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의 작은 마을에 위치한 한 ‘아쉬람’. 절도 교회도 아닌 이곳에 매주 토요일 저녁마다 40~50명의 사람들이 몰려든다. 이국적 향취가 물씬 풍기는 건물형태나 인도식으로 제공되는 식사가 자못 눈길을 끌긴 하지만, 사람들 발걸음의 이유는 ‘삿상’에 있다. ‘진리와의 교제’를 뜻하는 삿상은 창원대 김병채 교수가 인도의 명상가 라마나 마하리쉬·슈리푼자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 98년 국내에 첫 인도식 수행공동체 아쉬람을 설립한 이후 6년 동안 쉼없이 이어오고 있는 자리다.
4월 3일 토요일, 오후 8시가 가까워오자 삿상 장소인 아루나찰라홀이 한켠부터 채워지기 시작했다. 홀을 빼곡히 메운 이들은 저마다 간직한 사연이 있는 듯 꼭다문 입술에 지긋이 내려감은 눈으로 진리와의 교제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윽고 명상음악이 잦아들고 김병채 교수가 입실, 라마나 마하리쉬 사진이 담긴 대형액자 앞에 앉아 말문을 텄다.
“올라가는 것이 있으면 내려오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 상승과 하강의 움직임에 집중하는 우리는 ‘출발지’를 잊고 있습니다. 어디쯤에서 어떻게 출발했는지를 알아야 공기저항도 제대로 제어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삿상은 스승과, 경전과 대화하며 ‘시작’을 찾아가는 자리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 재세시 제자들이 모든 의문을 부처님과의 대화 속에서 풀어갔듯, 김 교수가 이끄는 삿상은 얼굴을 마주하며 벌이는 일대일 대화를 통해 문제의 근원을 이끌어내는 시간이었다. 그 해결과정의 핵심은 바로 ‘참나찾기’였다.
“진정한 나를 찾고 싶지만 과거에 젖어있는 습(習)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당신에게 습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당신에게 가방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가방을 자리에서 떨어진 벽 쪽에 따로 보관하고 있군요.”
“예.”
“습은 가방입니다.”
“네?”
“가방이 당신입니까?”
“아니요, 가방은 ‘나의’ 가방입니다. 가방이 ‘나’인 것은 아닙니다.”
“습도 ‘당신의’ 습입니다. 가방이 당신이 아니듯, 습도 당신이 아닙니다.”
“…”
“당신에게 습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몇 마디 대화에 ‘습’을 놓아버린 아낙의 눈에서 순간 눈물이 글썽이더니 입에서는 돌연 웃음이 터져나왔다. 가방 없이는 나가지도 않았던 나, 가방이 나인 줄 알았던 내가 가방으로부터 ‘free’를 선언하는 순간 생각지도 못했던 존재의 기쁨이 몰려온다. 통상적으로 믿어오던 ‘나’는 ‘ego’에 지나지 않는 것이며, 의식과 생각을 걷어낸 ‘참나’는 그 자체로 살아있는 빛이요 진리라는 마하리쉬의 가르침을 피부로 느끼는 순간이다. 그 찰나의 희열이 몇 마디 소리로 살아나왔다. “나는 평화 속에 있다.” (055)299-6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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