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선(禪)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 선풍(禪風)을 어떻게 실참으로 연결시킬 것인가가 문제다.’
지난 2월 ‘간화선 중흥을 위한 선원장 초청 대법회’(2월 15일~5월 9일)를 필두로 봉은사의 ‘봉은학림 육조단경 논강’(2월 21일~4월 10일), 보문사의 ‘선사 초청 산림법회’(3월 21~27일) 등 참선법회가 사부대중의 호응 속에 회향된 것을 계기로 전국에서 ‘선(禪)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러나 모처럼 진작된 수행 분위기를 어떻게 일상 속의 수행으로 정착시킬 것인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재가자에게는 시민선방(50여곳에 불과)도 부족할 뿐더러 마땅한 지도자도 없이 참선 공부를 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본지는 ‘선원장 초청대법회’ 회향을 맞아 5월 7일 본사에서 선원장 법회에 참석했던 혜국 스님(충주 석종사 금봉선원장)과 현웅 스님(美 버클리 육조사 주지)을 비롯한 인경 스님(조계종 수행체계연구위원), 김태완 무심선원 원장을 초청, ‘간화선 중흥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특집좌담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이번 선원장 초청법회가 1회적으로 끝나서는 안돼며 수행 열기를 이어가기 위한 공간 마련과 구체적인 프로그램 개발 등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아울러 좌담자들은 간화선을 중심으로 한 조계종의 수행체계 확립방안과 선(禪) 교육제도의 보완 등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최근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위빠사나와 제3 수행법에 대해서도 조계종의 대응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전국선원장회의 의장 혜국 스님은 “선원장 법회에 2~3천 명 씩 모인 그 열기를 어떻게 그릇에 담을 것이냐 고민이 되었다”며, “종단에서는 간화선을 학문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발심을 통해 스스로 증득해가는 수행풍토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웅 스님은 “간화선이 시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승가에 책임이 있다. 스님들이 확실히 간화선을 맛보고 그것을 현대화해 물질문명에 젖은 대중 속에서 선을 지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경 스님(명상상담연구원장)은 “참선 법회를 당해 사찰이나 몇군데서 실시하기 보다는 종단에서 전체적인 승가교육과 연계시켜 정기적으로 지속했으면 한다”며 “조계종 수행 및 교육체계를 점검하고 선어록 연구기관을 신설하는 등 간화선의 대중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완 원장은 “<청정도론>과 같은 체계적인 수행지침서도 필요하지만, <육조단경>이나 <서장> 등 선어록을 현대적으로 되살려 교재로 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선원장 법회에서 법문했던 스님들은 선(禪)에 대한 세간의 높은 관심을 인식하고 재가자 수행지도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혜국 스님은 5월 15일 충주에 참선전문도량인 석종사 낙성법회를 봉행하고 집중적인 참선 지도에 나설 방침이다. 현웅 스님도 5월 23일 서울 가회동에 미국 육조사 서울분원을 개원, 국내 불자들을 중심으로 선 지도에 나서기로 했다. 축서사 주지 무여 스님은 10월경 보살선원을 개원, 상설 선 수련회를 열 계획이다.
모처럼 불고 있는 ‘선(禪) 바람’과 관련, 종단차원에서 간화선 수행풍토의 제반문제를 검토하고 올바른 조사선의 수행법과 문답법, 지도점검 체계 등을 파악해 시대에 맞도록 발전시켜야 한다고 목소리가 높다.
전국선원장 초청법회…5월 9일 회향
조계사와 현대불교신문이 공동주최한 ‘전국 선원장 초청 대법회’가 성공리에 회향됐다. 설정 스님(수덕사 수좌)의 법문을 끝으로 총 12회(2월 15일~5월 9일)에 걸쳐 진행된 이 법회에는 매주 2~3천여명, 연인원 3만여명의 사부대중이 동참해 조사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5월 9일 조계사에서 열린 회향식에서 조계사 주지 지홍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선 간화선 수행방편이 현대인의 패턴에 맞게 재정립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삼 현대불교신문사장은 “앞으로도 큰스님들의 영상 및 육성 법문 자료를 개발하는 등 공부 기회를 제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