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시와 연기군의 불교는 기복성향이 강하고 포교 여건이 열악해 불교세나 불심이 상당히 약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도들의 활동도 미약하고, 신행단체는 극소수이며, 그나마 활동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부 사찰과 스님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이런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듯하다.
하지만 두 지역 불교는 ‘희망’을 꿈꾼다. 그냥 버텨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한 번 해 보겠다’는 열의가 있는 희망이다. 특히 두 지역이 신행정수도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이 지역 불교계 역시 적지 않은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논산은 인구 15만에 사찰 수는 50여개. 교회수가 400여개나 되는 것만 보아도 논산 불교가 얼마나 약세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논산은 전통적으로 유생이 득세하고 있는 곳이다. 더욱이 이곳은 계룡산 자락에 토착화된 무속신앙이 지금도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한마디로 불교가 뿌리내릴 수 있는 환경이 아닌 셈이다. 특히 이런 요인들이 복합되면서 이 지역 불자들은 기복신앙에 치우치는 경향이 짙어 신도단체나 신행단체 활동은 침체돼 있다.
육군 제2훈련소, 육군부사관학교, 육군항공학교 등 군부대가 밀집해 있는데다 논산구치소가 위치해 있어 이 지역의 상당수 스님들이 군부대와 구치소에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기독교에 비하면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불교 불모지나 다름없는 논산. 하지만 논산의 스님들은 의외로 지역불교 발전에 대해 적지 않은 기대감을 표했다.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논산 불교는 최근 몇 년 전부터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법륜종 총본산인 지장암이 지역 복지에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노년층을 중심으로 불교 우호 인구가 늘기 시작했고, 석림사의 어린이·청소년 포교가 성과를 거두면서 불교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관촉사를 포함한 다른 사찰들도 지역 민심 잡기에 나서면서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이 가운데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는 ‘교육 강화’. 최근 법륜종 총무원장 창법 스님은 시내에 충남불교문화대학을 개설하고 본격적인 신도교육에 뛰어들었다. 제대로 가르쳐야만 올바로 신행할 수 있고 그래야만 지역 불교의 기반이 탄탄해진다는 것이다.
관촉사 주지 탄우 스님도 특성화된 불교문화대학을 개설해 내년쯤 본격적인 신도교육에 뛰어들겠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기본교리 교육에 치중하면서도 각자의 소양을 개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것이 기본 구상이다.
또 몇 년 전까지 불교대학을 운영하다 중단했던 석림사도 신도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불교대학 재개를 계획하고 있고, 영주사 등 다른 사찰들도 여건이 닿는 대로 신도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또 하나 눈여겨 볼만한 것은 상당수 사찰들이 지난 몇 해 동안 진행해 온 불사를 올해 안으로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포교에 나서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복성향 등 여러 장애요인이 있지만 도량 정비에 따라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포교에 주력할 수 있는 내부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조만간 사암연합회를 재정비해 조직적인 활동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이 지역 스님들이 말하듯이 5년 후 논산 불교는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연기군 불교는 아직도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불교문화원과 송림사 등 일부 사찰들이 불교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역부족이다.
이곳 연기 불교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한 사찰에서 대를 이어 다니는 신도가 많다는 점.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다니는 사찰에는 애정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불교활동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사찰 간의 교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연기 불교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신도들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기복적 성향을 보이는 신행형태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 스님들이 뜻을 모아 군 포교와 지역 복지에 나서고는 있지만 조직적으로 진행하지는 못하고 있고, 사암연합회의 활동 역시 미약하다.
하지만 연기군을 대표하는 일부 사찰들이 지역 불교 활성화에 대해 공감하고 있고, 이를 위해 신도교육이나 포교 방안 마련 등을 고심하고 있어 이 지역 전체 사찰들이 힘을 합칠 경우에는 지금보다 훨씬 나은 여건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암사 주지 정엽 스님은 신도 눈높이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 마련에 나섰고, 또 불교문화원 원장 적인 스님과 송림사 주지 덕운 스님 등도 지역 불교 발전을 위해 체계적인 신도교육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여기고, 여러 가지 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논산·연기 불교 이끄는 주역들
논산불교 발전에 헌신
창법 스님
논산 지장암 주지
법륜종 총무원장
2000년부터 법륜종 제6·7대 총무원장을 지내면서 법륜종을 내실있는 종단으로 견인했다. 지역에서는 1995년부터 현재까지 논산시사암연합회 회장을 맡아오면서 논산불교발전에 기여해왔다. 황무지나 다름없었던 이곳에 지장암을 창건, 지금은 법륜종 총본산이자 논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찰로 자리잡게 했다.
