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릉에 자리잡은 삼보법회가 회관을 새로 마련해 기념식을 갖던 4월 18일 오후 2시 20분. 행사 이후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아직 가시지 않는 회관의 3층으로 올라가니 ‘삼보선원(三寶禪院)’이란 현판이 걸린 시민선방이 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20여명의 선객들이 양쪽으로 가지런히 놓여진 좌복을 깔고 앉아 막 입선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딱! 딱! 딱!
입선을 알리는 죽비 소리과 함께 도심의 소음이 일시에 정적 속으로 빨려들어간 듯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선방 어간에서 수행자들을 향해 보고 나란히 앉은 법장 권영두(75) 거사와 법등 정경문(61) 거사. 법장 거사는 선원의 입승 소임을, 법등 거사는 지도점검을 맡아 후학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있었다.
삼보선원은 좌선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정진하는 대표적인 시민선방. “20여년간 호기심에서 접근한 사람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아도 평생 공부하는 자세로 지속하는 사람은 드물다”는 것이 정경문 거사의 설명이다.
95년 4월, 당시 해인사 방장이었던 혜암 스님이 친필로 현판을 써주었을 정도로 무게있는 시민선원으로 자리잡은 삼보선원의 특징은 무엇보다 1대1 지도점검에 있다.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반부터 2시간 정도 좌선과 개인점검인 입실지도(入室指導)를 하고 있다. 입실지도는 초대 종달 이희익(禪道會 창립자) 거사에 이어 도심 김기린 거사가 맡아왔으며, 97년 8월부터 정경문 거사가 입실지도를 맡고 있다.
정경문 거사 보다는 14세나 나이가 많은 선도회 최고령자인 법장 거사는 최근 <생활 속의 좌선 수련 20년>(운주사)이란 책을 펴내면서 서울 응암동 자택(正眼軒)에서 수행자들을 지도하고 있다. 책 발간과 동시에 서울대 불교학생회를 방문해 책을 나눠주고 좌선을 권유하기 시작한 법장 거사는 앞으로 전국의 대학을 돌며 선 수행의 중요성을 알릴 계획이다.
법장 거사로부터 생활인들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참선해야 할지를 들어보았다.
-좌선을 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40대 후반에야 비로소 불연을 접했습니다. 기초교리를 독학으로 습득하고 삼보법회의 회원으로 7년간 불법을 배워 <반야심경>과 <금강경>을 외우고 쓸 수 있었지만 좀체로 생활화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참선을 하면 자신을 확실히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늦게나마 비장한 각오로 자진해서 좌선공부에 뛰어들었습니다. 그 때가 이미 54세(1983년)로, 어려운 생업 속에서도 좌선공부를 시작한 지 벌써 20년이 지났군요.”
-청년들에게 좌선을 권하는 까닭은.
“복잡한 사회 생활에 뛰어들기 전부터 자신을 도야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맺어주기 위해서 입니다. 나는 내 인생을 새롭게 태어나게 한 불법을 만나기 이전의 내 삶이 너무나 한스러웠습니다. 좌선을 하면서 누리는 멋을 꿈 많은 우리 젊은이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저의 저서를 직접 걸머지고 전국의 대학가를 찾아다니면서 청년 불자들을 만날 것입니다.”
-선(禪)이란 도대체 무엇입니까.
“좌선 공부는 잃어버린 나를 참된 나로 되찾아 내는 수련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사회악에 오염되기 전 천진난만하던 나의 진면목(眞面目)을 밝히는 일입니다. 밝은 거울엔 어떤 사물이든지 완연히 그대로 비치는 것과 같은 본래의 맑고 깨끗한 밝은 마음을 되돌려 놓는 것처럼 마음의 집착을 떨치고 참다운 자아를 찾고자 자신을 스스로 도야하는 공부입니다. 화두 공부를 하면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었던 자신을 본래의 밝은 상태로 확실히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 불교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입실지도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입실한다는 것은 스승과 제자가 마주 앉아 화두공부의 결과를 점검하고 그 적부를 가려 주는 문답입니다. 생활 속에서 자나깨나 틈나는 대로 바른 좌선 자세로 단전에 심호흡의 힘으로 무(無)자~무자~무자가 무엇인가 하고 꾸준히 반복하면서 공부하다가 무엇인가 떠오르는 경계가 있으면 다음 입실 때 스승 앞에 내어놓아야 합니다. 저는 종달 노사를 처음 만난 이래 7년간 매주 정해진 입실 기간을 철저히 지키고 한번도 빠진 적이 없었는데, 이것이 공부의 힘을 얻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참선하면서 얻은 좌선의 요체가 있다면 소개해 주시죠.
“좌선은 심신을 본래대로 확실히 바꿔 사물과 일체가 되기 위한 공부이기 때문에 초지일관 하지 않으면 완성될 수 없습니다. 선에 입문한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으로 해결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오직 스스로 피나는 수행으로 몸소 겪어본 후에야 깨닫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론이나 말로 다 설명해서 얻어지는 공부가 아니며 실생활에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수행이어야 합니다.”
-좌선하면서 어떤 점이 크게 달라졌습니까.
“오랫동안 좌선하면 인격이 도야되므로 몸과 마음이 저절로 건전해지고 어떤 일이나 어떤 경우, 어떤 환경에서도 그것과 일체 되는 삶을 누리게 됩니다. 복잡하게 변천하는 현실을 평상심으로 살아가니 이 세상을 불국토로 바라보게 되더군요. 사물을 긍정적으로 보니 세상 사람들은 모두 자기 이상을 실현하고자 힘쓰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이고, 날마다 삶은 언제나 새롭고 좋을 뿐입니다.”
-현대인들이 원하는 좌선을 통한 효능이 있다면.
“집중력이 강화되므로 학업을 성취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소심한 사람은 배짱이 두둑해지고 대범해 지죠. 소극적인 성품일지라도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됩니다. 몸이 쇠약한 사람은 건강을 회복할 수 있어요. 흘러가는 물과 같이, 밝은 거울과 같이 무심한 정신세계에서 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입문 7년만인 1990년 4월, 스승인 종달 이희익 거사로부터 무문관 48칙을 투과했음을 인정받았다고 하셨는데, 그때의 감회는.
“내 자신의 변화가 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린 것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예기치 않은 돌발적인 이변이 생길지라도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은 태연한 자세로 평상심으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목 마르면 물 마시고 때가 되면 음식을 알맞게 먹고 잠을 잘 때 단잠을 자는 것과 같이 어떤 상태에서도 대상과 완전히 하나가 되는 평상심으로 내 구실을 확실히 하고 살며 나를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후에 극한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도 흔들림이 없었나요.
“8년전 40여년을 함께 살아온 아내와 갑자기 사별했지만, 나는 이미 12년전부터 좌선공부에 젖어살고 있었기 때문에 그 충격을 평상심으로 잘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98년 2월 나라의 외환위기로 부도가 났을 때도 당황하지 않고 사업에 더욱 열중하여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지요. 선은 과거와 미래에 집착하지 않고 오직 현실에 충실하고 현실을 보다 더 중히 여깁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걸림없이 낙관하고 자족하니 흔들릴 것이 없습니다.”
-생활인들은 번잡한 일상 속에서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요.
“공부는 자연스럽게 아침 저녁으로 방석 위에서 30분~1시간 정도 좌선하고 생활 속에서 저절로 선 공부를 하고자 해야 합니다. 차를 타고 앉아 가거나 걸어다닐 때도 반드시 단전에 지긋이 힘을 넣고 ‘무’자 등의 화두를 참구하면서 다니는 습관을 들여야 해요.”
<선도회 좌선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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