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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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문사 선사7인 초청 대법회 회향
무학대사가 사자암을 세우고 선풍을 떨쳤던 서울 상도동 국사봉. 지금은 하늘과 맞닿아 있을 정도로 높아 '하늘 마을'이라 불리는 달동네가 들어서 있지만 이곳에는 선방 수좌들에게 만행처로 유명한 조그마한 사찰이 있다. 일반 가옥을 개조한 보문사가 바로 그 도량. 선방에서 입승 소임만 10년 넘게 맡았던 선객 지범 스님이 은사 정진 스님의 유훈을 받들어 일반 선원처럼 엄격한 규율을 지키고 있다.

지난 3월 21일부터 일주일간 이곳 보문사에는 특별한 참선법회가 열렸다. 우리 시대의 선지식으로 널리 존경받고 있는 고우 각화사 태백선원장, 일오 월명암 사성선원장, 현산 화엄사 선등선원장, 혜국 제주 남국선원장, 무여 축서사 주지, 대원 학림사 오등선원 조실, 혜정 법주사 총지선원 회주 스님이 매일 법석을 펼친 것이다.

3월 21일 첫 번째 법사로 등단한 고우 스님은 오온이 공한 이치가 바로 연기라며 올바른 수행법에 대한 법문을 시작했다. 사부대중 500여명이 도량을 가득 메워 선 수행의 열기가 뜨거웠다.

"최근 명상, 단전호흡 등이 유행하는데 그것이 불교의 수행법과 무엇이 다릅니까?"(강사자월 보살)

"단전호흡은 호흡에 집착하기에 올바른 수행법이 아닙니다. 다만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을 관하고 있다면 그것은 호흡에 매여있는 것이 아니기에 참선 수행과 같은 성성적적의 상태에 들어갈 수 있기에 바른 수행법이라 하겠습니다."(고우 스님)

이날 법회에서는 수행에 관한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그때마다 고우 스님은 선어록과 자신의 수행 경험을 예로 들며 질문자의 근기에 맞는 대기설법을 해 수행에 목말라 하는 중생의 갈증을 풀어주었다.

평생 선방에서 수행에만 전념해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일오 스님이 법석을 펼친 둘째날. 스님의 법문만 장장 2시간 30분동안 이어졌지만 법회 동참자들은 마치 삼매에 든 수행자처럼 스님의 법문을 경청했다.

가족을 만나기 위해 잠시 귀국해 법회에 참석한 김보장화(67ㆍ미국 뉴욕 거주) 보살은 "젊은 이들도 2시간 넘게 앉아 있으면 다리가 저린데 60이 넘은 노장이 허리 한번 안 굽히고 법문 하는 모습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날 일오 스님은 자신이 참선 수행을 하면서 깨달음을 얻은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화두가 가장 잘 잡히는 그 순간이 현재심을 가장 잘 다스리는 상태입니다. 현재심에 집중하게 되면 과거심은 이미 지나갔고 미래심은 아직 오지 않았기에 그때 지혜가 열립니다. 현재심이 새롭게 살아서 움직이는 법이 화두법으로서 수행법 가운데 가장 수승합니다."라며 선기를 드러내 보였다.


세 번째 법사로 초청된 화엄사 선등선원장 현산 스님은 특유의 게송을 읊으며 청중을 사로잡았다. 현산 스님은 "중국의 방거사는 오직 있는 것을 비우려고 해야지 비운 것을 채우지 말라고 했다"며 "살아가면서 현상에 허망함을 느낀다면 비우고 살라"는 내용의 생활 법문을 했다. 설법이 끝나자 한 보살이 스님의 게송이 너무 좋다며 제일 좋아하는 게송을 하나 부탁하자 스님이 즉석에서 가장 좋아하는 경구를 염불로 표현해 박수 갈채를 받았다.

제주 남국선원장 혜국 스님은 네 번째 법사로 법석에 올라 "우리 참 주인공, 참나를 위해 여러분은 무엇을 했습니까?"라며 사부대중을 경책한 뒤 마음 다스리는 법에 대해 법문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주인공과 자문자답을 하세요. 그리고 하루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 아침에 가졌던 마음가짐을 점검하고 못다한 것이 있다면 '내일 또 정진하겠습니다'라고 마음을 잡으세요. 이 시간이 바로 내 마음의 업장을 드러내는 시간입니다"

법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불자들의 얼굴에는 하나가득 웃음이 가득했고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법회의 열기는 더해갔다. 동참 사부대중이 지속해 늘었고 해제철이라 만행을 하고 있는 선방 수좌들도 매 법회마다 10여명씩 동참해 큰 스님의 가르침을 받았다. 세간과 출세간의 경계를 허문 선사의 주장자 소리는 국사봉을 메아리쳤다.

