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심이 약하다는 충청남도 지역 가운데에서도 가장 불교세가 약하다는 보령과 홍성. 하지만 두 지역의 불교는 지금 ‘도약’을 꿈꾸고 있다. 포교나 교육 등 제반 여건이 최악의 상황이지만 일부 사찰과 스님들을 중심으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의지가 모아지면서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사실 두 지역의 불교는 극히 일부 사찰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찰이 현상유지에도 급급하다. 포교는 그야말로 ‘배부른 얘기’인 셈이다. 거의 모든 사찰들이 빈약한 경제여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그렇다고 사찰 간 단합이 잘되는 것도 아니고, 신도들이 사찰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총체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몇몇 사찰과 스님들은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역부족이기는 하지만 두 지역 불교의 모습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보령은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30여 곳이었던 사찰 수가 지금은 50여 곳으로 늘었다. 외형상으로만 보면 불교세가 확장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보령 불교는 질과 양적인 측면 모두 어느 정도 발전을 이뤄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사정이 다르다. 인구가 11만에 불과한데 사찰 수는 두 배 가량 늘어난 데다 대부분의 사찰이 농촌에 위치해 있다보니 신도수가 적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사찰 운영에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포교는 물론 신도교육조차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천수암, 선림사, 세원사 등 일부 사찰들이 지역 복지에 나서면서 불교에 대해 우호적인 지역민이 많아졌고, 또 몇몇 사찰들이 문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는 등 복지와 문화를 통한 포교에 나설 경우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이 지역 스님들은 말한다.
우선 천수암은 경전공부회, 봉사회, 기도회, 노인회, 합창단 등 7개의 사찰 신행단체를 체계적으로 운영하면서 올해부터는 시로부터 어린이 공부방을 위탁받는 등 지역의 복지 및 문화 창달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천수암 주지 일정 스님은 시내에 불교회관과 불교대학을 설립하겠다는 원을 세워놓고 있다.
선림사는 불우한 어르신들을 위한 복지시설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해놓고 있고, 세원사는 내년에 문화체험교실을 열어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다. 또 단원사는 여건이 닿는 대로 납골시설을 건립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특히 일정 스님이 신도교육 및 포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정운 스님은 이 지역의 청소년 관련 단체 3곳을 맡아 운영하면서 청년 불자 양성에 힘쓰고 있어, 장기적으로 보령 불교의 미래는 그리 어둡지 않다는 평가다.
문제는 지역 불교 발전에 대해 사찰들이 의식을 공유하고, 또 얼마나 호흡을 맞출 수 있느냐다. 지역불교 활성화가 곧 개별 사찰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이치를 깨닫게 된다면 보령 불교는 지금보다 훨씬 나은 환경을 만들 수 있음이 분명하다.
홍성 불교는 과거 10~20년 전보다도 더 어려운 여건에 처해있다. 용봉사 석련사 고산사 등 수덕사 말사 10곳을 비롯해 이 지역에는 모두 46개의 사찰이 있다. 그러나 제대로 사격을 갖춘 사찰 수는 15곳 정도에 불과하다. 사실상 수덕사 말사들이 홍성 불교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 사찰들도 보령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경제적 여건이 여의치 않아 실질적인 활동은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렇게 홍성 불교가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것은 10~20년 전의 신도들이었던 노보살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신도수가 줄어들었고, 또 대부분 사찰들이 농촌지역에 있다보니 젊은층 신도가 없어 기반이 취약해졌기 때문. 그리고 이것이 사찰의 경제여건 악화로 이어지면서 포교할 대상도, 포교할 여력도 상실해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계룡산 자락에 인접한 대부분의 지역에 무속신앙이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어 기복신앙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따라서 이 지역의 불교도 아직은 기복적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수덕사가 말사들의 포교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 중에 있고, 또 이 지역 중심 사찰인 용봉사와 석련사 등도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들 사찰들은 지역 불교 활성화를 위해 지역 특성에 맞는 포교 프로그램 마련 및 신도들의 신심 증장을 위한 교육 강화에도 나설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등 지역불교 발전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와 함께 어려운 경제 여건을 극복하고 젊은층 신도를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 자생력 있는 포교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도 조심스럽게 내비치고 있다.
