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불경이나 성경을 배우고 진리를 탐구함은 정작 필요할 때 사용하기 위함입니다. 분노가 일어날 때, 시기심이 일어날 때, 질투가 일어날 때, 욕심이 일어날 때, 비교하고 싶을 때, 남을 흠집 내고 싶을 때, 바로 그때 필요한 것이 진리요, 수행입니다.”
4월 4일 윤2월 보름법회를 겸한 일요법회가 열린 서울 방학4동 무불선원(선원장 석우) 법당. 식목일이 낀 3일 연휴이다 보니 신도들이 많지는 않지만 석우 스님은 기도를 마친 후 ‘한 마음 일어날 때가 수행할 때’란 주제로 법문을 시작했다.
“그런데 여러분 막상 탐진치가 일어나는 그런 순간이 오면 다 놓쳐 버리면서 쓸데없이 일 없을 때 진리를 논하고 수행을 논하는 것이 도대체 무슨 소용 있겠어요. 이런 진리 탐구는 인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석우 스님은 한 생각 일어나는 순간 믿음을 갖고 실천해 보라고 강조했다. 옳으니 그르니, 크니 작으니, 잘났니 못났니 하는 분별이 일어날 때 즉시 한마음을 쉬고 놓아버리면 이 때가 바로 ‘부처의 행’(佛行)을 할 때라는 법문이다. <금강경>에 나오는 ‘응당히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應無所住而生其心)’는 가르침이다.
“마음을 어디에도 머물지 마세요. 사랑, 미움, 복수, 분노, 시기, 질투, 탐욕은 물론 심지어 도를 이루겠다는 생각이나 부처가 되겠다는 생각까지도 내지 마십시오. 마음이 고요한 바다처럼 잔잔한 상태를 지키세요. 한 생각이라도 일어나면 본질과 멀어지고 괴로움의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도심 포교당이면서도 참선 법회를 위주로 하는 이같은 무불선원의 가풍은 선원 명칭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원경자(62, 불명 정심화) 신도회장의 설명이다.
“무불선원이란? 한자로 ‘無不禪院’인데 ‘무불(無不)’이란 부처 아닌 사람이 없고 진리 아닌 것이 없고 행복 아닌 것이 없다는 뜻입니다. 불교의 열매인 선불교에서는 사람이 곧 부처라고 가리킵니다. 따라서 사람은 원래 붓다이므로 수많은 시간의 닦음보다 단 한번의 깨달음으로 자신의 본래 모습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무불선원은 석우 스님이 1986년 서울 도봉구 방학3동에 반야정사라는 이름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당시 전국적으로 불교교리를 강의하는 곳이 별로 없었고 불자들도 대체로 교리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이때 석우 스님은 강북지역에서 유일하게 불교대학을 개설, 2002년 12월까지 34기 1천500여명이 기본 교리 및 필수경전을 이수하게 했다. 석우 스님의 강의는 불교교리를 쉽고 재미있게 강의함으로써 초심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정평이 나있다. 1996년도 불교TV에서 불교대학 수강생 교리퀴즈 대항전을 개최했는데, 당시 쟁쟁한 서울 경기 지역의 불교대학들을 모두 물리치고 당당히 1등을 차지할 정도였다.
2003년 11월 방학4동으로 이전해 새로 문을 연 무불선원의 또 다른 특징은 온ㆍ오프라인을 통해 동시에 참선 공부를 지도한다는 점이다. 석우 스님은 다음카페에서 ‘무불선원(cafe.daum.net/mubulsunwon)’을 운영중인데 회원이 1천여명이 넘을 정도로 선 수행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견성과 수행방법, 고승 설법, 선문답 강의실, 초심자의 방, 신행일기, 종합 경전 강의장, 선 관련 자료실 등을 통해 선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특히 ‘스님과의 대화방’이나 매주 목요일 저녁(오후 8시30분~10시30분)에 열리는 ‘인터넷 강의’를 통해 즉석에서 묻고 답하는 문답 시간도 펼쳐진다.
최근 진행중인 강의의 주제는 ‘무심론(無心論)’. 4월 1일 펼쳐진 문답 가운데 한 대목이다.
