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골당을 비롯한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시설을 설치하고자 할 경우 반드시 지역 주민의 동의를 얻어야만 한다는 기존 사고에 반하는 판결이 나왔다.
전주지방법원 행정부(재판장 정창남)는 태고종 관음사(주지 법운)가 남원시장을 상대로 낸 ‘납골당 설치 신고수리 불가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피고(남원시)가 2003년 6월 2일 원고(관음사)에게 내린 납골당설치신고수리거부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2000년 관음사가 경내에 장묘공원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인근의 서당마을과 진입로 문제 등으로 마찰을 빚어오다 급기야 마을에서 장묘공원 조성을 반대하는 진정을 남원시에 내면서 시작됐다. 남원시는 관음사에서 장묘공원으로 조성하려고 하는 납골당과 유족편의시설, 관리사무실이 남원시 보절면 서치리 695 구거(溝渠)를 무단 점용한 불법건축물이라는 이유를 들어 ‘납골당 설치 신고수리 불가 처분’을 내렸다. 이에 관음사가 전주지법에 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유족편의시설, 관리실이 구거를 침범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러한 흠을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아니한 채 원고의 납골당 설치 신고를 거부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지역주민과의 마찰과 관련해서도 “피고가 들고 있는 서당마을 주민들의 동의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나 농지를 무단 점용하였다는 사유는 피고가 적시한 이 사건 처분사유와는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며 또한 이 사건 납골당을 혐오시설로 볼 수 없고 이미 존재하고 있는 종교시설을 납골당으로 활용하는 차원에서 불과한 점, 서당마을과의 거리 등을 고려하여 보면 주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볼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