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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벽, 정토 세계로 출근한다.”=오전 6시 24분. 먼동이 채 트지 않는 이른 아침. 서울 조계사 대웅전이 새벽 기도에 한창인 신도들로 후끈 달아오른다. 그 열기 속에서 짧은 머리에 한 사람이 눈에 띈다. 이재상 우리은행 불자회 홍보부장(47ㆍ중구 남산동2가ㆍ법명 심공). 한 배 한 배 올리는 108배에 정성을 담고 있다. 양손도 모아 턱 밑에 괸다. 그리고 이어지는 <금강경> 독송.
한번 완독하는데 20여 분이 걸린다. 아미타불 정근도 계속된다. “나무 아미타불, 나무 아미타불~.” 이러기를 1시간 남짓. 7시 반이 넘어서야 이 홍보부장에게 아침 기도의 매력을 물었다.
“새벽이 좋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마주치는 보살님, 환경미화원, 모든 사람들이 보석같이 느껴집니다. ‘아! 이것이 정토 세계를 거니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제 마음을 맑게 만드니 이보다 좋은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 홍보부장은 새벽 정진. 사람을 긍정적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 마음이 맑아지는 시간이 바로 새벽 기운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시작한 아침 수행. 벌써 4년째다. 그간 매일 새벽 4시면 일어나 경전 독송과 108배를 했다. 지난 2000년 조계종 포교사 고시 준비를 위해 시작했던 새벽 수행이 이제는 빠트릴 수 없는 하루 일과가 됐다. 사실 이 홍보부장은 지난 81년 (구)한일은행 입사이후, 새벽 수행을 봉은사와 관악 연주암 등에서 간헐적으로 해왔다. 또 5년 전부터는 새롭게 출범한 우리은행 불자회 홍보부장을 맡으면서 체계적인 불교공부도 했다.
“처음에 경전을 읽을 때 많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왜 그럴까’ 의심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간 알았던 알음알이가 생각에 들어붙지 않고 경구가 그대로 제 마음으로 전해졌습니다. 새벽의 기운과 함께 너무나 자유롭고 편안함으로 말입니다.”
이 홍보부장은 특히 기도 후 30분간의 ‘걷기명상’을 권유했다. 무념 상태로 한 발 한 발 내딛는 자기 호흡을 들으라는 것. 그러다보면 새벽의 기운이 머리와 가슴을 채워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1시간가량의 인터뷰. 세상은 이미 환하게 밝아져 있었다. 아침 시간을 길고 맑게 쓰는 이 홍보부장. 지하철 인파 속으로 발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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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청 도반회의 주경야독(晝耕夜讀). 지난 2001년 창립이후, 손 털고 퇴근하면 으레 매주 두 차례 3시간씩 불교공부를 해왔다. 그간 강원불교대학을 졸업한 도반회원만 30여 명이 넘는다. 요즘 뜨고 있는 말로 ‘샐러던트’들이다. 직장인(샐러리맨)이면서 학생(스튜던트)인 불자들. 궁금했다. 왜ㆍ언제부터 이처럼 생활해왔을까.
“회원들 혼자서 불교를 아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체계적으로 불교를 배울 수 없을까. 일단 내린 결론이 ‘모여서 배워보자’였습니다. 그래서 찾은 것이 바로 불교대학 수강이었습니다.”
정상현 회장은 회원들이 ‘밤공부’를 하게 된 이유를 이같이 말했다. 정 회장이 처음 불교대학 수강을 요구했을 때, 회원들의 반발은 만만치 않았다. 바쁜 업무로 시간 내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유혹도 많았다. 야근에다 이러 저래 이어진 퇴근 후에 약속은 불교공부를 하는데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변화가 나타났다. 조금씩 불교를 알게 됨에 따라 회원들의 참여가 이어졌다. 이제는 회원들이 먼저 수업을 받으러 가자고 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미신으로만 여겼던 불교가 과학으로 다가옵니다. 모르고 믿었던 부처님의 가르침이 제대로 알고 신행하니 즐겁기만 합니다. 차츰 불교를 알아가는 제 모습을 보면서 놀라기도 한답니다.” 김경희(44ㆍ체육진흥과ㆍ법명 보방광) 총무부장의 말이다.
춘천시청 도반회의 밤을 잊은 불교공부. 도반회원들은 저녁 시간을 기차게 쓰는 법을 이렇게 알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