“누구나 무심이 근원입니다. 무심에서 밥을 먹고 말하고 생각하고 일해요. 맞지요, 풀피리님?”(석우 스님)
“예, 저 그건 알아요.”(풀피리)
“그럼 무심을 이미 얻은 것이네요. 아니, 원래 갖추어진 것이지만….”(스님)
“그런가요? 하지만 뭔가가….”(풀피리)
“뭐가 미진하죠?”(스님)
“모르겠어요.”
“더 이상 나아가려는 것이 문제예요. 원래 갖추어져 있는데, 본래 무심인데 뭘 더 원해요? 마음이 쉬지 못해서 그렇습니다.”(스님)
“생각을 버리지 못해서인가 봐요.”(풀피리)
“분명히 얻지 못함을 아는데도 얻으려 해요. 이것이 병입니다.”(스님)
“예.”(풀피리)
“한 생각 일어나면 어긋난다고 해 놓고서 금방 또 한 생각 일으켜요.”(스님)
“그래서 바보죠.”(풀피리)
“바로 그래서 달마 스님은 무심을 얻으려고 수행하나, 어떤 조작도 하지 말고 바로 원래 무심임을 깨달으라 한 겁니다. ‘무심을 깨닫기만 하면 그것이 바로 수행이지 따로 수행을 둘 것이 없다.’ 이 말이 바로 그 말입니다.”(스님)
“예.”(풀피리)
석우 스님의 선 법문은 곧바로 핵심을 질러 들어가 보고 듣고 생각하고 아는 그놈(무위진인, 본성, 불성, 주인공 등)을 곧바로 보게 하는 임제선을 닮았다.
초심자로부터 구참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근기의 수행자를 제접하는 스님은 늘 “깨달음은 정성스러운 마음이 있어야 하고, 겸손하여야 하며, 갈구하는 마음이 강해야 바르게 온다”고 일깨운다. 수행자의 갈구하는 마음이 강하면 강할 수록 법문 한마디에 즉시 깨닫는다는 것이다.
‘깨달음은 아는 것과 달라서 가슴에 새기는 것’이라는 견성(見性)에 대한 스님의 견해 역시 명쾌하다.
“만약 견성에 대한 법문을 듣고 예전에 몰랐던 진실이 가슴에 새겨지고 머릿속에 충격을 줄만 하다면 이것이 바로 깨달음입니다. 이것을 돈오(頓悟)라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깊이 새겨진 것이므로 앞으로 인생을 살아감에 매사 이익이 됩니다. 그러나 어쩌다 인연이 닿아서 견성에 대한 법문을 듣고 자기를 알게 되었지만 나의 진실에 대하여 자각이 일어나지는 않고 분명히 이해는 하게 되었다면 이것을 해오(解悟)라고 합니다. 즉 깨달은 것이 아니고 이해함이 좀 깊다는 말입니다.”
석우 스님은 결국 자기를 아는 것은 이해하는 것과 깨닫는 것, 이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일단 자신의 견해가 이 두 가지 범주에 속하게 되면 이제 ‘부처님의 행’을 닦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무불선원=(02)3491-8833
<석우 스님은>
1974년 명진 스님을 은사로 해인사로 출가한 스님은 도견 스님으로부터 사미계를, 고암 스님으로부터 비구계를 받았다. 77년 해인사 승가대학, 86년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했으며 86년 3월 참선 중에 <반야심경>의 뜻을 깨닫는 환희와 고요를 체험했다고 한다. 88년부터 반야정사 지도법사 역임한 후 2002년까지 불교대학 34기생을 배출했다. 97년 8월부터 마음이 쉬(休)어진 후 온-오프라인을 통해 선 법문을 하고 있다. 스님의 저서로는 <천개의 손과 눈으로 무엇을 하는가-천수경강의> <최상의 지혜-반야심경 강의> <돈오돈수> <법성게 강의> <조주선사 선문답-조주록강의> 등이 있다.
스님의 포교 원력은 ‘무불선원의 3대 과제’에 잘 담겨있다.
하나! 선불교을 널리 알립니다. 둘! 진실을 실현하도록 노력합니다 . 셋! 수행과 봉사를 병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