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월 2일, 의왕시 정신지체 시설 녹향원에서 만난 서울구치소 불심회 이남수 회장(54ㆍ원광)은 녹향원을 130여 불심회원들이 ‘함께 가꾸는 집’이라고 말했다. 녹향원 막내둥이 교일 이(21ㆍ정신지체1급), 정환 씨(33ㆍ정신지체1급), 준환 씨(29ㆍ정신지체2급) 등 7명 모두가 불심회원들의 ‘동생ㆍ아들’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란다.
오늘은 불심회원들의 목욕 봉사가 있는 날. 일찌감치 녹향원은 들썩거렸다. 오전 내내 창밖만 연신 내다보며 안절부절 했다고 배경주 사회복지사가 귀띔을 했다. 매일 빠짐없이 근무가 끝나면 불심회들이 순번을 정해 바깥나들이, 등산, 운동 등으로 호흡을 같이하다보니, 어느새 오후 6시쯤이면 녹향원은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잠시 후, 불심회원들이 거실로 들어서자 괴성을 지르며 몰려들었다. 정환 씨는 이 회장의 두 뺨에 얼굴을 비비고, 한국 씨(45ㆍ정신지제1급)는 문장일 불자(36ㆍ정도)의 두 손을 맞잡는다. 말은 못해도 서로 눈빛에 반가움이 묻어났다.
하지만 목욕이 시작되면 녹향원 식구들과 실랑이가 벌어진다. 울부짖다 못해 방바닥에 머리를 찧는 준환 씨,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교일이. 되레 간식준비, 청소 등은 ‘누워서 떡먹기’다. 7명의 정신지체 장애인의 옷을 벗기는 것부터 비누질, 물기 닦아주기, 빨래에 이르기까지 손 가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씻고 나면 개원해 합니다. 하루 근무, 24시간 당직, 1일 비번으로 이어지는 근무형태로 봉사활동이 조금은 벅차지만 보람과 기쁨만큼은 한없이 큽니다. 뭔가 주려고 오지만 지금은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을 배워갑니다.”
문장일 불자가 이곳에서 2년 넘게 비지땀을 흘리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다른 불심회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특별히 봉사활동에 의미를 두지 않았다. 다만 일상의 한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불심회의 봉사활동은 서울구치소 개신교 모임 신우회원의 개별적인 참여도 이끌어냈다. 지난해 3월부터 녹향원 봉사를 해온 박진호 씨(35ㆍ보안과)는 자원봉사에 종교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서울구치소 불심회의 봉사활동은 지난 87년 창립 초창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에 시작한 녹향원을 비롯해 안양 명륜보육원 봉사, 안양시 주변 노인시설 경로잔치 등 꾸준히 소외된 이웃과 만나고 있다. 또 야무진 활동을 위해 4년 전부터 불심회 내 봉사소모임도 꾸렸다. 장의염불팀과 자원봉사팀이 바로 그것. 활발한 소모임은 곧바로 회원들의 참여율도 높여 불심회 신행활동 활성화로 이어졌다.
“불심회원 모두가 교도관을 천직으로 여기듯이 봉사도 해야 할 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봉사가 따로 있겠습니까? 내가 나눌 수 있는 것을 베푸는 거지요. 다만 따뜻한 정이 있어야만 봉사의 의미가 깊어진다고 봅니다. 어떤 마음을 갖고 대하냐에 따라 이들의 표정이 달라지니까요.”
이남수 불심회장이 말하는 ‘봉사철학’은 이랬다. 마음가짐이 사심 없어
야 진정한 봉사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회장은 한 마디 더 덧붙였다. 날마다 업무에 치여 살지만, 불자 교정인이야말로 구치소 수감자들은 물론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겪는 ‘마음의 징역살이’까지도 훌훌 털게 하는 일터불자들이라고 말했다. 경기 의왕시=김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