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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식, 졸업식, 학부모 회의에는 부모 중 한 명이 반드시 참석해야 하며 학부모들의 108배, 사적지 탐방 등 신행 생활도 필수조건이다. 그만큼 부모의 참여를 중요시하지만 간섭은 허용하지 않는다. 전적으로 교사를 믿고 아이들을 맡길 것, 학부모가 지켜야 할 또 하나의 규칙이다. 또한 잘못을 하면 죽비를 맞아야 하는 규칙에 항의하는 부모가 있다면 그 자녀는 퇴교 조치된다.
“대체 어떤 학교이기에 이렇게 까다롭지?”하는 의구심이 절로 일어나는 이 학교는 부산 금화사(주지 대안) 신도회장인 김광호(53·법명 현묵) 법사가 설립해 교장을 맡고 있는 금화사 초등불교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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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을 앞두고 3개월 전부터 입학원서를 받고 서류 심사를 거쳐야 할 정도로 희망자가 줄을 섰다. 그래서 소문을 듣고 찾아와 통사정을 하고 미리 서류를 접수시키는 학부모가 많다. 자매나 형제가 함께 다니는 경우는 물론이고, 멀리 양산에서 다니는 학생도 있다.
이렇게 까다롭게 선발된 금화사 초등불교학교의 인원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학생 35명과 이향화 국악교사, 최미선, 정옥숙 찬불가 교사, 한영순 다도 교사 그리고 교장인 김광호 법사 등 모두 40명이다.
3월 14일 일요일 아침.
많은 사람들이 휴일의 늦잠에 빠져있을 시간, 금화사 초등불교학교의 학생들은 종종걸음을 치며 금화사로 들어서고 있었다. 엄격한 서류심사를 거쳐 입학의 행운을 누린 아이들이다. 교복인 생활한복을 입고 걸망을 짊어진 아이들은 법당에서 삼배를 올리고 곧바로 식당으로 모여 수업 준비를 시작했다. 첫 시간은 찬불가 배우기. 금화사 천광합창단 정옥숙 단장의 지도로 발성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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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잔처럼 목을 길게 빼고 생소리를 지르는 아이, 허리를 쭈욱 펴고 제법 목청을 다듬는 아이, 보는 것만으로도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엄한 교칙에도 아이들의 천진함을 숨길 수는 없다.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김 교장은 ‘호랑이’라는 별명에 어울리게 아이들 등뒤를 어슬렁거리다 장난기가 발동하는 아이에게 어김없이 죽비를 친다. 따악! 요란한 죽비소리가 번쩍 아이들의 마음을 깨워 놓는다.
죽비를 맞은 후 웃음이 나올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마주치는 짧은 순간, 김 교장과 아이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이 된다. 모든 아이들의 법명을 외우고, 가정형편, 학교 생활, 습관, 특징까지 꿰뚫고 있으니 눈맞춤 한번으로 모든 것이 통하는 것이다.
‘호랑이’라고 무서워하면서도 김 교장과 e-메일을 주고받으며 시시콜콜 학교 얘기를 털어놓는 아이들. 입학 후 3개월이 지나면, 학부모 사이에선 “아이들이 달라졌다”라는 말이 쏟아져 나온다.
정은향 보살은 아이들이 달라지는 것을 보고 재덕, 재원 형제와 함께 수업을 듣고 있으며 일반 학원,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던 아이가 반장을 할 정도로 달라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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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화사 초등불교학교의 인기 비결은 바로 김 교장의 톡톡 튀는 수업방식과 학생들에 대한 아낌없는 사랑, 어린이 포교에 대한 열정이었다. 김 교장은 세 번 결석하면 퇴학이라는 엄격한 교칙을 만든 장본인이면서 새벽 비행기를 타고서라도 결코 수업은 빠지지 않은 교칙 준수자 이기도 하다.
또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비결은 알찬 교과 과정이다. 찬불가, 기초불교예절 등의 기본 과정 외에도 다도, 통도사 참배, 영화 연극 관람, 체육대회, 국악교실 연수교육 등 여느 학교 교육에서도 경험하기 어려운 내용들로 꾸며져 있다. 올해는 중국 성지 순례도 들어있다. 이쯤 되고 보니 “학교에서도 해보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어 재미있다”는 반응과 함께 출석율이 99%에 육박하는 것은 놀라울 것도 없다.
두 번째 시간은 김 교장의 불교교리 시간.
“삼학(三學)은 세 가지를 배우는 것인데 그러면 삼악(三惡)은? 또 삼선(三善)은?”
“세 가지 나쁜 것과 세 가지 착한 것이요.” 대답이 끝나자 다시 질문이 이어진다.
“또 다른 삼선이 있는데 뭔지 아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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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선자장하고 삼선짬뽕!”
교실이 웃음바다가 된다. 삼학(三學)과 어린이오계를 배우는 시간, 김 교장의 알아듣기 쉬운 예화가 아이들의 두 귀를 쫑긋 세워놓는다. 자칫 지루하기 쉬운 불교 교리가 얘기로 술술 풀려 나왔다. 때론 웃어가며 때론 죽비 세례를 맞아 가며 아이들은 부처님 가르침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