보령·홍성불교 이끄는 주역들
포교후원 활발 ‘보시왕’ 별칭
법용 스님
보령 선림사 주지
보령불교의 터줏대감으로 불릴 정도로 지역에서 영향력이 크다. 1984년 이곳 선림사를 중수한 이후 20년 동안 지역 불교 발전을 위해 많은 기여를 했다. 노래자랑이나 글쓰기 대회 등 문화행사를 열어 포교활동을 벌였으며, 심장병 어린이 돕기와 불우이웃 돕기 등 복지활동도 활발하게 전개해왔다. 형편이 어려운 신도는 물론 경찰서, 군부대 등 지역의 각급 기관에 대한 후원도 적극적이어서 ‘보시왕’이라는 별칭이 붙었을 정도. 15년 전부터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일본에서 교포들을 대상으로 포교활동을 해오는 등 해외 포교에도 노력을 기울여 왔다. 선림사를 유명한 관음도량으로 자리매김 시키기도 했다. 보령경찰서 경승실장을 맡고 있다.
군부대·신도단체 지원
일정 스님
보령 천수암 주지
보령사암연합회장
보령에서 일정 스님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이 지역 스님들은 보령 불교를 이끌고 나갈 대표 주자로 일정 스님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보령사암연합회 회장을 맡아 지역 불교 활성화에 기여해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신도단체에 대한 후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또 인근 군부대에 부대 법당을 건립해주었고, 최근에는 청소년 무료공부방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21년 전 황무지나 다름없었던 곳에서 보령에서 가장 큰 사찰을 일궈냈고, 지금은 7개 신행단체를 운영하면서 웬만한 대형 사찰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모범적인 사찰운영을 하고 있다. 한학을 배우고 화랑도 운영한 적이 있을 정도로 그림과 글씨에도 능하다.
청소년 상담실 운영
정운 스님
보령 세원사 주지
보령시청소년상담실장
보령 지역 청소년 포교 전체를 혼자 이끌어가고 있는 스님으로, 일정 스님과 함께 보령 불교를 짊어지고 나갈 리더로 꼽힌다. 1995년 청소년자원봉사센터를 열고 본격적으로 청소년 포교에 뛰어든 이후 1998년에는 보령시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과 청소년 상담실을 위탁받아 모범적으로 운영하면서 문광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3년 전부터는 대천해수욕장에서 이동상담실을 열고 청소년 상담을 하고 있을 정도로 청소년 문제에 애정이 깊다. 지역 청소년들과 격의없이 어울리면서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는 평이다.
세원사에서는 가족법회, 경전회 등을 통해 신도 교육과 포교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노숙자 무료급식 앞장
혜청 스님
보령 단원사 주지
보령사암련 부회장
단원사에서만 37년을 보내면서 단원사를 기도도량으로 가꾸어 놓았다.
3년 전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대천역에서 노숙자를 위한 무료급식을 제공하고 있으며, 신도들을 자원봉사로 나서게 하는 등 지역 복지에도 관심이 많다.
올해 4월 한국불교법화종 충남교구종무원장을 맡으면서 도내 한국불교법화종 사찰들간의 화합과 교류를 위해 애쓰고 있기도 하다. 납골시설을 세워 지역 불자들을 위해 봉사하고, 지역의 장례문화 개선에도 기여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도량개방 ‘내면불사’ 추진
경보 스님
홍성 용봉사 주지
홍성 불교가 경보 스님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홍성 불교에서 용봉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데다, 경보 스님도 젊고 적극적인 마인드도 홍성 불교를 바꾸어 놓을만한 재목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
용봉사 주지로 부임한 지 불과 1달여밖에 되지 않았지만 용봉사와 홍성불교 발전을 위한 구상이 마무리단계에 있을 정도로 열의가 대단하다. 용봉사를 수행 기도도량으로 만들어 누구나 와서 용맹정진 할 수 있도록 하고, 불우학생 장학금 지원 등을 통해 어린이·청소년 포교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모범’을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스님은 신도들이 ‘내면의 불사’를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으뜸 포교라고 강조한다.
군경 포교활성 원력
지오 스님
홍성 석련사 주지
조계종 제7교구본사 수덕사 포교국장을 맡아 포교일선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2년 전 석련사 주지로 부임한 이래 산신각 신축 등에 이어 요사채 건립 등 석련사를 새롭게 가꾸는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홍성교도소 상임법사를 맡아 활동하고 있으며, 홍성경찰서 경승실 개원 및 인근 군부대 포교도 계획하고 있는 등 군·경찰 포교 활성화에도 뜻을 두고 있다. 지역 사찰이 힘을 모아 홍성 포교의 거점이 될만한 불교회관을 건립하는데 일조하고 기복에 치우쳐 있는 홍성 지역 불교를 신도교육을 통해 바람직한 신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싶어 한다.
