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5일 제17대 국회가 개원했다. 이번 17대 국회에서는 총 299명의 의원 가운데 27명만이 불자국회의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개신교 117명, 가톨릭 61명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숫자지만 당당하게 자신이 불자라는 사실을 밝히고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성실한 의정활동을 펼칠 것을 다짐하고 있다. 국회개원을 앞둔 초선 불자의원 5명을 현대불교신문이 만났다. -편집자주
■박세일 의원(비례대표ㆍ한나라)
박세일 의원(57)은 자신이 앞으로 펼칠 의정활동의 핵심을 “세대간ㆍ이념간ㆍ계층간 갈등을 끊어내는 중도(中道)의 정치”라고 표현했다. 자신만이 옳다고 믿는 법상(法相)을 버릴 때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어머니 손에 이끌려 따라간 과천 청계사에서 금오 큰스님을 뵈면서 불교와 인연을 맺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출신의 박 의원은 초선이면서도 당에서는 중진급 대우를 받는다. 그만큼 당내 주요 정책을 만들어 내는 핵심 브레인이다. 문민정부시절에는 국가정책기획 수석비서관으로 활약한 불자 정치인으로도 유명하다. 요즘도 수시로 절을 찾아 마음을 가다듬는다는 박 의원은 “미래지향적이고 이상과 합리성이 조화를 이루는 큰 정치를 펼쳐나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계진 의원(강원 원주ㆍ한나라)
“상임위 1,2,3지망을 모두 문화관광위로 신청 한사람은 저뿐일 겁니다!” 지난달 당 의원연수에서 이계진 의원(59)은 앞으로 문화관광분야 의정활동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오랜 세월 방송에 몸담았던 자신의 이력뿐만 아니라 불교의 전통과 문화를 지키고 발전시키는데 꼭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에서다. 이의원은 올해 초파일에도 자신이 이사로 있는 ‘맑고향기롭게’의 길상사 봉축음악회 사회를 맡았다. 이 자리에서 법정스님에게 3배를 올리고 앞으로 정치인 ‘이계진’의 앞길에 대한 조언을 얻었다. 이 의원은 “방송인 이계진의 반듯한 모습이 정치인이 되어서도 변하지 말 것과 늘 하심하고 어려운 이웃과 국민을 먼저 생각하라는 스님의 말씀을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마음속에 새길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재성 의원(경기 남양주갑ㆍ열린우리)
“부족한 불자의원의 숫자에 억매이기 보다 견실한 불자회를 먼저 활성화 시키는 것이 불자국회의원의 역할”이라는 최재성 의원(40)은 이번 17대 국회 불자의원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인물 중에 하나다.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한 최초의 불자의원이라는 점 때문이다. 아직은 이런 주변의 인식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는 최 의원은 “정치인으로써 당당하게 불자임을 밝히고 불교계 현안에 대해서는 당차원에서 검토되고 추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먼저 “당내에 불자회 창립과 활성화에 노력할 것”을 강조했다. 최 의원은 앞으로 “사교육 문제, 사립학교법 개정, 대학의 서열화, 부와 교육수준의 세습화 문제 등 교육분야에 관심을 두고 의정활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정봉주 의원(서울 노원갑ㆍ열린우리)
정봉주 의원(45)은 지난 선거기간동안 힘이 들 때 마다 집 근처 하계동의 작은 포교원을 찾았다. 정의원은 그곳의 스님에게서 “마음이 어지러울수록 남에게 드러나고자 하는 마음을 버리고 평상심을 찾으라”는 화두를 얻었다고 한다. 그는 지금도 마음이 어지러울 때면 집안에 모신 불상 앞에서 108배로 자신을 다스린다. 주로 찾는 절은 남양주 봉영사. 지금은 본사 주지로 가있는 철안스님과는 오랜 인연지기다. “우리사회의 개혁과제가 많지만 교육만큼 시급한 개혁과제는 없다”고 강조하는 정 의원은 앞으로 국회 교육위원회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모 대학이 운영하는 어학원의 경영책임자로 일하면서 우리나라 교육의 많은 문제점들을 몸으로 겪었다는 정 의원은 “앞으로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꿈을 펼치며 공부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힘을 쏟고 싶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조승수 의원(울산 북ㆍ민주노동)
“정치인들의 정치논리와 정치집단의 이해관계에 매달리지 않고 국민과 서민을 대변하는 참 정치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조승수 의원(42)은 검게 탄 얼굴에 진한 경상도 사투리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50년만의 첫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이라는 이변을 만들어낸 주인공이다. 40년을 양산의 작은 암자 한곳만을 찾아가시는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는 조 의원은 동국대에 진학하면서 불교와 더욱 가까워 졌다고 한다. 조 의원은 대학졸업 후 울산의 모 대기업 하청공장 노동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으면서 노동운동에 투신해 지방의회 의원과 울산 북구청장을 지냈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마치 미륵정토를 바라던 조선시대 민중들의 염원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는 조의원은 “노동자, 농민 등 소외계층을 위한 입법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