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광섭 교수는 ‘(가칭)서울대 교수불자회’ 창립준비위원장을 맡으면서 불자회 외연 넓히기를 하고 있고, 총무 우희종 교수는 ‘성경 새로 읽기’모임을 주도하며 ‘신행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이들이 서울대에 일으키는‘信바람’속으로 들어가 보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그간 단과대와 대학원별로 흩어져 제각기 활동했던 불자 교수들이 한 데 모인다. 또 전공별로 불교와 만나는 자리도 마련된다. 3월 3일 자연대 25동 310호 연구실에서 만난 소광섭 교수(59ㆍ물리학부ㆍ가섭)는 향후‘서울대 교수불자회’의 밑그림을 이렇게 그렸다.
“개별적으로 불자 교수 모두는 보배들입니다. 하지만 모이지 않는다면 그 하나하나의 구슬은 초라해 질 수 있습니다. 이제는‘자주 모여 법에 대해 논하라’는 부처님의 말씀처럼, 모여야 합니다. 올해 부처님오신날이면, 관악산 서울대 캠퍼스에 연등 물결이 일겁니다.”
| ||||
소 교수는 ‘신행’과 ‘연구 활동의 상호자극’등에 불자회 운영의 방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교수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들입니다. 불자로서의 정기적인 신행활동과 함께 회원들의 전공에 따른 불교연구를 적극 장려할 생각입니다. 불교와 전공을 접목한 연구 활동을 벌이는 불자 교수를 발굴해 교계는 물론 학계에 알릴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불교연구의 영역이 넓어지고, 다양해지는 계기를 마련하겠습니다.”
소 교수는 이를 위해 그동안 발표된 관련 논문들을 묶어 논문집을 발간하는 한편, 교수불자연합회와의 연계활동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소 교수는 산발적으로 활동해온 단과대ㆍ대학원별 불교학생회, 직원 불자모임과 합동법회를 추진할 예정이다. 우선 재학생 불교모임의 활성화 방안으로, 불자교수와 학생을 1:1로 결연하는 ‘후견인’ 제도를 도입한다. 이는 교수와 학생이 함께 불교신행공동체를 일궈, 서울대에 ‘불교바람’을 조직적으로 일으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캠퍼스 불심을 이끌겠다는 소 교수. 소 교수는 “회원들 각자 배운 불법을 제자들에게 전하고, 지성인으로서 대사회적인 역할도 게을리 않을 때 대학과 사회가 건강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 ||||
“언어가 갖는 한계성은 종교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하나의 언어’로 너무 길들어지면 다른 것을 보지 못합니다. 길들어짐은 ‘깨어있음’에 독이 됩니다. 제가 5년간 해온 참선 모임을 자발적으로 해체하고, 지난해 10월부터 매월 한 차례 성경 공부 모임을 연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가 일으키려는 불교바람도 바로 이런 까닭에서 비롯됩니다.”
그들의 성경 공부는 불교신행이‘절름발이’가 되서는 안 된다는 우 교수의 지론에서 시작된다. 아집에 찬 종교언어를 부드러운 곡선으로 풀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불자인 우 교수의 입에서 ‘예수님 말씀’이 주저 없이 흘러나오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질의와 응답을 통해 때론 첨예한 논쟁이 오가고 종교간 접점을 찾지 못해도, 불교에 대한 믿음은 오히려 더 명확해진다.
“불교가 깊어졌습니다. 가르침이 달라서 다른 종교를 배척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간 종교는 역사, 시대적 상황에 따라 ‘표현’과 ‘관점 차이’만 달리 해왔을 뿐입니다. 자기 것으로의 소화, 즉 ‘자기변화’의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정인호(사법연수원생ㆍ36) 씨의 말이다.
우 교수는 특히 회원들에게 묻지도, 논의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느끼고 깨닫는 것은 온전히 그들의 몫이라는 것이 우 교수의 설명이다.
우 교수는 앞으로 ‘성경 새로 읽기’ 모임을 더 자주 가질 예정이다. 불교를 넓은 시각에서 공부할 때 대학 내 포교활동도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