학교 포교의 ‘원력보살’
김주석 거사
홍성 파라미타
홍남초등학교 분회장
홍남초등학교 교사로 2년 전 파라미타 홍남초교 분회를 창립, 어린이 포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파라미타 분회 창립 당시 이 지역의 스님들조차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일이었음을 감안하면 재가불자로서 쉽지 않은 일을 해낸 셈이다.
현재 회원 수는 60여명에 이르고 있으며, 주요 프로그램은 매 학기마다 방학을 이용해 2박3일간 전국 각 사찰에서 실시하는 수련대회가 대표적이다. 충남도 차원의 파라미타를 구성하고 각 지역마다 지회를, 또 학교마다 분회를 설치하는 것이 꿈이다.
경찰불심 견인차
김운식 거사
보령경찰서 불자회장
6월 20일 창립된 보령경찰서 불자회를 태동시키는데 산파역할을 한 장본인. 현재 보령경찰서 청문감사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운식 경위(58)는 7년 전 구성됐으나 그동안 실질적인 활동을 해오지 못했던 불자회를 내실 있는 신행단체로 만들겠다는 각오 아래 매월 한 차례씩 인근 사찰에서 정기법회를 갖고 신심을 다질 계획이다.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전국의 사찰을 찾아다니며 신행생활을 하고 있을 정도로 신심이 깊다.
돋보기
선림사
선림사로 향하는 600m 거리의 숲길이 인상적이다. 호젓한 분위기가 일품이어서 걸어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즐거움과 만족을 느낄 수 있다. 사찰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전통사찰로 단아한 분위기를 낸다. 지금은 관음도량으로 유명해 전국 각지에서 기도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보령시 오천면 소성리에 위치. (041)932-4187
천수암
보령에서 규모가 가장 큰 사찰. 그러나 큰 규모보다는 잘 가꿔진 예쁜 화단을 연상케하는 경내가 눈길을 끈다. 기도하고 신행생활을 하는 공간으로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사찰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솔나무 숲과 노송들이 어우러져 경관도 아름답다. 계층별로 구성돼 있는 사찰 신행단체들의 활동도 매우 활발하다. 보령시 청라면 의평리에 위치. (041)932-8076
고산사
고풍스런 산사의 풍취를 맛볼 수 있는 전통사찰. 특히 대광보전(보물 제399호)은 옛 가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문화재적인 가치가 크다. 경내에 있는 석조여래입상과 대광보전 바로 앞의 3층 석탑 역시 고산사의 오랜 역사를 보여준다. 홍성군 결성면 무량리에 위치. (041)642-8254
용봉사
요사채 문을 열고 있으면 코앞으로 다가오는 숲. 그 숲 소리를 듣고 있으면 번뇌는 저절로 사라진다. 용봉산 휴양림에 위치해 주변 경관은 물론 공기가 맑아 찾는 사람이 많다. 마애불과 감로탱화 등의 문화재가 있는 전통사찰. 모든 답답함이 저절로 녹아드는 곳이다. 홍성군 홍북면 신경리에 위치해 있다. (041)634-6777
산혜암
신라 문서왕 때 무염국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화강암을 직사각형으로 다듬어 조각한 높이 215Cm, 폭 56Cm 크기의 석조약사보살입상이 인상적이다. 자연 암반을 받침으로 삼고 그 위에 종모양의 탑신을 세운 석종형부도도 눈길을 끈다. 홍성 지역에서는 대표적인 전통사찰로 홍성군 홍성읍 월산리에 위치. (041)632-3196
성주사지
보령시 성주면 성주리 성주산에 있는 통일신라시대의 절터(사적 제307호). 백제 법왕 때 창건된 국찰(國刹)로 신라 때 낭혜화상이 더욱 크게 중창했다. 절터 입구로 보이는 곳에 계단석이 있고, 그 뒤쪽에 석등과 5층 석탑 1기, 다시 그 뒤쪽에 금당(金堂)터인 듯한 단이 있으며, 그 뒤에 국보 제8호인 낭혜화상백월보광탑비 등이 있다. 옛 가람터의 위용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