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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무등산 혜룡사 주지 혜우 스님(68. 미타종 부종정). 군부대위문공연을 혼자했다고 하기에는 억지같지만 그렇다고 누구하나 부인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신도들 도움없이 스님이 여기저기 법문하고 받은 거마비에 가끔 들어오는 제(祭) 비용을 모아 천여 명의 장병들은 위문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4년째 계속 되어오고 있는 연례행사이다.
스님의 이력은 미타종 부종정이라는 직함에서 충분히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스님이 주석하고 있는 혜룡사는 법당 옆에 방을 내서 대중이 기거하는 인법당으로 ‘토굴’에 불과하다. ‘큰스님’이란 소문에 참배온 사람치고 놀라지 않은 이가 없다. 신도들은 ‘번듯한 부처님 집(법당) 짓자’고 안달이고, 스님은 그러는 신도들을 호되게 나무란다.
“지금 한국에 있는 절도 많아. 가진 것이 있으면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줘. 그것이 부처님 집 짓는 것이여. 복으로 치면 법당기둥 보시한 것 보다 더 큰 거여”
혜룡사 법당 부처님 앞에는 특이하게도 보시함 대신 접시모양의 나무함이 놓여있다. 누군가 참배하고 보시금을 놓으면 거두지 않고 여기에 놓아둔다. 필요한 이가 있으면 가져다 쓰라는 스님의 배려에서다. 공양미도 마찬가지이다. 법당 한편에 포대째 쌓여있다. 절에서 쓰고 남았으니 배고픈 이는 아무나 가져다 먹으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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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삼아 붓글씨를 즐기는 스님은 호주머니에서 꺼내 줄 것이 없으면 달마도나 글씨 한점이라도 건내며 부처님 마음으로 살라고 당부한다.
일년이면 공연이 10여 차례가 넘다보니 아예 공연단이 신도이고 신도가 공연단이 되곤 한다. 위문공연차 스님을 만났다가 스님의 뜻에 감동해 대부분 신도가 된 것이다.
“그동안 훌륭한 분은 위인전에만 있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스님을 만나고 놀랐어요. 세상에 어쩌면 그렇게 아낌없이 주는지 모르겠어요. 우리 스님은 남에게 하나라도 못줘서 안달입니다. ‘이거 가져가’가 스님의 레퍼토리예요”
신도회 총무를 맡고 있는 배소연 씨. 트롯가수로 활동중인 배씨도 스님의 위문공연에 왔다가 신도가 됐다. 배씨 말고도 위문공연 후 신도가 된 연예인이 대여섯 된다.
위문공연단은 많으면 20여 명으로 구성된다. 이들 출연료만 해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위문이니 떡, 과일 등 먹거리까지 준비하다보면 그 비용이 엄청나다. 그래도 요즘은 스님 일이라면 만사 제쳐두고 나서는 연예인이 꽤 되어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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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창설기념 체육대회가 한창인 나주 00부대 연병장에 무대가 설치됐다. 위문예술단은 지역에서 활동중인 서우정, 주권기, 배소영, 유상호 씨 등 포크송, 트롯 가수와 국악, 치어걸, 각설이 등 20여 명의 다양한 연예인들로 구성됐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장병위안공연은 예술단의 열정과 장병들의 패기가 어우러져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부대장의 포상휴가 선물에 장병들이 온 몸을 바쳐 펼친 장기에 열기가 더해갔다.
이어 5시, 담양 특전부대로 긴급 이동한 공연단은 또다시 어둠이 내릴 때까지 마지막 끼를 발산했다. 각설이의 걸쭉한 입담 속에 돌아가는 찌그러진 깡통. 공연 내내 장병들과 한 몸이 된 공수여단장 정상덕 준장도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다.
“전방에 비해 후방은 위문공연이 흔치않은 편입니다. 군인들은 사기로 먹고삽니다. 이렇게 마음껏 젊음을 발산하고나면 병영에도 활기가 넘쳐납니다. 아울러 장병들은 스님의 인품에서 부처님을 만납니다. 스님을 오래오래 기억하거든요”
공수 특전사 불자회장을 맡고 있는 오원석 중령은 “수많은 법문보다 스님이 마련해준 위문공연이야말로 최고의 야단법석이다”며 혜우 스님에게 감사해 한다.
혜우 스님이 군부대에서 ‘이것도 가져가’라며 말없이 준 것은 군인의 사기뿐 아니라 불법(佛法)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