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제등행렬 축제. 아이들과 학생들이 연등을 들고 신나게 행진하던 10년 전 제등행렬 때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중·장년층 불자들만이 눈에 띌 뿐이다. 유심히 찾아보지 않으면 청년층도 쉽게 만날 수 없다. 어린이·학생·청년 불자들이 없어 재기발랄하고 생동감있는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아~ 옛날이여!’라는 탄식이 절로 나올 법한 상황. 물론 가상 시나리오다. 하지만 현재의 어린이·청소년 포교 현실을 보면 이런 상황이 ‘현실’로 다가오게 될 지도 모른다. 이런 결과는 결국 청년불자 감소로 이어지면서 30~40년 뒤에는 중·장년층 불자마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대한불교어린이지도자연합회(이하 대불어)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전국 3,100 여곳 사찰을 대상으로 전화설문을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어린이 법회를 운영하고 있는 사찰은 294곳인 9.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불어 조사 직후 실시한 본지 설문조사에서는 재원이나 지도법사(교사) 등이 지원돼도 어린이·청소년 법회를 개설할 생각이 없다는 사찰이 40%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는 곳’도 적고 ‘하겠다는 의지’도 없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사실 이같은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다. 2003년 11월 대불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찰 어린이법회 참가 인원수가 연간 11%씩 감소하고 있고, 이와함께 어린이법회를 그만둔 사찰 수도 상당수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전에도 어린이·청소년 법회가 계속해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나 말뿐이었다. 스님이나 신도들은 한결같이 “불교의 미래를 위해 새싹포교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말로는 그렇게 중요하다는 어린이·청소년 포교가 현실에서는 실천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불교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개신교나 천주교의 청년층 신도가 늘고 있는데 반해 불교의 청년층 인구가 줄고 있음은 불교의 어린이·청소년 포교가 ‘구두선’임을 반증한다. 어린이·청소년 포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지, 방법이나 프로그램에 문제는 없는지, 투자를 게을리 하지는 않았는지 등 원점에서부터 모든 것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미다.
어린이·청소년 포교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다가는 불교 존립 자체마저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종단 차원의 체계적 전략 수립,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 개발 등 이런저런 대안들이 거론되고 있기는 하지만 언제나 ‘말잔치’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은 더 물러설 곳 없는 벼랑끝이다. 더 이상 종단에게, 사찰에게, 지도자에게 미룰 일이 아니다. 모두가 나서야 한다. 여기에 불교의 미래가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