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습니다. ‘평생 두고 제가 행할 수 있는 가르침을 한마디로 내려주세요.’ 스승이 말하기를 ‘그것은 바로 용서니라. 용서란 남의 허물을 감싸주는 인간의 미덕 중 가장 으뜸가는 미덕이니라.’”
오랜만에 대중 법문에 나선 법정 스님이 4월 18일 길상사를 가득 메운 불자들에게 던진 화두는 ‘용서’였다.
“봄날 꽃과 새싹을 돋게 하는 것은 따뜻한 봄볕이고, 늦가을 낙엽을 지게 하는 것은 차디찬 서릿바람”이라며 법문을 시작한 법정 스님은 “남의 결점이 눈에 띌 때 내게는 그런 허물이 없는지 되묻고, 남의 결점을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봐 용서하면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는 통로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법정 스님은 ‘남의 허물을 말하지 말라. 남의 말이나 행동에 간섭하지 말라. 다만 내 자신의 허물과 내 자신의 행동과 말씨를 살펴 고쳐나가라’라는 <법구경> 구문을 인용하며 “부모자식, 부부, 친구 사이에서 지난 잘못을 들추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스님은 “주변 사람들의 지나간 잘못을 들추는 것은 아물어가는 상처를 덧나게 하는 것일 뿐”이라며 부부 불자들에게 서로의 허물을 감춰주는 관용의 태도를 기를 것을 강조했다.
법정 스님은 “이 자리에 모이신 불자들도 누군가에게 맺힌 것이 있다면 오늘 다 풀어버리라”며 “그러면 자존심을 버리고 맺힌 것을 풀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하며 법문을 마무리했다.
이날 법문이 끝난 후에는 길상사 지장전과 도서관, 선열당 건립 불사 착공식이 봉행됐다. 날 착공식에는 법정 스님을 비롯해 주지 덕조 스님 등 사부대중 2천여 명이 참석해 불사의 원망성취를 기원했다. 이날 착공한 지장전 불사가 마무리되면, 길상사에 최초로 전통사찰건물이 들어서게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