어린이 포교에 뜻을 두고 1996년 ‘선재어린이집’을 개원해 현재는 원생이 100여명에 이를 정도가 됐으며, 13년 동안 매년 한 차례씩 논산과 공주 지역의 노인들을 초청해 효도관광을 실시하는 등 지역 노인 복지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양로원을 개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창건 1천년 행사준비
탄우 스님
논산 관촉사 주지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12년째 관촉사 주지 소임을 맡아 오면서 창법 스님과 함께 논산 불교를 이끌고 있는 핵심이다. 무슨 일이든 드러나지 않게 하는 것이 평상시 스타일. 지역 복지에 참여하더라도 신도회 이름으로 할 정도로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꺼린다. 스님이라면 상 내지 않고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소신 때문. 12대에 이어 조계종 제13대 중앙종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종무행정에 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6년 관촉사 창건 1천년을 앞두고 지역 불교를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대규모 행사를 구상중이다. 또한 사하촌을 정비, 신도들과 관람객들이 친근감을 갖고 찾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새싹 포교의 대명사
성공 스님
논산 석림사 주지
연화 어린이집 원장
논산 불교를 얘기하면서 빼놓은 수 없는 스님이다. 지난해 말 손을 뗀 충남도청소년자원봉사센터를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6년간 운영했으며, 15년 전부터 유치원에 이어 어린이집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고, 청소년교화연합회 논산지부장을 지내는 등 논산 지역의 어린이·청소년 포교를 주도해왔다.
뿐만 아니라 논산 사찰로서는 유일하게 합창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6년 전부터 논산 운불련 지도법사를 맡아 운불련의 신행을 도왔다. 한 달에 한 번 사찰 강당에서 경로잔치를 여는가 하면 신도교육에도 열심이다. 현재 운영중인 ‘연화어린이집’을 확장해 어린이 포교의 저변을 넓히는 것이 꿈이다.
불교문화 활성화 견인
법원 스님
논산 대현사 주지
충남불교문화대학 학장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와 동국대 사회복지대학원을 졸업하고 6월16일 첫 강의를 시작한 충남불교문화대학의 학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젊은 스님이다. 불교를 올바로 알고 신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법원 스님은 법당을 짓는 것보다 교육을 제대로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충남불교문화대학을 활성화하기 위해 학생수를 늘리고 학과목도 다양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인근 군부대 포교 앞장
덕운 스님
연기 송림사 주지
연기군사암련 부회장
불교문화원 원장 적인 스님과 함께 지역 포교를 이끌고 있다. 35년 전 송림사를 창건한 뒤 군 포교, 지역 복지, 장학 사업 등 다방면에 걸쳐 폭넓은 활동을 해오고 있다. 지금도 매달 일정액을 지역 군부대 법당에 후원하고 있다.
6년 전부터는 논산 석림사 주지 성공 스님과 불교문화원장 적인 스님 등 군 포교에 뜻을 같이하는 10여명의 스님들과 함께 모임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군부대 수계법회를 해오고 있다.
장애인과 노인 복지에도 공헌을 해왔다. 군 포교 영역을 더 넓히고, 가능하다면 노인복지회관을 짓는 것이 꿈이다.
연기군 ‘새불교바람’ 주역
정엽 스님
연기 비암사 주지
연기군 불교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가진 스님으로 꼽힌다. 비암사 주지로 부임한 지 불과 보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손수 도량을 정비하고 신도들의 견해를 청취하면서 포교 및 신도교육 방안을 구상하는 등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벌써 신도교육에 필요한 교육 자료를 마련하고 있을 정도로 열의가 대단하다.
가장 좋은 포교는 신도들과 사찰 관람객들에 대해 성심을 다하는 것이라는 신념아래 비암사를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가겠다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여러 가지 여건을 검토한 뒤 조치원, 대전, 청주 등 인근 사람들이 주말에 하루 이틀 정도 마음 놓고 수행하며 산사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주위에서 ‘책벌레’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책을 좋아한다.
