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명의 사람들이 선방에서 걸음에 집중하고 있다. 처음에는 그저 편안하게 걷는 듯하더니 차츰 보폭을 줄이고 발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하기 시작한다. 발을 들어 앞으로 옮기는 동작, 옮긴 발을 바닥에 찬찬히 내려놓는 동작 어디에서든지 쉼없는 관찰이 살아있다. 그 관찰은 움직임을 넘어서 발의 가벼움과 무거움, 뜨거움과 차가움 등의 느낌으로까지 이어진다.
매주 월ㆍ목요일 한별심리연구소 선방에서 열리는 명상모임은 이 같은 걷기명상(행선)으로 시작된다. 심리치료사, 의사, 정신과 간호사 등 심리상담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모임에서는 행선과 좌선, 그리고 수행문답을 나누는 지도점검 시간까지 마련된다. 심리치료와 명상을 접목하며 그 가능성과 실제를 논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나를 바라보는 과정입니다. 내 몸과 마음의 모든 과정을 주의깊게 비추고 바라보는 것이 곧 명상이 아니겠습니까.”
명상이란 회광반조(廻光返照)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최훈동(51, 한별정신병원장ㆍ한별심리연구소장) 씨. 그는 명상과 정신분석에 관한 연구를 수년 째 이어오고 있는 정신과 의사이자 참선, 단학, 기공, 아봐타 등의 각종 명상법 등을 두루 섭렵해온 명상 전문가다. 그러나 20여 년의 수행 끝에 정착하게 된 것은 ‘집중(사마타)’과 ‘통찰(위빠사나)’을 결합시킨 위빠사나 사념처 수행이다. 대부분의 명상법이 깊은 삼매를 체험하는 ‘집중’의 요소는 포함하고 있지만, 본래성품을 깨달을 수 있는 지혜는 정념(正念)으로 대표되는 ‘통찰’로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가 지도하는 명상법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는 대상에 집중하는 사마타 수행을 통해 회원들이 선정에 드는 것을 돕는다. 숨이 들어가고 나가는 배의 움직임에만 밀착해서 집중하는 것이 그 예다. 그러나 사마타 수행은 관찰대상에만 몰두하기 때문에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대상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그는 ‘초점을 맞춘 대상이 변화하는 내용을 그대로 알아차리는’ 위빠사나 수행을 권하기도 한다. 또한 잡념이 너무 심해서 관찰력이 현저히 저하되는 경우에는 들숨과 날숨의 수를 세며 호흡을 관하는 수식관을 별도로 지도한다.
최훈동 씨는 심리연구소에서의 명상모임 이외에도 한별정신병원 환자들과의 명상치료 모임도 꾸리고 있다. 명상이 정신질환의 치유에 있어 약물요법을 보완할 수 있는 대체요법으로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념처 수행은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을 관찰함으로써 대상에 대한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어, 환자의 치유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명상치료를 지속한 한 알콜 중독자의 경우 “복잡한 망상들을 담고 있던 머리의 뚜껑이 확 날아간 듯한 느낌”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그는 이것에 안주하지 않는다. 경전에 입각한 명상수행의 정도를 제시하고자 한 달에 두 번씩 경전읽기 모임도 열고 있다. 계행(戒行)을 지킴으로써 신구의(身口意) 삼업(三業) 정화의 ‘물없는 목욕’을 실천하고자 하는 바람의 반영이기도 하다. 그에게 있어 명상은 치료나 상담의 수단을 넘어서는 삶의 지침이자 죽는 날까지 이어갈 삶의 목표다. 그가 이야기하는 사념처 수행은 나의 모든 과정을 비추고 돌아보는 것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한별심리연구소=(02)2168-3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