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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소자 상담’ 불교여성개발원 교화팀
“희망의 옷을 입혀 드립니다”

‘나 지금 떠납니다.
포기한 게 많습니다.
욕심 아닌 것도 내겐 욕심으로 느껴져 외면했습니다.
희망, 있었습니다. 살려주면….
하지만 알게 됐지요. 살고 싶은 생각조차 사치란 사실을.
선택은 하나였습니다.
그저 잘 죽길 희망했습니다.
다른 무엇을 희망하기엔 지은 죄가 너무 컸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리 나쁘진 않았습니다.
최악에서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갈 시간입니다.
그곳에 가면 용서를 빌겁니다.
그 사람이 원하지 않아도 용서를 빌겁니다.
제게 남은 마지막 일입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열심히 살아주셨음 합니다.
사람 미워하지 마시고요.
내일 죽는다 치고 이 말 한번 남겨보세요.
우리가 미워했던 것이
사랑으로 바뀌는 걸 알게 될 겁니다.
그것은 순수, 사랑, 자비라는 보석이
우리 가슴에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중략)… 그냥 막 살기엔 삶이 너무 소중합니다.
저도, 먼 여행을 코앞에 둔 지금에서야
그걸 깨달았습니다.’
- 어느 사형수의 편지 중

이 편지는 서울구치소에 복역 중이던 한 사형수가 지난 2002년 형 집행을 앞두고 다른 재소자들을 위해 쓴 글이다. 이 사형수는 당시 극적으로 감형이 돼 현재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예외적인 감형이 가능했던 것은 그의 마음 속 응어리를 풀어주고, 불법에서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심어주기 위한 한 불자 교화팀의 노력 덕분이었다.

불교여성개발원 교화팀 황명숙(71·전 한양대 영어교육학과 교수), 윤순옥(52·불교여성개발원 이사), 김필련(50·불교여성개발원 상임위원), 황수경(40·동국대 선학과 강사) 씨는 올해로 4년 째 서울구치소를 비롯해 청송교도소, 광주교도소 등 전국 각지의 교도소에서 재소자 상담 및 정신교육을 맡아 봉사해 오고 있다.

처음 교도소 봉사에 발심하게 된 것은 김필련 위원이다. 1998년 교육계에 몸담았던 그에게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었던 교도관이 김천교도소의 청소년 수감자들의 정신교육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쉽게 허락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솔직히 누구나 그렇듯이 저도 처음에는 재소자들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어요. 가뜩이나 예민한 청소년 시기, 그것도 교도소라는 공간에 있는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난감했지요. 굳게 마음을 먹고 처음 김천에 간 날 저의 선입견은 쓸데없는 상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들도 그저 평범한 학생일 뿐이더군요.”

이후 2000년 불교여성개발원이 창립되고 복지분과가 생기면서 지금의 회원들과 함께 본격적인 교화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매주 첫째 주 토요일 새벽 4시면 어김없이 3~4시간 거리의 김천교도소를 찾았다. 간식만 싸다주는 기존의 교화활동과 차별을 두기 위해 별칭 짓기, 음악치료, 미술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교도소 방문 첫날에는 ‘당신들도 다른 사람들처럼 얼마 못가 그만 두겠지’라는 냉담한 눈빛뿐이었어요. 진심으로 대하려고 노력하니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어주더라고요. 6개월 정도 지나자 교육대상자의 3분의 1 정도가 반야심경을 독송할 정도로 불심까지 돈독해졌지요.”(윤순옥 이사)

그렇게 꼬박 3년을 서울과 김천을 오가며 봉사했다. 그즈음 교육 재소자들의 대부분이 출소하게 되면서 근처 지역 사찰, 불교단체를 대상으로 후속 봉사팀을 찾았다. 회비로만 변변히 꾸려지는 개발원 교화팀이 장거리의 교도소를 매달 방문하는 것보다 가까운 지역 불자와 연계하는 것이 재소자들에게도 나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교도소 포교를 권유하니 ‘죄 지은 사람들에게 무슨 일을 해 주느냐’며 한결같이 거절하더군요. 부처님 말씀에 자신도 모르는 조그마한 원망을 마음에 품고 있으면 그것을 내생에서 갚는다고 하셨어요. 재소자들이 원망의 씨앗조차도 없애 업장을 소멸하고 내생을 준비하도록 우리 불자가 도와야하지 않겠습니까.” (황수경 씨)

교화팀은 또 재소자들이 편안히 ‘현생의 옷’을 벗도록 하자는 서원으로 2001년 10월부터 ‘최고수(사형수)를 위한 1000일 기도’를 시작해 얼마 전 600일 회향기도를 마쳤다. 평소에는 재소자, 교화팀원들이 각자 개인수행으로, 매 100일이 될 때는 함께 모여 회향기도를 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이들의 수행과 기도는 사형수의 감형을 이끌어냈을 뿐 아니라 마음의 응어리를 치유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교화팀원들에게는 그들만의 또 다른 서원이 있다.

“재소자들도 억울하고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닌 우리 이웃입니다. 이들의 상처를 감싸주기 위한 사회적 제도, 물질적인 후원은 턱없이 부족해요. 그러나 정말로 필요한 것은 그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입니다. 평등과 자비의 부처님 가르침 실천하기 위해 불교계에서 먼저 모범을 보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황명숙 씨)
한상희 기자 | hansang@buddhapia.com
2004-02-16 오전 9: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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