인재불사에 남다른 열정
적인 스님
연기 불교문화원장
보현정사 주지
연기군 스님들 가운데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10년 전 신도들의 도움으로 교회 건물을 지금의 불교문화원으로 바꾸고, 어린이·청소년·청년·신도 법회를 개설해 불교 불모지나 다름없던 이곳에 포교의 불을 지폈다.
특히 청소년 자원봉사센터를 운영하는가 하면 매년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데리고 캠프를 다니기도 했다. 더욱이 지금까지 30여명의 청소년들을 절에서 먹이고 재우며 공부시켜 대학에 진학시키는 등 인재불사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고 있다. 지금도 9명의 아이들을 공부시키고 있다. 조치원 경찰서 경승을 지내면서 경찰 포교에도 기여했으며, 군 포교에도 애정이 많다. 체계적인 신도교육을 해보고 싶다는 것이 소망이다.
합창단·봉사 활동 분주
최정희 보살
연기사암연합회
합창단장
8년 전 사암연합회 합창단이 창립된 이래 지금까지 합창단 단장을 맡아오면서 연기 지역에서는 가장 활발한 신행단체로 자리 잡는데 기여했다. 연기군 각 사찰의 30여 신도가 모여 결성된 합창단은 매주 한 차례씩 정기적으로 연습하면서 연기군은 물론 다른 지역의 사찰 행사에까지 참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지역의 복지시설에서 목욕봉사를 해오고 있을 정도로 신심이 두텁다. 불교문화원 신도이기도 하다.
돋보기
관촉사
논산 시내를 조금 벗어나 건양대학교 바로 인근에 위치한 전통사찰. 쌍계사, 개태사와 함께 ‘논산 8경’ 중 한 곳으로, 깔끔하게 정비된 경내가 인상적이다. 일명 은진미륵으로 알려진 국내 최대 석불인 석조미륵보살입상(보물 제218호)이 있다. 이 석불은 자연의 화강석 암반 위에 허리 아래 부분, 상체, 머리부분을 각각 하나의 돌로 조각해 연결돼 있다. 경내에서 탑정호수가 한 눈에 내려다보여 시원함을 더해준다. (041)736-5700
쌍계사
은은한 경치가 일품인 사찰이다. 충청과 전라를 잇는 지점에 위치해 있다. 이곳 불명산 계곡을 따라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쌍계사 종소리는 불심을 더해준다. 주요문화재로는 섬세하고 정교한 꽃살문이 조각돼 있는 대웅전(보물 제408호)과 부도(문화재자료 제80호)가 있다. (041)741-2251
개태사
대웅전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은 유난히 높게 느껴진다. 고려 태조가 삼국을 통일하고 고려를 개국하기까지는 부처님의 가피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여겨 40년에 걸쳐 개태사를 건립하고 절 이름도 손수 지었다. 그러나 고려말 왜적의 침입을 받아 많은 손실을 입었다. 개태사지석불입상(보물 제219호)이 있다 (041)735-0197
지장암
지장기도도량인 지장암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납골당인 ‘연화대’다. 6년전 건립된 연화대는 190기의 유골을 안치할 수 있는 규모로 깔끔하면서도 현대식으로 조성돼 있는 것이 특징. 연화대 바로 옆에 납골탑이 20여기 가량 들어서 있다. (041)733-5628
비암사
연한 색 물감으로 채색한 수채화 같은 절. 주변 경관과 사찰 앞마당에 수놓아진 넓은 잔디, 그리고 대웅전과 극락보전 등의 전각들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아름답다는 표현조차도 부족할 정도로 산사의 풍취가 뛰어나다. 통일신라말 창건된 것으로 알려진 전통사찰. 화려하고 아름다운 극락보전과 아미타불 삼존석상(국보 제106호) 아미타여래제불보살석상(보물 제367호) 미륵보살반사석상(보물 제368호)이 발견된 3층 석탑(충남도 유형문화재 제79호)이 있다. 연기군 전의면에 위치. (041)863-0230
연화사
주변에 배나무와 복숭아 과수원이 밀집해 4월의 연화사는 꽃향기와 과일향기로 가득찬다. 연기군에서 연화사→고복저수지→향토사료관→비암사로 이어지는 1일 관광코스를 정해놓았을 정도로 볼거리가 많은 전통사찰. 특히 신라인의 조각술이 돋보이는 전통문화재가 많다. (041)862-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