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도교 최고지도자로 알려진 런파룽(任法融) 중국도교협회 부회장이 5월 30일 한국을 찾았다. 도교학술단체인 세계금선학회 초청으로 이뤄진 이번 방한일정에서 런 대사는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스님을 예방해 유불선(儒佛仙)의 공통점에 대한 환담을 나누는 한편, 고려대ㆍ상명대 등지의 대학강단에 올라 도교사상의 정수에 대한 강연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진정한 선인(仙人)의 면모는 선도수행자들이 모인자리에서 드러났다. 런 대사는 6월 6일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선도수행자들을 위한 강연회에서 노자가 <도덕경>을 통해 설파한 도(道)와 덕(德)의 의미를 명쾌하게 풀어냈다. 그는 “도는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하면서도 30년간 도덕경 연구에 매진해 온 대가답게 도의 실체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며 주목을 받았다.
“도는 비어있지만 써도 다함이 없고 또한 깊고 그윽하여 만물의 근원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모양이 없어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지만 어디에나 존재하고 뭐든지 다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도덕경> 4장과 25장을 인용해 시작한 강연에서 런 대사는 불교의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과 통하는 도(道)의 묘미를 설했다. 또한 시작과 끝이 없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가운데 영원히 멈추지 않는다는 말로 도의 특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도와 현실생활의 관계’였다.
런 대사는 “노자가 생활한 시대에는 <도덕경>의 의리(義理)가 제자백가를 눌렀다”는 예를 들며 ‘도’를 드러내는 ‘덕’의 쓰임이 원만하면 현실의 삶 또한 제대로 운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는 도교가 현실도피적인 형이상학적 사상이라는 현실의 평가와 대치되는 것이라 특히 눈길을 끈다.
그에 따르면 ‘도의 쓰임’인 ‘덕’을 중히 여기면 ‘평천하(平天下)’를 이룰 수 있다고 한다. 그는 “덕을 품으면 나라를 보호하고 백성을 안착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재해를 없애고 병고에서 해탈할 수 있는 길까지 열린다”며 덕의 실천에 따르는 평안과 행복을 함께 전했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도의 이치에 맞는 덕의 모습’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수련이 필요할까. 런 대사는 ‘자연에 따르는 규칙적인 생활’을 강조했다. 음식을 제 시간에 알맞은 양만큼 섭취하는 동시에 몸을 움직이는 것 또한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 특별한 ‘비법’을 묻는 수행자의 질문에 대해서도 “인간은 자연에서 왔다가 자연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며 ‘자연의 이치에 따르는 삶’을 강조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40여 년에 이르는 출가수행 생활에서 얻은 깨달음을 ‘자연’이란 단어 속에 함축한 것이다.
런 대사는 이밖에도 ‘사후의 생’에 관한 청중의 질문에 “과거와 현재, 그리고 사후생은 인과에 따라 반복되어 이루어진다고 판단한다”이라고 답했다. 또한 ‘도’와 ‘물(物)’의 관계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도 “물과 물결의 관계와 같다. 물결은 곧 물이고 물은 곧 물결로서 양자는 일체를 이룬다”고 말했다. 도는 곧 물이고, 물은 곧 도로서 양자는 서로가 다르지 않다는 런 대사의 말은 ‘불이(不二)’의 정신과도 통한다.
금선학회는?
민족고유의 선도(仙道)를 복원하고 계승ㆍ발전시키기 위해 1981년 설립된 정통선도수련 단체. 최병주 회장이 이끄는 금선학회는 신라시대 선도를 꽃피웠던 최치원 선인의 관련 유적 복원 등 단절된 선도의 맥을 되찾고자 다양한 사업을 벌여왔다. 특히 중국 도가의 16대 선인 중에 한 명으로 꼽히는 김가기 선인을 기리기 위한 기념비 설립을 추진하는 한편, 한ㆍ중ㆍ일 학자들을 모아 학술발표회를 개최하는 등 선도문화의 국제교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www.금선학회.net, (02)512-7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