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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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불교 현장을 가다-충남 아산시
지역 불교가 꿈틀대고 있다. 지방화시대의 거센 물결을 따라 지역 불교도 지역특성에 맞는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시대조류에 떠밀린 측면도 없지 않지만 각 지역불교가 이렇게 고유의 특성과 색깔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발전적 변화 의지가 넘쳐나고 있음은 분명하다.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행정, 포교, 교육 등 모든 일이 이루어지던 과거와는 달리 각 지역불교가 이제는 독자적인 환경 구축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에 현대불교는 각 지역의 불교가 어떤 특징을 갖고 어떻게 변화해가고 있는지를 파악함과 동시에 그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사찰과 인물들을 통해 발전방향을 점검해보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본 기획시리즈는 다른 종교와 비교해 불교세가 비교적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충청지역을 시작으로 경기, 강원, 경상, 전라 등 전국 지역을 다룰 예정이며, 시 단위를 중심으로 탐방한다.

①충남 아산

■아산불교의 특징
인구 20만의 관광도시 충남 아산. 서해안 고속도로가 개통된 이후 빠른 인구증가세를 보이던 아산이 최근에는 KTX 개통과 함께 아산 신도시 개발이 본격 추진되면서 새로운 지도를 그려가고 있다. 삼성반도체와 현대자동차 등 거대 규모의 공장들이 속속들이 들어섰고, 대학만도 순천향대학, 호서대학 등 6개가 자리잡고 있다. 온천과 아름다운 계곡 때문에 관광도시로 알려져 왔지만 이제 아산은 단순한 관광도시가 아니라 교통의 요충지이자 산업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이런 변화와 맞물려 아산불교도 매우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있다. 교통망이 확충되고 각종 산업시설이 들어서면서 신도들이 늘고 있고, 이에 따라 아산의 사찰들은 도시 외형 변화와 불교인구 증가에 걸맞는 포교와 조직체계를 갖추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우선 아산 불교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교통망이 확충되면서 아산 지역 90여개 사찰의 신도들 가운데 아산 지역민이 50%가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외지 신도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아산에서 가장 규모가 큰 보문사를 비롯해 수암사, 봉국사, 대윤사 등 많은 사찰들의 신도들 상당수가 가까이는 평택, 안성, 화성, 성남, 분당 등 경기도와 인천, 서울 사람들이다. 경치 좋은 사찰을 찾는 불자들이 교통이 편리하고 수도권과 인접한 아산 지역 사찰에까지 발길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 1~2시간이면 쾌적한 산사를 만날 수 있는 지리적 여건은 이제 아산 사찰들의 신도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도시 유입인구 증가에 따른 불교 인구 증가도 눈에 띈다. 본지가 탐방한 아산의 8개 사찰 주지 스님들은 모두가 최근 2~3년 새 불교신도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말한다. 2001년 당시 2만7천여 명이었던 신도수가 이제는 5만여 명에 육박할 정도로 됐다는 것이다.

이렇게 신도수가 늘면서 사찰 수도 10여 년 전에 비해 20여 곳 이상 늘었으며 길상사, 송암사, 봉수사, 불국사 등이 불사를 통해 사찰을 재단장하는 한편, 상당수 사찰들이 불사를 계획하고 있는 등 늘어나는 신도를 수용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외형적 흐름에 발맞춰 지역 불교계 내부도 변화하고 있다. 충청지역 사암련 가운데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아산불교사암연합회는 다양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핵심사업은 불교회관 건립이다. 아산불교의 숙원사업인 불교회관 건립을 위해 70여 회원 사찰이 뜻을 모으고 있다. 회관이 건립될 경우 현재보다도 더 많은 외지 사람들에게 효율적으로 포교활동을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게 된다. 사암연합회도 포교 활성화를 위해 불교회관 건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기금조성 방법 등을 다각도로 모색중이다.

