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 난 안가. 엄마 혼자 갔다 와.” 부처님오신날 행사에 함께 가자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돌아온 냉담한 반응. 어렸을 땐 넙죽넙죽 절도 잘만 하더니 커가면서 불교와는 자꾸만 멀어져 가는 아이들이다.
‘집안이 불교라서 아이도 불교’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 막연히 불교를 믿으라는 식의 구태의연한 방법 역시 아이를 ‘불자’로 만들 수는 없다. 한국불교의 미래는 새싹 포교에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불자’가 될 수 있는 방안을 ‘엄마’가 나서서 고민해 보자.
● 눈높이 교육을 실시하라
석길암(동국대 불교학과 박사) 씨 집에는 50여권의 어린이 책들이 책장 한켠을 메우고 있다. 이 책들은 석 씨가 아이들을 위해 틈틈이 사모은 불서(佛書). 양질의 불서들을 꿰찬 아이들은 독서습관도 기르고 불교이해의 틀도 마련해 ‘모범 새싹 불자’로 유명하다.
아이들에게는 그들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포교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좋다. 교리와 가까워지기 힘든 유아들의 경우 공양게 암송 등을 통해 불교에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한다. 교리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연령의 아이들에게는 칭찬이나 불교문화 상품 증정 등의 동기부여를 통해 학습을 이끌어내는 것이 좋다. 관음사 어린이 법회 50여명의 새싹 불자들은 지도교사의 칭찬에 힘입어 <금강경> 사구게송을 한 소리로 욀 정도다. 암송 후에 이어지는 신명나는 게송풀이와 양껏 구비된 도서상품권이 놀라운 학습능력의 ‘당근’이라는 후문.
● 불교문화행사에 가보자
화계사 어린이법회 이찬영 군은 최근 연꽃 합창대회에서 수상한 이후 밤낮 찬불가 흥얼거리는 재미에 한창 신이 나 있다. 뜻밖의 칭찬과 박수세례에 한껏 고무된 찬영 군, 이제는 교리 공부까지 일등하겠노라고 나서는 통에 엄마까지 흐뭇해졌다.
문화마케팅이 화두가 되는 이 시대, 포교의 중심에도 문화가 있다. 화계사에서 수년간 어린이법회를 이끌어 온 전희자 지도교사는 “사찰 안에 갖힌 법회를 넘어서 사시사철 풍성한 불교문화행사를 적극 이용하라”고 당부한다. 수련회를 겸한 사찰답사도 좋고, 찬불가 경연대회나 부처님 그리기 대회 등의 연중행사도 참여할 만하다. 사불이나 사경 역시 체험을 이끌어내는 흥미로운 이벤트가 될 수 있다.
●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하라
동대부중 안주희 교법사는 “불교가 쌓아온 콘텐츠를 현대에 맞게 풀어가는 작업은 이 시대 새싹불자들의 몫이다”고 말한다.
동대부중의 최은영 학생은 최근 불교이모티콘 이미지 도안 개발에 한창이다. 처음에는 특수문자들을 응용해 동자승, 목탁 등을 표현하는 데에 그쳤으나 불교문화 콘텐츠 생산에 일익할 수 있다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본격적으로 나서게 됐다. 그러다보니 사천왕상, 보살상 등도 찾아보게 됐고, 그 관심은 불교미술 전반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불교미술 전반에 녹아있는 불법에 대한 의문을 하나하나 풀어가고 있는 중이다. 불교소재를 응용한 플래쉬 애니메이션,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는 불교 명상음악 역시 같은 방법으로 ‘불법을 전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 일상적 사고에 불교를 녹여라
“신약 개발을 주제로 불교CF를 만들어 보라.”
명성여중 권진영 교법사가 아이들에게 요구한 수업내용이다. 부처님이 약사가 된 이야기, 불성을 회복하는 약을 만든 이야기 등 아이들이 고안해 낸 광고는 다양했다.
그러나 권진영 교법사는 “‘몸 아프지 않기를 바라지 말라’는 <보왕삼매론>의 가르침을 응용한 광고까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불교적인 소재 차용에 그치지 않고 교리의 핵심까지 자연스레 뽑아낼 수 있는 사고를 제시하는 것이다.
불교교육이 종교활동에 국한될 때 아이들은 현실과의 괴리를 느끼기 쉽다. 때문에 ‘불법을 실천하는 길이 현실에서 잘 사는 길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일상에서 녹여낼 수 있어야 한다. 효에 대한 주제 공부에 <부모은중경> 이야기를 함께 끌어내는 방식도 그 한 예가 될 수 있다.
● 엄마 스스로 참여하라
매주 50~60명이 꾸준히 참석하는 관음사 어린이 법회에 가보면 엄마들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엄마들은 법회에 앞서 지도법사로부터 프로그램을 미리 받고 세부적인 아이디어를 기획해 간다. 관음사 어린이 법회 지도법사 한순옥 보살은 “아이들을 사찰법회에 전가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아이들-엄마-지도법사 간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키우라”고 주문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엄마들 역시 부족한 공부를 채우게 되고 궁극적으로 불자가정이 튼튼해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