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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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불교현장을 가다-충남 예산ㆍ서산
근대 한국 선의 중흥조인 경허선사와 경허선사의 선풍을 계승한 만공 선사. 예산과 서산 불교는 경허, 만공 스님의 선풍이 흐르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예산 수덕사를 축으로 두 지역을 대표하는 사찰 대부분도 수덕사 말사다. 한마디로 덕숭문중의 뿌리가 두 지역 불교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이것은 두 지역 불교가 수행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두 지역의 사찰들은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수행에 역점을 두면서 지역 불교 활성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서산의 경우 서해안 고속도로로 인해 유동인구가 크게 늘면서 사찰을 찾는 인구도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수행 외에 지역 포교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 예산과의 차이점이다.

예산 불교는 한국불교의 선맥을 이어온 수덕사를 중심으로 수행풍토 진작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 지역에는 선원만도 정혜사와 견성암 두 곳의 수덕사 선원과 향천사 천불선원, 보덕사 문수선원 등 모두 네 곳의 선원이 있다. 한 지역에 네 곳의 선원이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예산 불교가 경허, 만공 스님의 선풍을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산 불교는 지역 불교의 발전 방향도 수행 풍토 강화에 두고 있다. 우선 수덕사의 경우 조사전을 건립해 경허, 만공 스님을 비롯한 문중 스님들의 영정을 모실 계획이며, 내년에 착공 예정이다. 또 덕숭문중의 선맥을 사진과 글로 설명하는 자료집 발간을 계획하고 있다. 경허, 만공, 탄허, 혜암, 원담, 벽초, 혜암 스님 등을 중심으로 한 선맥 자료를 정리해 선풍을 올곧게 계승하는 토대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비단 스님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신도들의 수행풍토도 대단하다. 수덕사의 50여 신도들은 매월 한차례씩 철야정진을 하고 있고, 향천사와 광덕사 신도들은 안거 결제 때마다 100일 기도에 들어간다. 또 예산불교를 대표하는 수덕사와 향천사는 올 여름부터 여름 선수련회를 열기로 하는 등 선수행 풍토 진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예산 불교를 말하면서 빼놓은 수 없는 것이 있는데, 바로 향천사 신도회다. 향천사에는 사찰 전체 신도회, 거사림회, 유마거사림회, 어린이회, 학생회, 청년회 등 신도조직이 훌륭하게 갖춰져 있다. 특히 거사림회가 60대 미만의 거사림회와 60대 이상의 유마거사림회로 구성돼 있는 것은 다른 사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서로 활동하기 편하게 하기 위해 거사림회를 구분해 놓았는데, 이는 그만큼 거사림회 조직이 탄탄하다는 반증이다. 특히 유마거사림회는 전직 교수, 군수, 기관장 등 지역의 유지들이 대부분 소속돼 있다.

사암연합회 활동은 다소 미약하다. 따라서 포교활동도 비교적 약한 편이다. 하지만 예산의 사찰들은 ‘찾아가는 불교’ 보다는 ‘찾아오는 불교’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포교라고 믿고 있다. 다시 말해 수행풍토가 확고하면 스님이 존경받게 되고, 그러면 사람들이 저절로 절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예산사암연합회 회장 옹산 스님(향천사 주지)은 “수행보다 더한 포교는 없다”며 “이것이 예산 불교의 힘이자 자랑”이라고 말했다.

예산과 마찬가지로 경허, 만공 선사의 맥을 잇고 있는 서산 불교는 이제 막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서산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서광사는 지역 불교센터이자 종합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지난해부터 ‘성역화 불사’를 벌이고 있는데, 8천 평 부지에 청소년 불교수련원, 불교 혼례식장과 장례식장, 복지원 건립 공사가 다음달인 7월 중순 착공돼 8년 후에는 대규모 불교타운이 형성된다.

뿐만 아니라 사암연합회 차원에서 불교대학을 개설해 아직도 기복신앙에 머무르고 있는 지역불자들 교육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며, 각종 봉사활동 등 지역 참여도 활발하게 진행할 계획이다.

부석사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철새 탐조 템플스테이’ 와 ‘야생화 템플스테이’를 더욱 확고히 해 ‘템플 스테이’ 사찰로서의 이미지를 높이는 한편, 스님과 신도들을 위한 수행공간과 휴식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개심사는 수행사찰로서의 면모를 그대로 계승 발전시킬 생각이다.

따라서 서광사 불사가 끝나는 8년 후에는 부석사-서광사-개심사를 잇는 수행 벨트가 형성되며, 지역 포교도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사람들

▷법정 스님(예산 수덕사 주지)
지역에서 교구본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듯이 예산과 서산 지역 스님들 가운데에서 가장 주목받는 위치에 있다.

