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디스크 약 드릴께요. 피검사는 정상입니다.”
경북 팔공산 동편기슭 영천시 청통면, 이곳 면 사무소에는 3월 28일 이른 아침부터 할머니, 할아버지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불련 출신의 불자 의료봉사모임 ‘한국불교 선재마을 의료회’가 무료진료소를 열었기 때문이다.
오전 8시부터 12시까지 진행된 무료진료소에는 청통면 의료봉사를 권유했던 은해사 주지 법타 스님이 이른 아침부터 나와서 환자들을 따뜻하게 맞았으며, 서울, 창녕, 부산 등에서 온 20명의 의료진이 오전 내내 밀려드는 약 200여명의 환자들을 진료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번 의료봉사에는 내과, 피부과 방사선과 산부인과 전문의 5명과 간호사 4명, 임상병리사 2명이 동참했다.
이날 마을 방송을 듣고 나왔다는 한 주민은 “다리가 아파서 왔는데 내 마음처럼 딱 알아서 설명해주셨습니다. 정말 훌륭한 선생님입니다”라며 감사해했다.
동참한 의료진중에는 젊은시절 봉사클럽에서 만났다는 박찬석, 김정숙 부부 의사가 눈길을 끌었다. 이들 부부의사는 “우리는 좋아서 왔을 뿐, 봉사가 아니다”라며 손을 휘저었다.
“아이들을 다 키워놓고 이제는 이렇게 즐기며 산다”는 부부의 따뜻한 모습은 무주상 보시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의료봉사활동을 통해 불교를 제대로 알게 된 것이 큰 보람”이라는 강경구 회장은 “마음수양만이 불교가 아니고 남에게 주는 것이 불교였다”며 보살행의 실천을 강조했다.
‘한국불교선재마을 의료회’는 IMF를 맞아 98년에 구성이 되었으며, 99년 5월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의 진료를 시작으로 서울역, 부천 석왕사, 천태종 관문사에 진료소를 두어 노숙자 및 외국인 노동자, 저소득층을 위해 무료진료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영주 부석사, 봉화 청량사, 성주 도솔암, 김천 청암사 등 20차에 걸친 순회진료를 해 왔고, 80명이 넘는 불자 의료진들이 가입하여 돌아가면서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