 제 108호인 석불좌상이 있다. 부여에 와서 정림사지를 보지 않는다면 핵심을 보지 못하는 격. 오층석탑에 걸린 저녁노을이 일품이다.
한명우 기자 | mwhan@buddhapia.com |
2004-07-05 오전 9: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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