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의 외호와 실천의 길은 멀지 않은 듯했다. 함께할 도반이 6명뿐이라는 것, 살림밖에 모르는 주부들이 빈손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너와 나는 둘이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시방세계를 오가며 보시행에 매진했다. 그렇게 걸어온 길이 벌써 30년이다.
재가여성불자단체인 불이회(회장 홍라희)가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1974년 한 화랑을 빌려 시작된 불이회는 윤용숙, 박명자, 강말원 씨 등 6명이 만든 모임. 현재는 40여명의 회원들이 사회 곳곳에서 왕성한 활동에 닻을 달았지만, 당시는 여성의 사회활동 제약도 심했고 불교 내 신행단체의 활약 역시 미미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발기인들은 어렵사리 여성불자 모임을 꾸린 이래 원만한 회향의 원력을 품고 30년을 달려왔다.
불이회의 가장 돋보이는 활동은 바로 ‘인재불사’를 위한 실천에서 읽을 수 있다. 불이회는 창립 10주년을 맞아 ‘불이상’을 제정한 이래 매년 2명 이상의 수상자를 배출해 왔다. 불교나 관련 학문의 연구에서 두각을 나타내보인 이들, 음지에서 전법의 꽃을 피운 불자들을 선정해 시상한 것이다. 조계종의 ‘포교대상’보다도 1년 앞서 제정된 불이상에는 국내외 출ㆍ재가자들 63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불이회는 이러한 외부적인 활동에만 머물지 않았다. 전 회원을 지도자로 양성하겠다는 신념 하에 불교 교육에 적극적으로 뛰어 들었다. 불교대학 등의 교육과정이 생소하던 시절, 그들은 직접 발품을 팔고 다니며 각계각층 선지식들에게 강의와 설법을 청했다. 광덕 스님, 탄허 스님, 이기영 박사 등 그들이 찾아 모신 이들은 100여명에 이른다. 또한 단체 내에 금강경독송회를 조직해 여성불자가 주축이 되는 생활불교의 터를 닦기도 했다.
이밖에도 30여년에 이르는 군포교 활동, ‘불교 복지’의 이름조차 생소하던 시절의 양로원과 교도소 봉사활동 등을 통해 나눔 실천을 생활화하며 주목을 받았다.
윤용숙(68ㆍ여성문제연구소) 명예회장은 “앞으로도 불자로서 자신의 위치와 능력을 점검하고 그것을 사회에 회향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고민해 나갈 것”며 “30주년을 기념해 젊은 여성불자들을 영입, 불이 정신을 사회 속에서 적극적으로 펼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