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안오니 법회 못하지.”
조사 결과 어린이·청소년 법회를 운영하는 사찰의 비율이 10%대로 낮게 나온 것은 이미 예견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는 대불어의 조사 결과인 9.4%(어린이법회 실시 사찰만) 보다 다소 높은 수치지만, 두 조사결과를 종합하면 어린이·청소년 법회를 여는 사찰이 10곳중 1곳에 불과하다. 포교의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사찰이 어린이·청소년 불자 양성을 소홀히 생각하는 근시안적인 태도에 대한 우려 섞인 지적이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480개 사찰 가운데 어린이·청소년 법회를 운영하지 않는 392개 사찰들은 그 주된 이유로 ‘참석하는 어린이·청소년이 적어서(29.8%)’라고 답했다. 사찰이 찾아가는 포교, 적극적인 포교 보다는 앉아서 기다리는 소극적인 포교를 하고 있음을 자인한 셈이다. 또 이 질문에는 ‘재원 및 운영상의 문제’와 ‘지도법사 또는 지도교사의 부재’를 이유로 꼽은 사찰도 23.5%와 12.8%나 돼 어린이·청소년 포교 시스템이 미비한 현실을 반영했다.
그러나 어린이·청소년 법회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필요하다는 응답이 77.9%에 달했다. ‘없어도 문제없다’와 ‘필요 없다’는 응답은 16.4%에 불과했다. 이는 어린이·청소년 불자 양성이 절실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내 사찰은 하고 싶지 않다는 이기적 심리가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린이·청소년 법회가 필요한 이유로 10명 가운데 8명이 새싹불자를 양성해야 불교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응답한 점은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청소년 법회를 운영하지 않는 이유로 꼽은 문제가 해결될 경우 법회를 개설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서 58.9%의 사찰만이 그렇다고 답했을 뿐, 36.2%에 해당하는 사찰은 운영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여기에서도 당장 눈앞에 보이는 포교에만 급급할 뿐 미래불교를 짊어질 어린이·청소년 불자 양성은 외면하고 있음이 잘 드러난다.
이에 대해 어린이·청소년 포교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어린이·청소년 법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직접적인 이점이 없기 때문에 사찰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려 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어린이·청소년 법회를 열면 ‘손해’라고 생각하는 풍토가 저변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종단으로부터 지원 받고 싶은 분야로는 23.7%가 재원을, 18.9%가 프로그램 등 교육자료를, 17.9%가 지도법사와 교사를 꼽았다. 이 세 가지를 모두 바란다는 응답도 37.1%나 있었다. 어린이·청소년 법회를 운영하는 중요한 요소인 재원과 지도인력, 프로그램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것의 반증이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의 응답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어린이·청소년 법회를 운영하는 사찰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긍정적인 응답은 30.2%였고, 줄어들거나 사라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답변은 33.5%가 나왔다. 지금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사찰은 32.1%였다.
지역·도시와 농촌 등 지역 차이커
이번 설문에서는 어린이·청소년 법회를 운영하고 있는 사찰분포가 상당한 지역적 편차를 보였다.
어린이 법회의 경우 인천·경기지역의 사찰이 37.1%로 가장 많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31.6%가 운영한다고 응답한 서울이 2위, 대구·경북(16.7) 3위로 뒤를 이었다. 반면 전북은 4.3%, 광주·전남은 5.9%, 충북 11.1%로 평균18.1%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청소년 법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인천·경기(27.4)와 서울(26.3)지역이 평균을 웃돌았다. 제주(4.0)가 가장 낮았고 전북도 4.3%에 해당하는 사찰만이 청소년 법회를 열고 있었다. 어린이 법회와 달리 강원(12.2), 광주·전남(11.8)이 대구·경북(9.5), 부산·경남(7.1) 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특별시·광역시 등 도시지역과 군 등 농촌지역간 격차도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어린이 법회의 경우 도시지역은 28.7%가 법회를 열고 있다고 응답했지만, 농촌은 13.7%만이 법회를 실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청소년 법회의 경우 도시는 20.4%의 사찰에서 법회를 열고 있었지만, 농촌은 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9.9%의 사찰에서 법회가 열리고 있었다.
또 어린이·청소년 법회의 필요성 인지에 따른 향후 전망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청소년 법회가 ‘필요하다’고 대답한 응답자 가운데 36.1%가 전망을 밝게 내다본 반면 ‘없어도 별 문제없다’ 또는 ‘필요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5.1%만이 긍정적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