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참선’, 기독교의 ‘묵상’, 유대교의 ‘까발라’…. 명상은 각 종교의 핵심적인 세계관을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심신수련법의 하나였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오면서 명상은 종교적인 울타리에서 벗어나 서서히 속세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특히 근대 서구문명의 폐단을 치유하는 하나의 대안운동으로서의 가능성을 내보이면서 심리학, 과학, 건강 등의 분야에 다양하게 응용돼 왔다.
최근 불교포럼(대표 김연규ㆍ임완숙ㆍ김광하)과 더불어숲 학교(교장 신영복)가 개최한 두 세미나는 이 같은 현실과 명상의 관계에 주목한 자리였다. ‘명상의 사회적 의미’, ‘사회의 명상화, 명상의 사회화’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명상가 박석(상명대) 교수는 “명상은 현대문명의 위기를 극복할 힘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명상은 인류의 정신적 능력을 빠른 시간에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방편”이라며 “명상을 통해 물질적 능력과 정신적 능력의 괴리현상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그 극복의 힘은 바로 욕구의 자율적인 조정능력. 명상을 제대로 하면 자율적으로 적게 먹고 적게 소비하게 되며, 그것으로도 깊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명상적 삶’은 물질적 욕구 증대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문명의 폐단을 치유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꼽힌다.
박 교수는 또 명상이 현대 종교인의 삶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그는 “명상은 현재의 종교가 지니고 있는 기복적인 신앙이나 도그마화된 교리체계를 극복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라고 말했다. 언어 너머의 그 자리를 직접 체험하는 것을 강조하는 명상은 종교적 도그마와 무관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이것이 결국에는 종교 간 갈등해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명상 속에도 해결돼야 할 부분이 있다. 박 교수는 명상에서 신비적인 요소를 한시 빨리 걷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명상 과정에 경험하게 되는 주관성과 객관성의 혼동을 경계할 것을 주문했다. 예를 들어 명상시 깊은 이완이나 집중력 향상 등은 객관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개인적인 체험을 ‘깨달음의 경지’라 착각하는 등의 주관적인 느낌을 유의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단체 내에서 집단주관적인 착각으로 확대돼 사회와 소통불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박 교수는 이와 관련해 ‘명상의 과학화’를 제시했다. 그는 “명상에서 나타나는 효과의 상당부분은 명상 자체의 효과라기보다는 심리적 기대치에 의한 플라세보 효과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명상의 생리적ㆍ심리적 효과를 밝히는 연구들이 명상의 보편적인 원리를 밝히는 체계적인 단계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효과에 대한 과학적 검증과 더불어 명상을 제도권 학문으로 발전시킬 것과 명상교사에 대한 자격요건을 강화할 것 등 세부적인 노력 또한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곧 ‘올바른 명상’의 문제와 연결된다. 불교포럼 토론에 참가한 유마선원 이제열 원장은 “올바른 명상법을 얘기하기 위해서는 ‘방향성’과 ‘경직성’의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명상의 방향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견해 속으로 빠지기 마련이기에 계율과 같은 윤리의 문제가 요구된다는 것이 ‘방향성’에 관한 이 원장의 견해다. 또한 아상(我相)과 아치(我癡)를 걷어낸 수행자라 할지라도 수행으로 얻어진 경지나 깨달음을 절대화시킬 위험이 있다. 그래서 ‘경직성’의 문제 역시 명상의 사회화에 앞서 반드시 논의돼야 할 부분이다. 박 교수 역시 “상구보리 하참중생, 즉 위로는 진리를 구하고 아래로는 현실에 참여해야 한다”고 덧붙이며 올바른 명상은 사회에 대한 고민과 별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