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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 겪는 딜레마 "이렇게 극복해요"
삽화=김영민
‘부처님이 월급쟁이라면 어떻게 하실까?’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일터에서 보내는 직장인 불자들. 일터불심이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딜레마에 대한 해답은 무엇일까? 직장불자들에게 지극히 ‘현실적인’ 질문을 던졌다. 일터에서 지혜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일터에서 깨달음에 이르는 방법, 일과 개인생활의 균형 잡기. 과연 직장불자들은 일터에서 부처님을 어떻게 닮으려고 하는지 알아봤다.

#직장서 좋은 인간관계 만들기,‘하심(下心)’에 길이 있다=‘비판은 보물지도’라는 말이 <법구경>에 있다. 힘들고 엄한 상사를 운동선수의 코치쯤으로 여겨야 한다는 말이다. 훌륭한 직원이라면 엄격한 상사를 곁에 붙어 있으라는 조언도 덧붙여진다.

전남 순천시청 불자회 나경륜 총무는 “상사의 지시에 능력이 못 돼 호랑이 대신 고양이를 잡아올지라도, 최선을 다한다”고 답했다. 동두천시청 삼보회 이숙표 총무도 “그대로 복종한다. 그 속에 여유와 관용이 융화라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질문을 바꿔 ‘누군가 당신을 험담한다면 어떻게 하실까?’라고 물었다. 대답은 한결 같았다. ‘제 얼굴에 침 뱉는 격’이라는 <사십이장경>의 말씀으로 집약된다.

국립의료원 법우회 임종승 총무는 “나를 깨우치게 한다. 그 사람이 선지식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무심(無心)’으로 까다로운 사람을 상대하겠다는 답변도 있었다. MBC 불교연구회 장영효 회장은 “듣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 경희의료원 권혁운 회장은 “상사를 변하게 하는 기도가 아닌 내 자신의 마음이 변하도록 기도를 하겠다”, 서울대 교직원불자모임 불이회 총무 우희종 교수는 “묵빈 대처하겠다”고 대답했다. 결국 상대방의 험담을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겠다는 셈이다.

그럼, 일터불자들이 부처님이라면 직장에서 좋은 인간관계를 어떻게 가꿔갈까? ‘열린 마음’ 하심(下心)에 있었다. 나경륜 총무는 “‘대화’를 통해 나 자신부터 마음을 연다”고 말했고, 사법연수원 34기 다르마법우회 이만덕 회장은 “임기응변식 행동은 인간관계에서 독(毒)이다. 마음공부로 관계를 밝게 만들어야 한다”고 답변했다. 또 한국공무원불자연합회 안홍부 사무국장은 “인간관계를 해치는 원인은 바로 지나친 경쟁과 이기심에 있다”며 “남을 우선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답들은 “교감을 통한 인간적 신뢰감 형성이 중요하다”는 우희종 교수의 말과 맥을 같이 했다.

#‘인과법에는 한 치의 오차가 없다’=일이 바라는 대로 되지 않을 때, 직장불자들은 어떻게 할까? 다르마법우회 이만덕 회장은 “과거의 내 행동의 결과이기에 현실로 받아들인다”고 답했다. 서울지하철공사 법우회 심재창 총무도 “덕이 없는 걸로 생각하고 덕을 쌓는데 노력한다”, 선재마을의료회 여오숙 간사도 “시절의 인연에 따른 것”이라며 인연법에 순응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최소한 직장불자들은 집착이 고통의 원인이라는 점을 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직장불자들은 스트레스와 변화에 대한 불안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단연 ‘수행’에서 찾고 있다. 국립의료원 법우회 임종승 총무는 “기도와 정진”을 꼽고 있다. 특히 순천시청 불자회 나경륜 총무는 스트레스를 ‘마음의 병’으로 진단, 마음을 비우는 법이 중요하다고 답했으며, MBC 불교연구회 장영효 회장은 “스트레스는 욕망과 집착에서 생기는 만큼 나보다는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이 생활화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장불자들의 시간관리 비법도 공개됐다. ‘매사 열심히 하는 것 자체’가 시간관리법이라고 일터불자들은 말했다. 특별한 시간관리법이 따로 있지 않다는 것이다. 감정평가사 불자회 윤천수 수석부회장은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했고, 우리은행 서울불자회 정진호 회장은 “매일매일 시간을 즐겁게 보람되게 쓴다”고 대답했다.

다른 직장불자들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경찰불교회 김진홍 사무국장도 “항상 순간순간을 놓치지 말고, 수행자처럼 일터와 가정에서 시간을 조율하는 불자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경희의료원 권혁운 회장은 “시간의 부림을 당하지 않고, 시간을 부릴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불자들이 임제 스님의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고, 서는 곳마다 참되게 한다(隨處作主立處皆眞)’는 말씀을 일터에서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일과 개인생활, ‘불교’에서 균형점을 찾는다=개인생활과 일과의 관계, 양 끝의 균형이 잘 맞아야 하는 저울과도 같다. 하루 24시간을 일과 개인생활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하는 일터불자들. 과연 이들에게 불교는 어떤 의미일까? 선재마을의료회 여오숙 간사는 “불교는 일과 개인생활 모두에게 자극제가 된다. 건강한 긴장감을 가져다준다”며 “중도의 가르침을 일터에서 배운다”고 말했다. 또 한국공무원불자연합회 안홍부 사무국장도 “일터와 개인생활 모두는 바로 부처님의 세계를 실현하는 현장”이라며 “서로 조화시킬 수 있는 중도의 지혜에서 깨달음을 찾는다”고 답변했다.

‘일과 개인생활은 둘이 아니다’라는 의견도 개진됐다. 감정평가사 불자회 윤천수 수석부회장은 “바다와 물과 같은 관계다. 떼려야 뗄 수 없다”며 “모든 것을 수용하는 바다의 큰마음을 불교에서 배운다”고 강조했다. 불이회 총무 우희종 교수도 “자리이타로 이해할 수 있다. 일 할 때에는 일을, 개인생활에는 개인생활에 충실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설문에 응답한 직장불자들=한국공무원불자연합회 안홍부 사무국장, 경기 동두천시청 삼보회 이숙표 총무, 전남 순천시청 불자회 나경륜 총무, 대한민국경찰불교회 김진홍 사무국장, 서울지하철공사 법우회 심재창 총무, 경희의료원 권혁운 회장, 국립의료원 법우회 임종승 총무, MBC 불교연구회 장영효 회장, 선재마을의료회 여오숙 간사, 감정평가사 불자회 윤천수 수석부회장, 서울대 교직원 불자모임 불이회 총무 우희종 교수, 사법연수원 34기 다르마법우회 이만덕 회장, 우리은행 서울불자회 정진호 회장 등 총 13명(순서 무순).
김철우 기자 | ingan@buddhapia.com |
2004-03-17 오전 10:06:00
 
한마디
아이디어가 차암 좋네요 부처님이 월급쟁이라면 어떡하실까? 일터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극복하실까? 스스로 의문을 던져보게 하는 화두네요 부처님께서도 하심하면서 부처님의 자존심을 지키시겠죠 암튼 주제의 아이디어가 참 좋네요.. 주제를 부처님이 월급쟁이라면 ... 이 더 좋은거 같은데...
(2004-03-23 오전 10: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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