다섯번째 법사로 초청된 무여 스님은 수행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지혜가 생기며 의지가 강해지고 성품이 변해 궁극적으로 생사해탈 할수 있다며 방일하지 말고 열심히 수행정진하라는 당부를 했다.

평소 법문을 듣기 힘든 스님들이 이렇게 도심에 나와 법문을 한다기에 한숨에 달려왔다는 이원력행(68ㆍ경북 울진) 보살은 "간절한 마음으로 수행에 매진하라는 스님의 법문이 하나의 화두가 되어 마음속에 맴돈다"며 "먼길을 달려와 가족들과 떨어져 있지만 무한한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음날 법상에 오른 대원 스님은 주장자를 들어 보이며 중생이 원래 부처임을 일깨워 주었다.

"사람들은 색을 보고 분별을 하고 무언가 있다는 착각을 합니다. 그러나 일체제법은 있는 듯 없고, 없는 듯 있는 것입니다."

보살계 수계법회를 겸한 회향법회는 혜정 스님이 계사로 직접 법망경을 읽어주며 "마른 풀 한줌을 태우면 금방 없어지듯 연비할때 한순간의 고통으로 모든 죄악이 씻겨나갔다"며 "그동안 선사 스님들의 법문을 잘 들었고 오늘 이렇게 계를 받았으니 열심히 수행정진 하라"고 법문했다.

일주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법회에 참석한 임자성화(57ㆍ충남 예천) 보살은 "수행을 하기 위해 그동안 많은 큰스님들을 찾아 다녔지만 그 모두가 나의 아상이었다"며 "선사의 법문이 경책이 되어 보다 수행에 정진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기뻐했다.

조실ㆍ선원장급 선사를 초청해 펼쳐졌던 7일간의 야단법석. 전국의 운수납자 수천명이 모여 수행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3월 27일 '선사 7인 초청대법회'는 회향을 했지만 산문을 나온 선사들의 대중법문은 마치 오아시스에서 마신 물처럼 수행자들에게 생명수와 같이 그 해갈의 기쁨을 남겼다.

보문사 주지 지범 스님은 "전국 선방을 일일이 찾아가 수좌들에게 어떤 스님이 큰스님이냐며 직접 추천을 받아 7분의 큰스님을 모시게 됐다"며 "이번 법회는 선사와의 만남으로 미혹을 버리고 깨달음으로 가는 아름다운 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모저모

○ 해제한 수좌들 매일 10여명 참석
법회 기간 내내 10여명의 선방 수좌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평소 일반인들과 접촉이 없던 수좌 스님들이 대중과 함께 법문을 듣는 모습이 마치 부처님 당시의 설법을 보는 듯 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수좌 스님은 "해제를 하면 한 스님의 법문 밖에 들을 수 없지만 여기서는 전국 선원장 스님들의 법문을 모두 들을 수 있어 찾아왔다"며 "재가 불자의 수행에 대한 열정이 오히려 더 많은 경책이 됐다"고 말했다

○ 우리는 도반

보문사 요사채에는 10여명의 보살들이 지방에서 올라와 숙식을 하며 일주일간 큰스님의 법문을 듣고 함께 수행을 했다. 경북 울진, 대구, 충남 예산, 경기도 의정부 등에서 모인 보살들은 매일 오전 함께 기도를 함께 했고 선사의 가르침을 받았다. 법회 이후에는 모두 모여 큰스님의 법문을 들은 소감을 나누며 참선을 했다.

○ 작은 사찰의 큰 힘
법회 동참을 위해 처음으로 보문사를 찾은 많은 불자들은 사찰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반 가옥을 개조한데다 사찰의 규모도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조그마한 사찰에서 어떻게 큰 야단법석을 마련했는지 모두 궁금해 했다. 그러나 법상에 오른 선사들이 보문사 주지 지범 스님과 창건주 정진 스님이 모두 선객이라는 점과 아직도 포교를 하지만 선원에서처럼 청규를 지키고 살고 있다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동참자 수준 높아
일주일간 열린 야단법석에는 전국에서 모인 수천명의 불자들이 동참했다. 그 가운데 상당수 불자들은 지난 2월 15일부터 조계사에서 열리고 있는 선원장 초청법회와 봉은사 등 전국 사찰에서 열리는 큰스님 초청 법회에 일일이 찾아다니는 불자들이 많다. 특히 공무원, 기업체 임원 등을 역임하고 퇴직한 인텔리 불자들이 실참 수행 중 의심이 되는 것을 법회에 동참해 큰스님들에게 질문을 해 법회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했다.
김두식 기자 | doobi@buddhapia.com
2004-03-27 오전 10: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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