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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향' '미' 한마음 차명상
지운 스님의 차 수행법
최근 차인(茶人)의 폭발적인 증가에 따라 차 마시는 일이 그야말로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가 되고 있다. 하지만 차에 대한 관심이 건강이나 취미활동이라는 측면에 더 치중된 탓인지, ‘선다일미(禪茶一味)’로 대표되는 ‘차 수행’은 그리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찻잔 속에 달이 뜨네>라는 책과 남양주 봉인사의 ‘차 수행 강좌’ 등을 통해 차 수행법을 보급하고 있는 지운 스님에게, 차 수행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들어본다.

▷차 수행은 왜 필요한가?

“차를 마실 때 단순히 차 마시는 행위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차와 차맛 그리고 이를 헤아리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살펴서 어리석음과 욕심, 성냄으로 가득 차 있던 자신의 삶을 지혜와 보시, 자비의 삶으로 전환시키는 방법을 배워 익힌다면 이는 훌륭한 수행이 될 것입니다.”

지난 1월 16일 봉인사 차 수행강좌에서 만난 지운 스님은 “요즘 차가 당뇨와 암 등의 예방과 치료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차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며 “물론 이러한 이유로 차를 마신다면 치유의 효과는 있겠지만, 수행이 병행될 때 비로소 차를 마시는 그대로 생명살림이 된다”고 말한다. 즉 차를 마신다는 행위와 맛에 대한 집중은 몸과 마음을 가볍고 편안하게 하고 막힌 곳을 소통시키므로 생명을 살리는 길이 된다는 것이다.

“차맛을 꾸준히 알아차리는 명상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현상 또한 바로 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사소한 일로 언쟁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자신이 화를 내고 분노하고 있음을 알아차리면 감정을 억제할 수 있고 자신을 조율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차맛을 알아차린다는 것은 차맛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로 자연스레 연결되어 생활 속의 수행이 되는 것입니다.”

‘차 수행법 강좌’를 수강한 원진희(38) 씨는 “이번 강좌를 통해 차가 단순한 음료수가 아닌 수행의 도구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차 마시는 순간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도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조금은 알게 됐다”고 말한다.

▷어떻게 하나?

차 마시는 것을 수행으로 삼는 것은, 혀와 맛이 만나는 세계를 여실히 알아차림으로써 차맛 뿐만 아니라 모든 생활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놓치지 않게 되는 이치를 바탕으로 한다. 지운 스님의 차 명상은 명상을 통해 마음을 정화시키고 말과 생각을 떠나 선(禪)의 상태로 들어가는 ‘색향미(色香味) 한마음(一心)차 명상’으로 시작된다. 그 구체적인 방법을 알아보자.

우선 차를 마시기 전에 찻물의 색깔을 주시한다. 맑고 투명한 차의 빛깔을 보면서 자신의 마음이 맑고 투명하다고 명상한다. 찻물을 보며 먼저 작은 연못을 연상한 후 나아가 잔잔한 호수를 연상하다가 다시 넓은 바다로, 더 나아가 깊이와 넓이를 알 수 없는 하늘을 연상하며 마음을 무한히 확장해 나간다. 이렇게 되면 자신의 좁은 마음이 무한히 확장되는 것을 느끼게 되며 작은 일에 매이지 않고 관대해지게 된다.

다음은 차의 향기를 이용한 명상. 맑고 향기로운 차 향기를 자신의 마음에 대입해본다. 코와 입안에 차 향기가 가득함을 연상하고 점점 확대해 온 몸 안에 차 향기가 가득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 향기를 투과시킨다는 마음으로 자신의 몸에서 나는 담배 냄새, 술 냄새, 음식냄새 등을 정화한다.

그 다음은 차 맛의 변화를 주시하는 단계다. 이는 차 맛의 처음과 중간, 끝을 관찰하는 것으로 차 맛이 생기는 순간순간 맛이 사라짐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이 때는 모든 강물이 흘러 바다에 이르면 모두 똑같이 한 맛이 됨을 명상한다. 즉 시간적으로 무상이며 독립된 실체가 없이 공이며 자아라고 할 만한 것이 없으므로 무아(無我)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하며 차 맛의 고유한 어떤 실체도 없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색향미의 차 성품을 통해 진흙에서 피는 연꽃처럼 마음을 정화하여 깨어나게 하는 것이 ‘한마음차 수행법’의 시작이다.

▷ Q & A
▲차맛을 알아차리기 위해 적은 양을 입에 넣어 혀로 돌려가면서 맛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런 방법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최초로 느끼는 맛을 분명하게 알아차리고, 맛이 변화하더라도 그 속에서 최초에 느낀 맛에 초점을 둬야 합니다.

▲차의 첫맛을 안다는 것은 생각으로 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느낌으로 하는 것입니까?
-차의 첫맛의 감지는 차맛을 보고자하는 의식을 한 곳에 집중시킨 정념(正念)으로 합니다. 정념은 빈 마음으로 일체 현상을 여실하게 지켜보는 정신작용을 말합니다. 이때 비로소 맛의 속성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게 되고 나아가 일체현상의 본질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생각으로 하면 자기 생각 따라 차맛을 느끼므로 관념적입니다.

▲차맛의 본성을 깨달으면 어떤 이익이 있습니까?
-차맛을 싫다고 하여 성내는 것은 차맛을 자아(自我)라고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차맛의 본성을 깨달으면 이러한 것이 모두 사라져 차맛이라는 올가미에 걸리지 않습니다. 자연히 차맛에 집착해 일어나는 괴로움에서도 벗어납니다. 때문에 차맛의 본성을 깨닫는다는 것은 곧 모든 존재의 본성을 깨닫는 것을 의미합니다.

▲차를 마시는 양은 어느 정도가 좋습니까?
-몸 상태, 그 때의 분위기, 기분, 상황에 따라서 마시는 양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차의 양이 아니라 맛에 대한 요점을 잡아서 마시는 것입니다. 대화를 하면서 차를 마실 경우, 자기가 말을 하고 있을 때는 말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 차를 마시고, 맛을 느낄 때에는 맛을 분명하게 알아차리면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자기가 주시할 수 있는 관찰입니다.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4-01-26 오전 9: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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