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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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과 일터의 속앓이 ‘신행수다’로 풀어요"
여성 직장불자 5명에게 듣는 스트레스 해소법
여성 직장불자들의 ‘신행수다’. 가정, 업무 등의 스트레스 불교적 해소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고영배 기자
“애 아빠가 오늘 입원했어요. 그렇게 병원에 가라고 등 떠밀었지만, 그 놈의 고집은 왜 그리도 센지. 글쎄 검사비는 백만 원이 넘고…. 속상해. 병원에 데려다주고 돌아왔어요.”한국공무원불자연합회 박현남 간사(43ㆍ자성월). 남편은 ‘웬~쑤!’라고 목청을 높인다.

국립경찰병원 법우회 윤애경 씨(43ㆍ보련화)가 박 간사의 말을 받는다. “그래도 지아비잖아. 팍팍 돈 써. 미워도 내 남편인데.”

4월 26일 오후 7시, 한적한 한식당이 술렁인다. 여성 직장불자들의 ‘수다’가 시작된 것. 두 손에 젓가락을 나눠 쥐고, 말문을 활짝 열어제쳤다. 오늘 모인 선수(?)들은 5명. 박 간사와 윤 씨, 그리고 선재마을의료회 여오숙 간사(39ㆍ수일성), 서울지방경찰청 불교회 원혜랑 씨(34), 감사원불자회 채혜자 씨(38ㆍ보광명)가 ‘이야기보따리’를 챙겨왔다.

제1 라운딩. 주제는 ‘가족을 부처님처럼 여기라.’ 반발부터 쏟아진다.

“남편은 할 것 다하고, ‘애들 목욕시켜’라고 명령하면 밉죠. 특히 하는 일 없이 방바닥 뒹굴면서 뺀질댈 때 얄밉죠.” 결혼 8년차 원 씨가 첫 포문은 연다.

서울지방경찰청 불교회 원혜랑 씨. 사진=고영배 기자
“맞아요. TV 리모콘 쥐고 이것저것 집안일 참견하면 짜증나죠. 밤늦게 들어와 밥 차리라고 하면 달달 볶고 싶죠.”(박현남)

“그래도 남편인데. 스님들은 법문에서 남편을 부처님처럼 생각하라고 하시던데요?”(기자)

“부처님은 열 받게 하지 않잖아요. 다 포용하고 기다리시잖아요. 남편은 안 그래요.”(윤애경)

이번엔 질문을 바꿔, 부부신행은 어떻게 하는지 물었다.

“사찰을 찾아 108배를 함께 해요. 한바탕 절을 하고나면 묵혀놨던 불만들이 자연스럽게 풀려요.”(박현남)

“저도 그래요. 그간 소홀했던 이야기도 솔솔 나와요. 부부신행의 묘미는 이런 것 같아요.”(채혜자)


선재마을의료회 여오숙 간사. 사진=고영배 기자
“남편도 변해요. 함께 절에 가자고 하면‘종교가 없어!’라고 잘라 말하죠. 하지만 절에 가면 몰래 합장을 하더군요. 여성 직장불자들이 남편은 물론 가족들의 신행을 이끄는 ‘역군’이죠.”(원혜랑)

이제는 제2 라운딩. 일터에서의 스트레스를 ‘신행’으로 푸는 비법이 공개된다.

“참 불법은 대단해요. 13년간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싫은 사람을 피하려고 해도 꼭 다시 만나더군요. 처음에는 괴로웠지만, 지금은‘내가 전생에 많이 그 사람을 괴롭혔나 보다’하고 참회하는 계기로 삼고 있어요.”(여오숙)

“사실, 여자들은 직장에서 입방아에 오르락내리락하면,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는 엄청나요. 여성으로서 직장생활을 한다는 것은 적지 않은 선입견과 싸워야 할 때가 많아요.”(원혜랑)


한국공무원불자연합회 박현남 간사. 사진=고영배 기자

“여성 직장불자로서 신행활동은 많은 난관에 부딪힐 때가 부지수예요. 상관이 다른 종교를 믿고 있으면, ‘너 불자인지 아는데, 상관인 나한테 불교냄새를 풍기면 되겠어’라며 은근히 스트레스를 주거든요. 그래서 묘안을 생각해냈죠. 지난해 성탄절에 크리스마스트리를 피부과에 내걸었죠.”(윤애경)

“왜 그랬어요?”(일동, 기자까지 포함)

“부처님오신날 연등을 달려고 그랬죠.”(윤애경)

제3 라운딩. 막판 피치에 열이 오른다. 빠듯한 생활비, ‘쪼개 쓰는 노하우’가 화제로 떠오른다.

