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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무진 신행은 ‘메모’와 ‘점검표’에서부터=국토개발원 법우회원 김의식(56ㆍ연담) 불자. 10년을 하루 같이 ‘일일 신행점검표’를 써오고 있다. 처음에 쓰게 된 동기는 소박했다. 일상생활 속에서 불교를 야무지게 믿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또 일터에서 일일신행의 기초를 다지면서 스스로를 점검해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신행을 하면서 떠오르는 생각과 마음 상태, 심지어 번뇌까지도 고스란히 확인하고 싶었다.
그렇게 김 불자는 일기를 쓰듯 신행에 대해 자세하게 기록해왔다. 가부좌를 튼 날짜, 평균 좌정 시간, 호흡의 길이 등 깨알같이 메모했다. 김 불자가 지금까지 작성한 2천여 장의 점검표에서도 그의 광적인 신행메모이력을 알 수 있다. 그러다보니 김 불자의 점검표는 하나의 ‘신행 교과서’다. 각종 신행법의 특징뿐만 아니라 자기에 맞는 신행법 고르는 법에 이르기까지 불교의 ‘불’자로 모르는 입문자들도 한 눈에 알 수 있다.
김 불자가 항상 휴대하는 품목에서도 ‘신행 메모광’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펜은 기본 점검표, 108염주, 좌복 등 신행과 그 점검을 위한 필수품들이다. 또 김 불자는 이 물건들을 사무실, 집, 절, 차 등 손길에 닿는 곳에 다 둔다. 특히 승용차 뒷좌석은 ‘움직이는 서재’이라고 부를 정도로 신행메모와 관련해 없는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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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기록은 일일수행체계가 확립돼 자기의 수행의지를 확고히 할 수 있습니다. 또 그 과정에서 자기 변화를 체크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신행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자기반성의 계기도 마련됩니다.”
김 불자는 무엇보다도 신행점검표의 핵심은 순간적으로 영감처럼 떠오르는 것을 잡아두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일부러 따로 반성의 시간을 갖기보다 점검표를 통해 자신의 잘잘못을 반성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 김 불자의 설명이다.
#‘일일신행점검표, 어떻게 작성하나?’=결론부터 말하면 특별한 기술을 요하지 않는다. 단지 ‘습관’이다. 메모 등의 점검표 작성은 그때그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갑자기 메모할 내용이 많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김 불자가 공개하는 점검표 작성 요령은 간단하다. 먼저 월일, 시간, 장소 등을 기입한 뒤 ‘좌법, 호흡, 집중’ 등의 세 가지 메뉴엘에 따라 자기 진단을 ‘만족, 보통, 불만’등으로 나눠 적는다. 자기 판단 기준도 명쾌하다. 좌법은 ▲몸이 흔들렸는지 ▲다리가 저린지 ▲중심감이 느껴지는지 등이며, 호흡은 ▲늘숨이 달콤한지 ▲날숨이 후련한지 ▲마음이 고요한지 등으로 진단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집중은 ▲맑은 물속에 들어앉은 기분인지 ▲앞에 있는 벽이 멀리보이는지 등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밖에 김 불자는 자신의 수행목표와 관련된 기사를 스크랩할 것을 강조한다. 불교계 신문, 잡지 등의 신행관련 기사를 틈틈이 읽고 오려두면 든든한 신행지식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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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김 불자는 지나친 시간계획 수립은 오히려 신행에 장애가 된다고 말한다. 점검표는 신행활동에 수단일 뿐, 생활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근무여건, 신행정도 등에 따라 탄력 있는 점검표 작성이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또 정기적인 법회 참석, 선지식 친견, 사찰 순례 등을 통해 자기 신행의 방향이 올바른 지를 수시로 점검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김 불자는 “자기 신행평가는 항상 수행의 양과 질을 함께 높이고 수행이력을 통해 불퇴전의 원력을 다시 확인하는 만큼, 점검표를 단순히 시간을 지키는 족쇄로 만들지 말라”고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