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서울 도심 사찰에서 시인 신경림, 소설가 김성동, 수필가 맹란자 씨 등이 문학의 보고인 불교를 이야기하고, 불교를 생활 속의 문학으로 풀어내는 법석이 시작됐다.
서울 흑석동 달마사(주지 미명)는 3월 6일부터 ‘달마문예대학’ 제1기 초급문예과정을 개강했다. 운문반, 산문반으로 나눠져 있는 초급문예과정은 올 5월 말까지 ‘우리 명시와 불교’ ‘현대 산문과 불교’ ‘문학연수 및 사찰체험’ ‘창작지도’ 등의 강의로 꾸며진다.
6일 오후, 어제 내린 폭설로 제법 쌓인 눈길을 헤치고 달마사 대웅전으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20대로 보이는 여성부터 70대로 보이는 남성까지 각양각색이다.
잠시 후 개강식이 시작되고 반야심경을 봉독한다. 그러나 50여 명 중에는 불상만 멀뚱멀뚱 쳐다보는 사람도 있다.
종림 스님(달마사 회주, 고려대장경연구소장)이 멋쩍은 듯 슬쩍 웃으며 인사말을 한다. 달마사가 미래를 지향하기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는 요지의 인사말이지만 분절음이다. 학장인 김성동(달마문예대학 고문) 씨가 환영사를 잇지만 조리 있게 말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그러자 사회를 보는 서동석 법사가 둘러친다.
“김성동 선생님은 곡차를 한잔 하시면 이런저런 얘기를 잘 하시는데, 오늘 말씀하시기 전에 곡차를 먼저 대접해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김성동 씨가 웃으며 반배 합장한다.
신경림(달마문예대학 고문) 씨가 ‘우리생활과 문학’을 주제로 수업을 시작한다.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말한다.
군사독재의 서슬이 퍼랬던 시절, 그러나 낭만과 치기가 있었단다. 잘 이해도 못하면서도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 영문판 〈공산당 선언〉을 줄줄 외기도 했다고 한다. 진보당 사건으로 선배들이 붙들려가니까 수사대상과 별 관계도 없으면서 두려워 시골로 도망을 갔다고도 했다. 농사일을 도우며 ‘농무’를 썼지만 농촌시라고 할 순 있어도 농민시라고 하기엔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고백한다. ‘부끄러움과 반성의 미학’이다.
신경림 씨가 밝히는 문학관은 첫째, 시대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 둘째, 시는 시로서 독자에게 주는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셋째, 시인이 목적의식에 빠지면 창작 활동이 활발해지지 못한다.
눈을 감고 조용히 듣기만 하는 사람, 열심히 받아 적는 사람, 모두 진지한 모습들이다. 그 중 전국산악인불자연합회 김대원 사무총장의 얼굴도 보인다. 1997년 ‘현대시학’에 ‘호사비오리’외 4편으로 등단한 이한종(64) 시인도 있다. 경기도 포천에서 왔다는 이 씨는 ‘비우기 위해 배우러왔다’고 설명한다.
주지 미명 스님은 “불자 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문화적 욕구에 목말라있지만 수준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부족해 사찰에서 문예대학을 마련했다”며 “중ㆍ고급과정부터는 강사진에도 변화를 줘 좀더 세분화되고 전문적인 과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