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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지난 해 1~6월 매주 토요일 부산 무심선원(원장 김태완)에서 김태완(47) 원장이 강의한 ‘선(禪)으로 본 금강경 법회’의 강의 중 일부분이다. 최근 발간된 <禪으로 읽는 금강경>(고요아침 펴냄)은 <금강경> 경문에 대한 단순한 교리적 해설과 사전적 주석을 붙이는 수준에서 탈피해 선수행과 마음공부의 지침서로서도 손색이 없다. 백양사의 호산 스님(서옹 스님 제자)이 “도가 무엇인지, 법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으면서도 그 실체를 확연히 드러내고 있다. 선의 세계는 결코 멀리 있지 않으며 <금강경>은 전혀 어렵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을 정도다.
<금강경> ‘법회인유분(法會因由分)’에서 ‘환지본처(還至本處)’에 대한 해설을 들어보자.
“‘본래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에서 본래 있던 자리란 사실 정해져 있는 자리가 있는 것이 아니기에 ‘무주법(無住法)’이라고 합니다. ‘본래 자리(本處)’란 것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도’는 장소가 없습니다. 그래서 다가오는 인연 위에서 마음이 살아 있고, 도가 살아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밥을 먹을 때는 밥숟가락 위에 도가 있고, 빨래 할 때는 빨래판 위에 도가 있고, 글을 쓸 때는 손가락 끝에 도가 있고, 걸어 갈 때는 발끝에 있고, 눈길을 돌려서 쳐다볼 때는 눈길 가는 그곳에, 그대로 있습니다.”
이처럼 김 원장의 강의는 일상 생활을 소재로 친근하게 <금강경>을 풀이한다. 그러면서도 본래의 깊은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다. 그래서 강의 내용을 차분하게 읽어나가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참 자아’를 만나게 된다. 단 한번도 ‘도(道)란, 진리란 이런 것이다’고 말한 적은 없지만, 도가 무엇인지 법(法)이 무엇인지 진리가 무엇인지 스스로 실감하게 된다.
“도란 무엇인가? 진리란 무엇인가? 법이란 무엇인가? 도대체 무엇이기에 우리는 이토록 도를 구하고, 진리를 구하고, 법을 구하는가? 대답은 간단합니다. 도, 진리, 법 등은 모두 본래의 ‘나’이기 때문입니다. 산다는 것의 첫걸음은 ‘본래의 나’를 아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부처님 말씀을 갈구하며 <금강경>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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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혜능 스님이 <금강경> 해설을 듣고 견성하여 체득한 반야삼매(般若三昧)란 무엇일까. 혜능에 의하면, 반야삼매란 자재해탈(自在解脫) 또는 무념행(無念行)이라고도 하는데, 만법을 대하되 그 만법에 집착하지 않고 항상 자신의 청정한 성품을 유지하며 육근(六根)을 걸림 없이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이다. 즉 반야삼매는 만법 속에서 만법에 걸리지 않고 청정한 자성을 유지하는 무념행이자 자재해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반야 즉 지혜는 세상 사람들이 본래부터 스스로 지니고 있는 것인데, 다만 마음이 미혹하기 때문에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선지식의 가르침을 받아 자성을 깨닫게 되면 곧 지혜가 나타난다고 한다.
김 원장은 “어떻게 해야 망상분별에서 풀려나 막힘없이 자유롭고 한결같이 안정된 반야의 마음을 누릴 수 있느냐를 가르치는 것이 바로 <금강경>의 지혜라고 말한다. <금강경>은 최상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 그 마음을 어떻게 머물고 어떻게 항복시켜야 하는가를 밝히고 늘 한결같은(如如) 자리에 머물 수 있는 비결을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금강경과 간화선의 요점은 ‘말에 속지 말라’는 것”이라는 김 원장은 오직 ‘하나(공, 본래면목, 마음, 주인공 등)’를 확인하는 공부가 금강경 공부고, 선 수행이라며 이렇게 말한다. “금강경이라고 하는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직 우리 각자가 갖고 있는 이 ‘하나’만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고, 이 ‘하나’만을 맛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김태완 원장은>
훈산 박홍영(82) 거사의 문하에서 선을 공부한 김태완 원장은 부산 무심선원과 수원 경기불교문화원에서 선 공부를 지도하고 있고 부산대학교에 출강 중이다. 부산대대학원 철학과에서 <중국 조사선의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저서로 <조사선의 실천과 사상> <서장공부> 가 있다. 역서로는 <임제록> <선문수경(禪門手鏡)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혜능의 새로운 선> <견성의 심성론적 해명> <선과 언어> 등 10여 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