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불교에서는 더 이상 인가해 줄 스승이 없다?”
지난해 서암 청화 월하 서옹 덕암 스님 등 해방 이후 한국불교의 선풍을 드높인 1세대 선사들이 잇달아 원적에 들면서 이런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답은 “선맥을 잇고 있는 차세대 선지식들이 꿋꿋이 산문을 지키고 있다”이다.
조계사(주지 지홍)와 현대불교신문사(사장 김광삼)가 공동 주최하는 ‘한국불교 전통 선(禪)을 말한다-간화선 중흥을 위한 선원장 초청 대법회’는 조계종의 공식 수행법인 간화선(看話禪)에 대한 심도있는 공부를 할 수 있는 법석(法席)이 될 전망이다.
조계종의 2세대를 대표하는 선사들이 1000여년 동안 면면히 흘러 온 법등(法燈)을 대내외에 드러낼 이번 대법회는 2월 15일부터 5월 9일까지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80분간 조계사 대웅전에서 진행된다.
전국선원수좌회 대표를 지낸 고우 스님(각화사 태백선원장)이 입제법회를 열고 설정 스님(수덕사 수좌)이 '돈오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회향법회를 맡는다. 무여(봉화 축서사 주지) 대원(학림사 오등선원 조실) 함주(법주사 총지선원장) 현산(화엄사 선등선원장) 지환(조계종 기본선원장) 영진(전 기초선원장) 혜국(남국선원장) 현웅(미 버클리 육조사 주지) 도현(쌍계사 금당선원 선덕) 스님 등이 초청됐고, 총무원장 법장 스님도 ‘경허 만공 선사의 가르침’을 주제로 법문한다.
설법의 주제는 ‘선의 본질과 의미’‘화두드는 법’ ‘선과 깨달음’‘비우고 쉬는 공부가 선’‘일체유심조’‘선 수행의 요체’‘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한국 선의 세계화와 생활선’ ‘단박 깨침이란 무엇인가’ 등 간화선의 핵심을 담고 있어, 수행자들이 한자리에서 선의 요체를 파악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법문 후 즉문즉답(卽問卽答)을 통한 간화선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도 갖는 이번 법회는 승속을 불문하고 선문답을 주고 받는 무차선(無遮禪) 법회의 성격도 갖는다. 지난 해 말 입적한 고불총림 방장 서옹 스님과 동화사 조실 진제 스님이 주최한 무차선대회 정신을 계승한 이번 법회는 평소 대중법문을 자제해 온 12인의 스님들이 석달간 연속으로 선지(禪旨)를 펼친다는 점에서 공부인들에게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게다가 조계종 직할교구 본사인 도심 사찰에서, 사부대중은 물론 일반인들을 상대로 설법한다는 점에서 일상에 지친 시민들에게 청량제와 같은 법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법회는 위빠사나와 유사 불교수행법들이 국내에서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인가해 줄 선사의 부재’ 등을 이유로 ‘간화선 위기론’까지 대두된 가운데, 당사자인 선방 이력 30~50년의 선원장(법랍 25년, 30 안거 이상) 이상의 구참 수좌들이 전통 선 중흥의 기치를 들고 처음으로 릴레이 대중 법회에 나섰다는 점에서 불교사적 의미도 갖는다. 선 수행의 살아있는 현장에서 간화선을 탐구하고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는 선 지도자들이 연이어 법회를 갖는 것은 조계종 최초의 일이다.
조계사 주지 지홍 스님은 "제방의 선원에서 스스로 간화선을 참구하고 후학을 지도하는 선지식들의 살아있는 법문을 도심에서 들을 수 있는 드문 기회"라며 "화두선의 본질을 체계적으로 알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02)732-2115
<선원장 초청 대법회 일정 및 법사>
▶2월 15일 ‘선의 본질과 의미’
각화사 태백선원장 고우 스님=1958년 서옹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63년 석암스님을 계사로 비구계 수지. 법랍 46년.
▶2월 22일 ‘화두 드는 법’
축서사 주지 무여 스님=상원사에서 희섭스님을 은사로 출가. 상원사, 동화사, 송광사, 해인사 등 전국 선원에서 20여년간 수선 안거.
▶2월 29일 ‘선과 깨달음’
학림사 오등선원 조실 대원 스님=1957년 고암스님을 은사로 남장사에서 출가. 법랍 46년.
▶3월 7일 ‘마음은 무엇인가’
법주사 총지선원장 함주 스님=현 전국선원수좌회 상임대표. 은사는 금오스님이며 본사는 법주사. 법랍 44년.
▶3월 14일 ‘비우고 쉬는 공부가 선’
화엄사 선등선원장 현산 스님=현 전국선원수좌회 공동대표. 은사는 화엄사 조실 도천스님이며 본사는 화엄사. 법랍 42년.
▶3월 21일 ‘경허, 만공 선사의 가르침’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스님=1960년 수덕사 원담스님을 은사로 득도. 수덕사 주지 역임. 법랍 44년.
▶3월 28일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짓는다’
전 기초선원장 영진 스님=은사는 금산사 도영스님(포교원장). 법랍 32년.
▶4월 4일 미정
▶4월 11일 ‘선 수행의 요체’
조계종 기본선원장 지환 스님=1969년 범어사에서 고산스님을 계사로 사미계, 1972년 석암스님으로부터 비구계 수지.
▶4월 18일 ‘머무는 곳마다 주인되어 진실되게 사는 법’
제주 남국선원장 혜국 스님=현 선원장회의 회장. 1961년 해인사 일타스님을 은사로 득도, 70년 석암스님을 계사로 비구계 수지. 법랍 42년.
▶4월 25일 ‘한국 선의 세계화와 생활선’
美 버클리 육조사 주지 현웅 스님=20세에 송광사에서 구산스님의 제자로 출가. 1986년 시애틀 돈오선원 창건. 법랍 38년.
▶5월 9일 ‘단박 깨침(돈오)이란 무엇인가’
수덕사 수좌 설정 스님=1955년 원담스님을 은사로 득도, 61년 법어사에서 동산스님을 계사로 비구계 수지. 법랍 49년.
▶5월 2일 ‘선-스스로 만드는 행복’
쌍계사 금당선원 선덕 도현 스님=은사는 덕명스님이며 본사는 범어사. 법랍 3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