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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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경 선해’ 낸 묘봉 스님에게 듣는 간화선
“<천수경>에서 죄무자성종심기(罪無自性從心起)라는 것의 의지는 무엇인가?”
“해저생연(海底生煙)이니라.”

불자들이 가장 많이 독송하는 <천수경>을 선(禪)으로 풀이할 수 있을까. 대전 국은사 주지 묘봉 스님은 <천수경>을 본격적으로 선해(禪解)한 <눈 달린 돌사람이 글자 없는 책을 읽는다>(소울음)를 통해 ‘죄무자성종심기’를 이렇게 해설한다.

“이는 없는 죄가 마음으로부터 일어나는 도리입니다. 그 자체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건만 삼라만상이 다 마음 심(心)자로부터 일어나고 여기에서 열반에 드니 성스러운 적정(寂定)에 든다는 말입니다. ‘없는 죄가 마음으로부터 일어나는 도리’를 ‘바다 밑에서 일어나는 연기와 같다’고 일렀습니다. 그 ‘없는 마음이 적멸하여 버린다면 바로 그 때에 죄도 또한 없어져 버린다’는 법문입니다.”

덕숭총림 수덕사 초대방장을 지낸 혜암현문 스님의 전법제자로 알려진 묘봉 스님은 “<천수경>은 천, 만가지 부처님 법문을 요약하고 그 핵심을 드러낸 경으로 염불과 경전, 선의 요지를 두루 섭렵하여 전하고 있다”며 출간 동기를 밝혔다.

눈으로만 읽으면 뜻과 글자를 모두 잃지만 마음으로 읽으면 글자도 살고 뜻도 산다는 <천수경>. 묘봉 스님은 이 경이 전하는 핵심을 이렇게 말한다.

“일심 법계(一心法界)가 부처님의 몸이니 늘여 펼치면 두루하여 닿지 않는 곳이 없고 좁혀 움츠리면 바늘 끝조차 허락하지 못한다. 존재의 세계 그대로가 일심 법계요 부처님의 몸이다.”

동국대 불교대학 학생시절에 수덕사 만공 스님의 법제자인 덕산(悳山)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묘봉 스님은 동국대와 상명대 강사를 역임하고 미국 밴더빌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며 능인선원(서선사)에서 외국인에게 선을 지도했다. 81년 귀국해 수덕사 혜암 스님의 가르침을 받고 ‘판치생모(板齒生毛)’ 화두를 타파한 후 전법게를 받았다.

대전 국은사 외에 미국에 버지니아 주 세계사 일화선원, 캘리포니아 주 서선사, 아리조나 주 일광선원 분원을 두고 있는 스님은 최근 활발한 참선법회를 열고 있다.

대전 국은사(www.urbuddha.org) 정기법회는 물론 '부산 심우회' 에서 매월 셋째주 화, 수요일, 광주 무등선원에서 매월 둘째 주 토요일 저녁 7시, 서울 '청호불교문화원'(02-517-3052)에서 매월 둘째주 수요일 저녁 7시에 참선법회를 열어 선을 지도하고 있다.

다음은 6월 11일 서울 법사불교대학 사무실에서 가진 묘봉 스님과의 일문일답.

▲선(禪)이란 무엇입니까.
-곧 이 부처니라.
▲달마 대사가 전한 심인(心印)이란 무엇입니까.
-그가 전하지 못하는 것이니라.
▲마음이란 무엇인가요?
-구시화문(口是禍門)이니라. 입이 곧 화근이다.
▲이 마음은 부처와 중생이 함께 가진 것인데, 중생은 왜 깨닫지 못하나요?
-깨닫지 못하므로 중생이란 이름이 붙었다.
▲마조 대사는 '마음이 부처'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마음도 아니요 부처도 아니다'고 했는데, 그 까닭은 무엇입니까.
-천강유수천강월(千江流水千江月)이니라. 천 개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니라.
▲선 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원칙이 있는 공부는 벌써 죽은 수행이다.
▲간화선을 닦는 요결은 무엇인가요.
-간절히 참구할 뿐이다.
▲어떤 화두를 어떻게 들어야 하나요?
-일체 화두가 다 부처님의 몸이라 여기에 이르러 분별하지 말라. 머리에 짊어지고 다니는 화두 글자부터 버리는 것이 사교입선(捨敎入禪)이다.
▲일상 속에서는 어떻게 닦아야 할까요?
-일상에 겉과 속이 없고 수행에 승속이 없다면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어디에서 얻으려는가? 이것이 다 헤메이는 소리이다.
▲꿈을 꾸거나 깊이 잠들었을 때 자성은 어디에 있나요?
-꿈꾸고 잠드는 그놈은 누구인가?
▲성철 스님 처럼 오매일여(寤寐一如)가 될 때까지 공부해야 하나요?
-부처도 모르는 일을 어찌 성철 스님에 기대어 묻는가?
▲돈오(頓悟)란, 확철대오란 무엇인가요?
-깨달음에 ‘문득’이 없거늘 스스로 어리석음으로 ‘문득’이라 부르다가 스스로 깨우침으로 ‘점차’라 이른 것이다. 알면 알고 모르면 모르거늘 어찌 이름지어 부름에 기만 당하겠는가?
▲견성이 공부의 끝인가요? 시작인가요?
-위에서 말하였다. 시작과 끝이 있으면 견성이 아니다.
▲돈오 이후에는 어떤 공부(보임)를 해야 하나요?
-나는 이전과 이후가 있는 견성(見性)을 모른다.
▲보살팔지(菩薩八地)의 경지까지 이르지 못하면 입태(入胎)-출태(出胎) 시에 다시 매하게 된다고 하는데, 과연 그러한가요.
-나와 더불어 일체 중생이 나고 드는 태(胎)를 누가 알겠는가?
▲스님은 언제부터 공부의 힘을 얻으셨고, 성품을 보게 되셨나요?
-위음왕(威音王) 이전에 얻었고, 부모미생전(父母未生前)에 보았다.
▲스님의 오도송이 있다면 일러주십시오.
-노래 부를 줄 모르는 것이 나의 오도송이다.
▲선사들이 법거량 시에 격외어(格外語)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격외구(格外句)가 곧 부처님 말씀이니 알고 보면 격외 아닌 것이 없다.
태양은 해가 아니며 금오(金烏, 금까마귀)가 해이며
달은 밝지 않되 옥토(玉兎, 옥토끼)는 스스로 밝다.
▲법거량이 거의 사라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스님의 견해는?
-밤에 본 소는 다 검다.
▲평소 출-재가 제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공부 방법이 계시다면.
-가르치고 배울 것이 따로 있다면 뉘 있어 부처님을 믿겠는가.
▲스님들이나 불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목숨 내놓고 묻는 님 대답하여 주리라.
▲앞으로 선 지도와 관련한 계획이 계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오는 대로 가는 대로 버리지 않는다.
▲기타 스님께서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계시다면.
-양각지주(兩角蜘蛛)가 염착사해(染着四海)로다.
양 뿔 달린 거미가 사바세계를 혼탁시켰다.
김재경 기자 | jgkim@buddhapia.com |
2004-06-16 오전 10: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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