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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일 오후1시, 동자승 11명의 삭발수계식이 열린 서울 조계사 대웅전. 7일간의 행자생활을 마친 5~7세의 동자 11명이 삭발수계에 앞서 허리를 곧추 세우고 앉아 있다.
잠시 후, 계사인 조계사 주지 지홍 스님이 법상에 오르자, 동자들이 반가부좌를 틀고 자세를 고쳐 잡는다. 고사리 손으로 합장도 한다.
‘부처님 서역에서 나시어 가르치신 법은 동으로 오시었네. …삼귀오계를 받았아오며 사미 십계를 주시옵사 향을 피워 올리나이다’는 거향찬. 곧이어 신묘장구대다라니도 염송된다.
“출가는 ‘낡은 집’을 떠난다는 말입니다. 나쁜 습성, 생각, 버릇 등의 낡은 집을 버리고 새롭게 태어나는 것입니다. 이제는 오줌도 아무대나 누면 안 되고, 잠도 제때 자야 합니다. 이 놈, 어디 보고 있어. 사진기만 보고 있지. 요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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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삭발식. “머리를 깎으십시다. 조용히 머리만 내밀어요.” 지홍 스님의 말이 끝나자, 11명의 동자들의 머리카락이 순식간에 잘려나간다. “윙~윙~.” 커터기 돌아가는 소리만 대웅전을 진동한다. 하얀 밤송이가 드러난다. 연신 머리만 쓰다듬는다.
“나 이제 스님처럼 된 거예요?” 현문(박준오ㆍ6) 스님이 묻는다.
“아니요. 계를 받아야지요. 그래야 정식으로 스님이 되는 거예요.”지도법사 명선 스님이 다음 순서를 설명한다.
이어 열린 수계식. 간간히 장난기가 발동하던 동자들이 엄숙해진다. 가사를 입고 이마에까지 합장을 하고, ‘계를 수지하겠느냐’는 계사 지홍 스님의 질문에 큰 소리로 대답을 한다. 잠시 후, 사미 십계 중 다섯 번째 계를 지키겠냐고 묻자 순식간에 진지함이 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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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몸에 목숨이 다하도록 술을 마시지 말라. 이것이 사미계이나 받아 지키겠느냐?”
“예~!”/ “하하하~(일동 웃음)”
“저기 대답 안하는 친구. 술을 마시겠다는 거야. 빨리 끝났으면 좋겠지?”
“예~~!” 대답 소리가 더 커진다.
동자승 현행(이동건ㆍ7) 스님이 이어 서원문을 또박또박 읽는다. “저희들은 친구 스님들과 싸우지 않고 공동체 생활을 잘하겠으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부처님의 지혜를 배우는 동자들이 되겠습니다.”
마지막 순서는 부모들에게 삼배의 예를 올리는 시간. 물론 부모들도 삼배로 예를 표한다. 그리고 동자승들과 부모들은 잠시 손을 맞잡지만, 별다른 동요가 없다. 곧바로 이어진 헤어짐에 ‘잘 가라’고 오히려 손을 흔들어 보인다.
동자승 현성(오상준ㆍ7) 스님의 말이 인상적이다. “어, 진짜로 스님이 됐네. 나 정말로 스님 같지. 근데 엄마 언제가? 비 오는데 잘 가.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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