수덕사 주지로 부임한지 1년 3개월 동안 전임 주지였던 현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이 벌려 놓았던 각종 불사를 원만히 마무리해가고 있으며, 조사전 건립과 일주문을 다시 세우는 등의 새로운 불사계획도 세워놓았다.

만공장학회를 법인화해 중앙승가대와 동국대에 재학 중인 문중 스님에게만 지원하던 장학금을 강원과 선원 스님들에게도 확대하고, 또 지원폭도 넓힌다는 계획이다.

법정 스님은 또 어린이, 신도 포교에 주력하면서 승려노후복지에도 비중을 둘 계획이다. 선지종찰(禪之宗刹)의 면모를 계승하는 것은 물론이고 예산 불교의 화합과 문중 발전에도 기여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혜안 스님(예산 광덕사 주지)
30여 년 동안 오갈 데 없는 아이들 50여명을 키운 스님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정혜사에서 20여 년간 선방을 운영소임을 맡아오다 1990년 다 쓰러져가던 이곳 광덕사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지금은 지역 복지에 열정을 쏟고 있다. 매년 무의탁노인과 경로단체에 성금을 지원하는 등 지역의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장애인 돕기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이런 공로로 지난해 ‘자랑스런 충청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고추, 배추 등 밭작물을 직접 재배하고, 사찰 조경도 혼자 힘으로 하는 등 ‘일일부작(一日不作 一日不食)’을 실천하고 있다. 복지 후원금을 한 푼이라도 더 내기 위해 승용차를 소유하지 않을 정도다. 노인복지와 시민선방을 개설하는 것이 스님의 꿈이다.

▷종학 스님(예산 탈해사 주지)
현재의 탈해사를 일구기까지는 종학 스님의 노력이 컸다. 손수 지게를 지고 건축자재를 산으로 나르면서 불사를 했고, 그래서 ‘지게 스님’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현재는 신도들의 기도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토굴 법당 건립 불사를 하고 있다. 여력이 닿는 날까지 불사를 해서 신도들에게 모두 회향하겠다는 것이 스님의 생각이다.

▷선광 스님(서산 개심사 주지)
서산 불교를 말하면서 선광 스님을 빼놓는 사람은 없다. 그만큼 지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하다. 법랍이 40년인 조계종 중진 스님으로, 현재 조계종 중앙종회의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개심사에서만 20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이곳을 명실상부한 수행도량으로 자리매김 시켰다. 선방 수좌출신으로 하나도 수행, 둘도 수행을 고집하면서 지금도 안거 때면 빠짐없이 선원에 들어가 용맹정진한다.

평소 신도들에게도 수행을 강조하며, 수행의 근본이 보살행에 있음을 역설한다. 그래서인지 지역의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지속적인 후원을 해오고 있으며, 부처님에게 입은 은혜를 마지막으로 갚을 기회가 주어진다면 시각장애인을 위한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도신 스님(서산 서광사 주지ㆍ서산 사암련 회장)
기타치며 노래하는 스님으로 유명하다. 2001년 서광사 주지로 부임하기 전까지 찬불가 보급활동을 했지만 지금은 서광사 불사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또한 서산사암연합회 회장을 맡으면서 지역 불교 단합에도 전력을 쏟으면서 서산에 새로운 불교바람을 불어넣는 중심축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서광사를 서산의 종합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사암련 차원에서 계절마다 다양한 문화행사 등을 개최해 지역에서 불교의 위상을 높이고 나아가 한국불교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평소 실천불교를 강조하며, 신도교육 및 지역봉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주경 스님(서산 부석사 주지)
조계종 총무원 총무국장과 포교원 포교국장, 신도국장을 역임했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도신 스님과 함께 서산 불교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차세대 리더로 꼽힌다.

지난해 가을부터 천수만에서 철새를 관찰하고 산사체험을 하는 ‘철새 템플스테이’를 실시하는 등 부석사를 ‘템플스테이 사찰’로 가꾸고 있다. 사찰에서 파라미타 청소년 모임을 운영하는 한편, 3명의 불우한 어린이를 키우는 등 어린이ㆍ청소년ㆍ청년 포교에 관심이 지대하다.

부석사를 모든 이들이 편안하게 관람하고 수행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가꾸면서, 사암련 활동을 통해 지역불교 발전에도 기여하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동우 스님(서산 송덕암 주지)
30년 넘게 송덕암을 지켜온 서산 불교의 터줏대감이다. 태고종 종회의원, 태고종 충남교구호법위원장, 천안소년교도소 종교위원으로 활동하며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특히 청소년 포교에 관심이 많아 4년 전 홍성에 기원정사 포교원을 설립하고 이곳에서 인근 군부대 지도법사를 맡아 매달 네 차례 법회를 열고 있으며, 혜전대와 청운대 불교학생회 법회를 이끌고 있기도 하다. 또한 2001년부터 매월 두 차례 천안소년교도소 청소년들을 위한 교화 및 상담활동도 벌이고 있다.