“늘 부족하죠. 직장불교회비, 보시금, 애들 교육비 등등 들어갈 곳이 한두 곳이 아니예요. 하지만 보시금 만큼은 반드시 챙겨놔요. 보시금은 후에 어떻게든 채워지기 때문이죠.”(박현남)

“맞아요. ‘보시의 위력’은 틀림없어요. 적은 생활비로 낼까 말까 주판을 두들겨보지만, 불교는 지혜로운 돈 쓰는 법을 알려줘요.”(윤애경)

감사원불자회 채혜자 씨. 사진=고영배 기자
“한마음선원장 대행 스님의 법문이 생각나요. 스님이 은행에서 불사건립비 수억 원의 융자금을 빌려오자 신도들이 반대를 했대요. 그러자 스님이‘ 난 이 돈을 좋은 곳으로 이동시켜 줄 뿐이다. 나중에 누군가가 그 돈을 반드시 채워준다’고 말씀하셨대요.”(여오숙)

시간은 흘러 2시간 째. 수다는 신행경험담으로 이어진다.

“올해 초,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의 법문을 잊을 수가 없어요. ‘바랑에 다 짊어지고 갈테니, 근심 걱정 나 놓고 가라’는 말씀은 제가 좀더 간절히 신행활동을 할 수 있게 한 결정적인 동기가 됐었죠.”(채혜자)

“전 서울지방청 발령을 받고 경승실에 갈 수가 없었어요. 스스로 죄를 지었다 생각하면 꼭 꿈에서 부처님을 뵙고 가위에 눌려 잠을 깨거든요. 그런데 어떤 스님이 ‘완벽한 사람은 수행을 하지 못한다’는 충고를 듣고 지금은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제는 기도를 할 때면 맺혔던 매듭이 풀리는 것처럼 눈물이 주책없이 흘러내려요.”(원혜랑)

국립경찰병원 법우회 윤애경 씨. 사진=고영배 기자
“나도 기도를 하면 눈물이 나와요.”(박현남)

“맞아요. 좌복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지 못했다면 기도의 참맛을 볼 수 없을 거예요.”(여오숙)

여성 직장불자들의 신행담은 야무진 신행계획으로 옮겨간다. 박 간사는 출근 시간을 활용한 30분 관음정근을, 원 씨는 퇴근 후 경승실에서 기도 시간을 가지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어진 윤 씨의 당찬 포부.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올 3월 불교대학에 입학했어요. 불교공부를 착실히 해서 졸업하면 포교사 고시에 응시할거예요. 그래서 ‘병원 포교’에 앞장서는 여성직장불자가 될래요.”
김철우 기자 | ingan@buddhapia.com |
2004-04-27 오후 1:32:00
 
한마디
일하는 여성은 아름답다! 현재 내가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 그것은 참으로 쉽고도 어려운 일인것 같습니다. 생동감 있는 기사 잘 봤습니다. 항상 고민하는 김기자님의 모습 보기 좋아요~~~~ ^ ^*
(2004-05-04 오전 11:31:53)
21
여성들의 수다는 대단하지요.... 풀어 놓으면 남편, 시부모, 질책하는거... 근데 이상한건 왜 자기친정 질책은 안하는지...원 힘들게 수고해서 봉사하면 돌아오는 건 질책뿐이니 남편을 웬수로 생각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군
(2004-04-28 오후 1:58:57)
23
석가모니부처님께서 2500여년전 그 고답적인 옛날부터 여성의 출가를 허락하였듯이 불교야말로 여성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참으로 장하십니다. 이나라를 불국정토화 하는데 주춧돌이 되실 것으로 크게 기대됩니다.
(2004-04-28 오전 10:3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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