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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평창 월정사 적광전. 아침 예불 드리는 소리가 청아하다. 아침 예불을 드린 주지 정념 스님은 대중 스님들과 함께 설선당으로 자리를 옮긴다. 30여분간의 참선 후 연기의 이치를 깨닫게 해주는 〈원각경〉 ‘보안보살장’을 암송한다. 곧이어 ‘108 대참회문’을 외며 108배를 한다. 자기 응시의 시간을 갖으며 점검하기 위해서다. 월정사의 일상적인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정념 스님이 주지로 취임하면서 월정사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있다. 월정사는 지난 5월 월정사를 출발해 상원사까지 약 10km를 걷는 ‘제1회 오대산 천년의 숲길 걷기대회’를 개최한데 이어 6월 19일부터 20일까지는 ‘천년의 숲길을 찾아가는 오대산 산사영화제’를 연다. 상영될 ‘달마야 서울가자’는 일반 극장보다 1주일 전에 선보이는 것이다.
지역민들과 거리 좁히기를 통한 지역 공동체 형성 노력뿐만 아니라 대외적인 교류도 준비하고 있다. 6월 24일부터 중국 오대산을 방문해 불교문화교류 및 수행교류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1,400년 만에 한국과 중국 문수신앙이 서로 만나는 이번 방문을 통해 문수신앙과 화엄사상을 꽃피운 상원사의 역사를 계승하고 한국 불교를 중국에 알리기 위해서다.
월정사의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수행ㆍ복지ㆍ문화’ 세 가지 코드에 중심을 둔 월정사는 수행가풍 확립을 위해 선방을 개설할 예정이다. 정념 스님이 상원사 주지로 있을 때 재개원한 청량선원을 근간으로 한다. 또 주말수련법회를 활성화하고 불교대학, 단기출가학교, 국제적인 선 수련 센터 설립도 추진한다.
노후복지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는 정념 스님은 탄허 스님이 주석했던 방산굴에 실버타운을 만들 계획이다. 노후문제가 해결돼야 불교 내부의 주지인사문제, 재정의 투명화, 공유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천년 숲길 걷기대회와 산사영화제 뿐만 아니라 계절에 맞는 문화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수학여행을 많이 오는 봄에는 청소년 문화포교 프로그램을, 행락객들이 많이 오는 여름에는 지역 공동체와 함께 하는 ‘오대제’를, 단풍구경을 많이 오는 가을에는 개산대재와 함께 ‘불교문화축제’를 여는 등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이외에도 최근 열린 교구 종회에서 환경위원회를 구성했으며 3억 3천만 원을 출연해 장학회도 출범시켰다. 또 강릉불교방송 설립을 추진키로 했으며, ‘웹진’을 만들어 인터넷 포교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러한 변화의 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주지스님 뿐 아니라 대중 스님들과 재가 종무원 등 ‘사부대중이 함께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일례로 대중스님들은 아침예불과 정진, 대중공양 뿐 아니라 한 달에 두 번 산행도 함께 한다. 또 재가종무원들과 격의 없는 토론으로 종무행정을 추진하고 있다. 워낙 열심히 토론하다 보니 시간을 너무 빼앗아 최근에는 종무회의 시간을 2시간만 하자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정념 스님은 “사찰은 대중들에게 장소를 제공하고 또 기꺼이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대중들의 힘으로 절차하고 탁마해야 수행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