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체계 미비와 이끌어줄 스승의 부재. ‘간화선 위기론’을 들먹일 때마다 단골 메뉴처럼 등장하는 이 지적이 상당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음이 객관적으로 드러났다.
조계종 포교원(원장 도영)은 지난해 4~10월 불교전문교육기관(불교대학) 재학생 및 포교사 5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도 수행 실태 및 의식에 관한 설문 조사’ 결과를 1월 28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포교원이 일반불자들의 수행체계 확립과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로 실시했으며 이 중 1천975부를 대상으로 분석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65.1%가 가장 체계적으로 지도받고 싶어 하는 수행법으로 참선을 들었다. 다음은 염불(13.3%), 참회기도(11.1%), 간경(3.8%), 사경(3.9%), 주력(2.8%) 순이었다.
그러나 참선 수행에 대한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가장 많이 행하고 있는 수행법은 참회기도(108배, 3천배 등 절하기 포함)가 32.3%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다음은 염불 26.9%, 참선 17.4%순이었다. 제1수행 외에 보완적 방법으로 행하고 있는 수행법을 묻는 질문에서도 참선은 8.9%에 그쳤다. 반면 염불이 25.9%, 참회기도가 18.3%로 나타나 불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수행법은 참회기도와 염불인 것으로 조사됐다. 참선의 경우에도 염불선(21.8%)과 단전호흡(19.6%)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으며 ‘간화선’이라는 응답은 17.0%에 그쳐 실제로 참선 수행을 지속적으로 행하고 있는 불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 볼 수 있다.
이러한 원인은 일상생활 속에서 수행을 지속하지 못하는 요인을 묻는 질문에서 짐작해 볼 수 있는데, 응답자의 47.5%가 ‘일상생활이 바빠서’라고 했으며 그 다음은 ‘체계적인 수행지침이 없어서’(27.7%)였다. 그러나 ‘일상생활이 바빠서’를 제외한 나머지 요인을 가지고 분석한 결과를 보면 ‘수행지도자 부족’(18.3%) ‘체계적인 수행지침이 없어서’(16.1%) ‘수행프로그램 및 공간이 없어서’(14.5%)가 비슷한 응답률을 보였다. 즉 응답자의 절반 정도는 생활 속에서 수행을 생각할 마음의 여유가 없으며, 하고 싶은 마음을 낸다 해도 수행지침이나 지도자 및 수행공간을 찾기 어려워 지속적인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수행에는 스승의 지도와 점검이 필수적이나 이 역시 잘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수행을 점검하는 방식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1.5%가 ‘본인 스스로 자체 점검’한다고 응답했으며 ‘특별한 점검을 하지 않는다’가 22.5%로 다음을 이었다. 어떤 형태로든 점검을 받는다고 응답한 사람은 13.4%밖에 되지 않았는데 ‘수행지도자와 지속적으로 상담한다’가 7.3%, ‘상담을 통해 비정기적으로 점검한다’가 6.1%였다.
수행의 일상화를 위한 방안을 묻는 질문에 대해 2명 중 1명은 ‘법회를 통한 지속적 안내 및 체계적 교육’(47.3%)을 들었으며, ‘사찰(단체)의 수행프로그램 상설 운영’이라는 응답도 22.4%로 높게 나타났다.
어느 특정한 수행법을 선택한 동기는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수행법이어서’(26.2%)가 가장 많았으나 ‘주변(스님 또는 도반)의 권유로’(24.9%) ‘나의 근기에 적합한 수행법임을 확인하였으므로’(22.2%)가 비슷하게 나왔다. ‘수행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이 뚜렷해서’가 12.6%로 나타났고, ‘핵심적인 불교사상을 체화할 수 있는 수행법이어서’는 6.0%, ‘체계가 있어 단계적인 수행에 적합해서’는 4.5%에 그쳤다.
조사를 주관한 포교연구실 박희승 차장은 “2월 중순까지 수행프로그램 현황 조사 보고서를 완료할 계획이며 이를 바탕으로 신도들을 위한 수행체계를 연구하고 나아가 간화선 수행 프로그램 개발과 교재, 수행 지침서, 지도자 육성 방안 등을 종단 차원에서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