아산사암련은 불과 3년 전만 해도 조계종 사찰 중심의 사암협의회와 다른 종단들이 연대한 사암연합회로 양분돼 있었지만 불교 포교를 위해 합치자는데 뜻을 모았고, 올해는 역대 부처님오신날 행사 가운데에서 가장 규모있게 행사를 치르면서 단합된 힘을 과시했다.

사찰별로 특화된 포교활동도 강화되고 있다. 어린이, 청소년, 직장인 포교를 하고 있는 각 사찰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고, 참선과 기도 등 수행에 역점을 두고 있는 사찰들도 불자들과 일반인들이 편안히 수행할 수 있는 여건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어느 지역보다 비구니 스님들의 활동이 활발한 것도 아산불교의 특징으로 꼽힌다. 90여 사찰 가운데 비구니 스님이 주지 소임을 맡고 있는 곳이 절반에 이르고 있으며, 관음사포교당 백련암 옥련암 윤정사 대윤사 등 대표적인 포교 사찰들이 바로 비구니 스님들이 운영하는 사찰들이다. 또한 사암연합회 임원진의 절반도 비구니 스님들일 정도로 이 지역에서 비구니 스님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그래서인지 “아산불교는 비구니 스님들이 이끈다”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신도회 활동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암련의 70여 회원 사찰 신도회 회장단 200여명은 7월 4일 시내 전원예식장에서 ‘신도단체총연합회’를 결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신도단체연합회는 앞으로 지역 사찰의 연합 거사림회로서 수행과 신행은 물론 지역복지 등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어서, 이제 아산불교는 명실공히 승?재가가 어우러지는 포교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하지만 포교활동에 비해 교육여건은 다소 열악하다. 관음사포교당에서 매주 한차례씩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불교대학은 과거에 비해 인원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포교에 주력하면서 상대적으로 교육에 소홀해온 탓이다.

각급 신행단체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이에 따라 아산사암련은 시청과 경찰 불자회를 창립해 신행단체 활성화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복안을 세워놓고 있다.


■아산불교 이끄는 주역들

아산 사찰의 종단 분포도를 보면 전체 90여 사찰 중 조계종과 선학원 소속 사찰은 23개에 불과하다. 그만큼 여러 종단 사찰들이 고루 분포돼 있다. 그런데도 어느 지역보다 사암연합회가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데에는 사암연합회 회장인 송운 스님(보문사 주지)의 역할이 크다. 이 지역의 스님들은, 송운 스님이 서로 이해가 다른 사찰들은 하나로 묶으면서 지난 2년간 사암연합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고 평가한다. 송운 스님은 보문사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노인복지에 심혈을 기울이면서, 사암련 차원에서도 지역 복지 사업을 전개하는 한편, 불교회관 건립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각오다.

지역 사찰들이 화합하는데 기여한 스님으로 대각 스님(수암사 회주ㆍ사암련 고문)을 빼놓을 수 없다. 송운 스님이 사암련 회장을 맡기 전 사암련과 사암협의회가 양분돼 있을 당시 사암련 회장을 역임하면서 송운 스님과 함께 두 단체가 통합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산하 단체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영산합창단이 교도소와 군부대 등을 방문해 법회를 보는 등 자원봉사단체로 자리매김하는데에도 많은 공헌을 했다. 대각 스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숙원사업인 불교회관 건립은 해야 한다”며 송운 스님과 함께 지역 사찰들의 뜻을 모으겠다고 말한다.

지행 스님(관음사포교당 주지ㆍ룸비니유치원 원장)은 이 지역 어린이 포교의 대모로 통한다. 22년 전 모종동에 어린이집을 세우면서 어린이 포교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디딘 지행 스님은 7년전에는 초사동에 체험 학습실을 갖춘 5천평 규모의 유치원을 열면서 아산지역에서는 다른 어떤 종교보다도 불교 유치원이 질적인 면에서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는데 기여했다. 시대 변화에 따라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개발돼야 한다는 신념 아래 교재개발 등 각종 연구사업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을 정도로 어린이 포교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