지역에서는 장애인 후원과 장학금 지급을 통한 청소년 육성 사업도 펼치고 있으며, 서산 한서대 불교학생회 창립계획도 세워놓았다.

▷권오창씨(제7교구 신도회장)
예산, 홍성, 서산, 태안, 당진 등의 수덕사 말사 신도회를 대표하는 제7교구 신도회를 이끌고 있다. 교구 신도조직을 강화하고 신도회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계획중이다. 권 회장은 일차적으로 지역별 교차 모임을 개최하고 시ㆍ군별 지역 신도회를 구성하는데 우선적으로 역점을 두는 한편, 본ㆍ말사 신도회 대의원을 대상으로 한 연수 및 수련회와 신도들을 대상으로 한 신행 경진대회 등의 개최를 통해 교구신도회의 위상을 갖춰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교구 신도회 조직교구 신도회를 위해 열정적으로 헌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관선 3번, 민선 2번의 예산군수를 역임했으며, 향천사 신도이기도 하다.

▷이춘용씨(향천사 유마거사림회장)
공주대학교 명예교수이자 20년 전 거사림회 창립 당시의 멤머. 유마거사림회원 부인들도 대부분 향천사 신도들이다. 거사림회를 후원하며 불우이웃돕기 등의 활동도 한다. 봄 가을로 성지순례를 다니며, 매월 한차례씩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안거때에는 100일 기도에 들어간다.


**가볼만한 사찰

▷수덕사
조계종 제7교구본사. 산세가 수려한 덕숭산에 자리잡은 수덕사는 백제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남아있는 우리 민족문화유산인 대웅전(국보 제49호)을 비롯해 많은 문화유적이 숨쉬고 있다. 근대한국불교의 중흥지로서 경허선사와 만공선사의 선풍이 오늘날까지도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인근에 덕산온천이 있고 사하촌도 깔끔하게 정비돼 있어 관광지로도 각광받고 있다. (041)337-6565

▷향천사
예산 지역 사찰 가운데에서는 가장 중심부에 있으면서도 숲 속에 위치해 있어 공기가 좋다. 사찰로 향하는 숲길이 아름다우며, 경내도 깔끔하게 정돈돼 있다. 바로 옆에 천불선원이 있으며, 사찰과 불과 30m 가량 떨어진 곳에 향천사가 운영하는 향천유치원이 있다. (041)331-3556

▷탈해사
예산의 용비산 430m 높이에 위치한 수덕사 포교당으로 백제 의자왕 16년에 창건됐다. 5m 높이의 청동 아미타불과 지장보살이 모셔져 있으며, 보는 방향에 따라 바위 모양이 조금씩 달라보인다는 ‘장수턱걸이 바위’가 눈길을 끈다. 지장도량으로 신도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041)334-7798

▷개심사
400년 전 모습 그대로의 사찰 모습을 보고 싶다면 개심사로 가라. 깨진 기와조각까지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서산에서는 가장 큰 규모의 사찰. 주변 경관이 아름답고, 고풍스럽고 조용한 산사 분위기를 만끽하기에는 그만인 곳이다. 개심사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올라가면 개심사 보현선원을 볼 수 있다. (041)688-2256

▷부석사
거목들이 늘어선 부석사로 향하는 길이 부석사의 오랜 역사를 말해 준다. 도비산 250m 높이에 위치한 부석사 앞마당에서 내려다보면 서산 앞바다가 보인다. 극락전과 신검당 뒷편은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부석사를 둘러싼 주변경관은 가히 일품이다.(041)662-2824

▷송덕암
예산과 서산의 경계지역에 위치한 전통사찰. 잘 가꿔진 도량이 인상적이며, 이 지역 사찰 대부분이 그렇듯이 주변 경관도 아름답다. 약사전에는 조선시대 송덕암이 창건될 당시 현 송덕암 자리에서 발견됐다는 자연석으로 된 약사불이 모셔져 있는 것이 독특하다. 약사도량으로 유명해 찾는 이들이 많다. (041)688-2913

▷천장사
백제 무왕 34년에 담화선사가 수도하기 위해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 전통사찰. 경허선사와 만공선사가 이곳에서 수행한 사찰이다. 규모는 작지만 연암산의 경치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설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서산 고북면에 위치 .(041)663-2074
한명우 기자 | mwhan@buddhapia.com |
2004-06-12 오전 10: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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