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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휘옥 박사, 일본 미얀마등 수행처 탐방
“세계의 유명한 수행처일수록 교리를 중시한다. 또한 스승과 제자가 개별적으로 만나 수행 진척사항을 점검하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갖고 있다.”

일본, 동남아, 유럽 등 세계 각지의 다양한 수행법을 체험한 미래학불교학회 장휘옥(53) 회장의 결론이다. 장 회장은 최근 미래학불교학회 학술세미나에서 ‘불교수행의 세계적 현황과 그 미래’라는 주제로 발표한 논문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많은 선지식들이 나오기 위해서는 수행과 교학의 병행과 함께 늘 점검해 줄 수 있는 지도방식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도쿄대에서 화엄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십여년 이상 동국대 등 대학 강단에서 연구와 교육에 전념했던 장휘옥 박사. 장 박사는 지난해 3월 그동안 익힌 불교학을 실참으로 확인하겠다는 절박한 발심으로 교수라는 ‘보장된 직업’을 포기하고 구도행에 나선 감회와 수행담을 이 글에 고스란히 담고 있다. 지난 1년간 각국의 수행센터와 선지식들을 찾아다닌 구법여행을 시작한 것은 각기 다른 전통에서 계승되어 온 수행법들을 체험해 봄으로써 자신의 눈도 새로 뜨고 한국불교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데도 일조하고 싶었다는 게 그녀의 취지였다.

이 논문에 따르면 장 박사가 처음 방문한 곳은 일본 임제종 향옥사파의 참선도량인 고오가쿠지(向嶽寺)였다. 이 절은 중국 송나라 때 선 수행과 생활 모습을 거의 그대로 계승하고 있었으며, 지금도 양식이 떨어지면 스님들이 탁발을 나갈 정도로 청빈한 생활을 하고 있다. 특히 여름, 겨울 안거기간에는 하루 15시간 이상 좌선할 정도로 용맹정진 하고 있다. 입선 중에는 조금 졸기만 해도 딱딱 내리치는 장군죽비, 겨울에도 문을 모두 열어놓고 좌선하는 모습, 노동 즉 울력을 중요시 하는 전통에서 일본 선불교가 아직도 펄펄 살아있음을 뼈저리게 체험할 수 있었다고 장 박사는 소개했다. 특히 그녀는 이곳의 가장 큰 장점으로 제자가 스승에게 매일 1~5회씩 자신의 견처를 보이고 점검을 받는 독참(獨參)제도를 꼽았다.

장 박사는 미야모토 타이호오 방장스님과의 대화를 통해 ‘화두를 하나만 들지 않고 단계별로 화두를 바꾸어가며 드는 이유’에 대해서도 듣게 되었다. “화두를 단계별로 바꾼다는 것은 화두 하나를 온전히 깨쳤는지 점검하는 방법에 불과합니다. 화두 하나를 온전히 깨쳤다면 1700개 화두를 다 들이대어도 그 자리에서 다 뚫을 것이니, 화두를 바꾼다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것입니다.” 장 박사는 “하루 15시간씩의 좌선을 수행해 본 결과 방장 스님의 말처럼 ‘좋은 스승이 있으면 언제라도 좋은 제자가 배출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일본의 간화선을 체험한 장 박사는 다시 미얀마 양곤의 쉐우민 센터를 방문했다. 새벽 3시 30분부터 오후 10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몸과 느낌, 마음, 법 등 사념처 가운데 마음을 위주로 관찰하는 쉐우민센터의 위빠사나 수행은 좌선과 행선을 중심으로 계속됐다. 이곳에서 그녀는 묵언과 오후불식을 철저히 지키는 집중수련 코스에 참가했고 이 곳을 대표하는 고승 우 떼자니야 스님과 문답도 가졌다. “알아차리는 마음의 자세만 바르면 대상은 저절로 바른 대상이 됩니다. ‘어떤 마음자세로 수행하고 있나?’ 하고 항시 자신을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장 박사는 우 떼자니야 스님의 가르침처럼 위빠사나의 핵심은 ‘사띠(sati)’, 즉 알아차림에 있으며, 남방불교의 수행도량에서도 철저한 지도점검과 경전 공부가 필수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장 박사는 베트남 출신의 틱낫한 스님이 프랑스 보르도 지방에 세운 플럼빌리지 명상수련센터도 찾았다. 이곳에서 그녀는 일주일 동안 울력명상, 진리토론, 대지와 접하기, 게으름의 날, 팃낙한 스님의 법문 등으로 이뤄지는 수행코스에 동참했다. 장 박사는 틱낫한 스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플럼빌리지의 수행프로그램은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을 호흡과 걷기 명상을 통해 알아차리고, 모든 존재가 그물처럼 얽혀 있다는 자각 아래 더불어 살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장 박사는 구산 스님의 제자로 영국과 프랑스에서 한국 선을 지도하고 있는 마틴 베츨러와 스티븐 베츨러 부부, 숭산 스님의 제자로 폴란드 등에서 선을 지도하고 있는 우봉 스님, 파리 길상사 주지 무이 스님 등을 면답하기도 했다. 이어 그녀는 중관학의 세계적 거장이자 선 수행자인 스위스 로잔대학의 자크 메 교수를 만나 일주일간 함께 생활하며 그에게서 유럽불교의 희망을 발견하기도 했다.

1년여에 걸쳐 수행법 체험을 마친 장 박사는 “어느 수행이든 자신의 근기에 맞는 수행법을 선택해 꾸준히 노력하면 깨달음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녀는 “교리 없는 수행은 위험하고 수행없는 교리는 공허하다”는 말로 선교쌍수(禪敎雙修)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장 박사는 현재 남쪽 바닷가 외딴 섬에 조그마한 수행처를 마련해 내면을 향한 구도여행을 다시 시작했다.
김재경 기자 | jgkim@buddhapia.com |
2004-06-03 오전 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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