어린이 포교에 지행 스님이 있다면 청소년 포교에는 종인 스님(옥련암 주지)이 있다. 1998년 옥련청소년육성개발원을 설립한 종인 스님은 1년에 24차례의 문화축제를 개최하면서 문화를 통한 청소년 포교에 전력을 기울여왔다. 그런 노력을 인정받아 이제는 시에서 주최하는 각종 청소년 축제를 위탁받아 운영하는 한편, 도 차원에서 진행되는 징계학생 위탁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가출 청소년 쉼터와 무료 공부방까지 운영하고 있는 종인 스님은 이제 청소년 사업에 관한 한 이 지역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가 됐다.

성엽 스님(대윤사 주지ㆍ사암련 재정부장)은 직장인 포교에서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대윤사 인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불자회 지도법사로 활동하면서 이들에게 불교공부는 물론 수행지도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여기에 비불자 직원들에게도 각종 상담을 해주는 등 교육자이자 포교사로서의 1인2역을 해내고 있다. 성엽 스님은 대윤사 앞에 공원같은 휴식공간을 만들어 인근 주민들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는 소박한 꿈도 가지고 있다.

묘각 스님(봉곡사 주지)은 퇴락해가던 봉곡사를 수행도량으로 복원하고 이곳에서 수행에 전념하며 불자와 일반인들에게 수행지도를 하고 있다. 봉곡사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찾는 이가 많지는 않지만 이만한 수행도량을 찾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봉곡사를 가꾸어놓았다. 만공 스님의 뜻을 이어 신도들뿐만 아니라 스님들도 마음놓고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묘각 스님의 계획이다.
이밖에도 혜명 스님(혜명사 주지)은 수행과 포교에 열심이며, 성주 스님(백련암 주지)과 인득 스님(윤정사 주지) 등도 활발한 포교활동을 펼치고 있다.


■돋보기
▷보문사-대웅전과 지장전, 관음전 등 전각들이 1000여 평의 대지 위에 정갈하게 놓여 있다. 마치 조각공원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시원하게 잘 정리돼 있으면서도 편안함을 준다. 칠보사 조실 석주 스님이 수행과 포교를 위해 건립한 사찰로, 현충사 바로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041)545-6531

▷봉곡사-신라 51대 진성여왕 원년인 887년에 도선국사가 창건한 전통사찰. 봉곡사로 들어가는 소나무 숲길은 고요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운치가 그만이다. 1895년 만공 스님이 이곳에서 수행하던 중 깨달음을 얻었던 곳으로, 이를 상징하는 만공탑이 절 입구에 놓여 있다. 99년 요사채 옆에서 출토된 오방불(五方佛?부처님 형상을 한 자연석)도 눈길을 끈다. 사찰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조용히 수행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041)543-4004

▷인취사-신창면 읍내리 학성산 기슭에 위치한 전통사찰. 고려시대 창건된 사찰로 경내에 삼층석탑 2기와 극락전이 있다. 근래 들어서는 연꽃을 재배?보급하고 관상할 수 있는 사찰로 유명해졌다.(041)542-6441

▷세심사-고려조에 창건된 절로 원래는 심신사였으나 최근 세심사로 개명했다. 명산으로 일컬어지는 영인산 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세심사는 다층석탑과 부도전이 있으며 목판으로 조성된 부모은중경을 보관하고 있다. 전통사찰답게 고즈넉하고 우아하다. (041)543-2696

▷동심사-고려시대 창건됐으나 이후 폐사지나 다름없이 방치되고 있던 것을 96년 향담 스님이 기도도량으로 복원했다. 복원되기 전 이곳이 절터였다고 해서 지금도 마을이름이 절골로 불리고 있는데, 동심사 극락보전 뒤편에 있는 130Cm 크기의 마애불이 눈길을 끈다. 최근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에서 문화재적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 정밀조사를 했다. 아산 북서쪽 영인산에 위치. (041)542-5747
한명우 기자 | mwhan@buddhapia.com |
2004-06-07 오전 9: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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