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제2의 생활공간이 된 지는 이미 오래. 실제공간과 가상공간의 경계가 무의미해지고 각 공간의 문화가 서로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실세계의 명상열풍이 온라인으로 이어지고 있어 화제다. 이 같은 ‘인터넷 명상’은 오프라인 명상을 돕는다는 방편적인 의미를 넘어서서, 온라인 특유의 이점을 살린 명상체험의 장을 제공하고 있어 특별히 주목된다. 명상가 ‘현지문(본명 유중욱)’이 운영하는 ‘타오스페이스(www.taospace.net)’를 탐방하며 색다른 명상에 눈을 떠보자.
◇원리와 방법= 명상으로 들어가는 방편의 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모든 것이 문이 될 수 있지만, 이 모든 문을 동시에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유중욱 씨는 “하나의 문이 결국에는 모든 문과 통하므로 하나의 문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고 말한다. 인터넷 명상은 이 가운데 시각과 청각, 그리고 이해를 통해 입문하는 것이다.
그러나 입문과정에는 나름대로 규칙이 있다. 그저 보기 좋고 듣기 편한 사진 및 사운드 파일 등이 늘어져 있겠거니 생각하기 쉽지만, 타오스페이스가 제공하는 인터넷 명상 과정(IMC=internet meditation course)은 명상안내자의 체계적인 지도와 점검이 전제된다. 명상 안내를 맡은 유 씨는 대화방과 게시판을 통해 직접적으로 명상법을 지도함은 물론, 개개인의 수행상황을 별도로 지켜보며 각자의 근기에 맞는 명상코스를 제시해 준다.
◇명상 체험하기= 인터넷 명상과정은 명상 초보자에게도 무리 없이 열려있다. 오히려 “특정 명상을 체험했던 사람이라면 이전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로이 시작할 것”을 권한다. 이 같은 사고의 전환을 위해 사이트는 ‘장자 재밌게 읽기’, ‘감동 영화산책’ 등의 여러 코너를 마련하고 있다. 유 씨는 “예술작품을 감상하는데 있어 전통성에 기댄 평가보다는 지금의 재해석을 통해 그 안에 숨은 마음자리 근본을 찾아내려고 한다”며 코너 운영 취지를 밝혔다. 또한 입문자들이 명상을 체험하면서 겪게 되는 심신상의 변화를 기록한 ‘천일야화’라는 게시판을 마련, 명상의 진행을 돕고 있다.
본격적인 인터넷 명상은 매일 밤 10시에 열리는 대화방에서 시작된다. 대화방에서는 매일 1시간씩 호흡법 수련과 쿤달리니 명상 시간을 갖는다. 유 씨는 인터넷 방송을 통해 명상법을 자세히 일러주고 명상이 시작되면 명상음악을 틀어주며 이들과 함께한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정화단계에 불과하다. 쿤달리니 명상은 몸에 진동을 일으켜서 막혔던 기의 통로를 뚫고 명상을 위한 심신의 기본을 마련한다. 그 후에는 명상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이완과 주시’를 통해 관법을 체험하는 단계에 들어간다. 이를 위해 유 씨는 “관법을 플래시 영상으로 시각화시켜서 초보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수련자들의 관(觀)이 저절로 이루어지게 되면 실제적인 선(禪)에 접근할 수 있는 명상법을 수련한다. 선을 이해하고 그 가르침을 일상생활에서 풀어내는 것이 인터넷 명상의 종착점이기 때문이다.
◇현실과 가상사이= “과정을 제대로 밟아간다면 명상센터에서의 깊은 수련 못지않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유 씨는 인터넷 명상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를 단칼에 자른다. 그리고 고수를 만나면 기초를 가지고도 깊은 체험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지도자와 올바른 명상법일 뿐이라는 얘기. 실제로 유 씨는 해인사로 출가해 구도자의 길을 걷다 토굴에서 적지 않은 세월을 수행으로 보냈다. 또한 인도로 건너가 영혼의 스승들을 여러 차례 만나는 가운데 나름의 가르침도 얻었다고 한다. 그 같은 체험에서 얻은 진리를 ‘지금-여기’에서 제대로 구현키 위해 인터넷을 방편으로 삼았다. 그런 까닭에 타오스페이스는 4~5년 전 개설된 이래 많은 명상가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회원에 따라 “선어록이 한 눈에 들어올 만큼 깊은 삼매의 체험”을 한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수년 동안 인터넷 명상에 매진해 왔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기계화되기 쉬운 프로그램에 폭넓은 길을 열어주고 체험 이후를 의미있게 이어갈 수 있는 과정도 마련해야 합니다. 이 같은 요구가 객관화된 형태를 기대하려면 1년 정도의 준비기간이 추가적으로 필요할 겁니다.” 유 씨의 원력은 끝이 없다. 국내에서 아직은 전무하다시피한 인터넷 명상이 새로운 명상 코드로 떠오르는 것은 시간문제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